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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랑 Feb 22. 2023

자존감_돼지 저금통과 나

오늘도 곰생했어요 - 1부 조금 덜 힘들고 싶어

9살 남짓이었던 어린 시절 나는 서랍 속의 돼지저금통에 동전 채우는 것에 재미가 들렸다. 동네에서 꽤 유명했던 골목대장이었던 나는 항상 이를 채우려고 친구와 동생들을 데리고 놀이터 시소 밑이나 미끄럼틀 밑에서 동전을 줍고 다니거나 빈 병들을 모아서 슈퍼에 팔면서 동전들을 모으곤 했다. 당시 소주병이 40원, 맥주병이 50원이지만 동네 슈퍼에 대표 주전부리들이 100원 심지어 불량식품 쥐포도 200원인 것을 고려하면 용돈이 없던 나에게는 적잖이 쏠쏠했다. 그렇게 모인 동전들은 바로 쓰거나 돼지저금통에 한 푼 두 푼 모아서 은행에 한 번씩 들려 지폐로 교환하면 그날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렇기에 항상 두둑이 동전들을 먹고 있는 돼지 저금통을 볼 때면 마음속에 작은 행복감이 차오르곤 했다.


하지만 그런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뒤로하고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에 있어서 내게 돼지저금통의 존재와 가치는 여전할까? 사회적으로 보면 2021년 대비 2022년 현금결제 비중은 17.4%에서 14.6%로 하락했고 코로나의 영향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더 적어질 예정이다. 나도 역시 모바일 결제나 신용카드를 위주로 사용하고 있어 동전이 많이 생기지 않고 더 이상 돼지저금통을 아끼고 사랑했던 모습은 내게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듯 점차 돼지저금통은 나의 필요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점차 사회에서도 가치를 잃어간다.


가끔, 현재의 내 모습과 돼지저금통의 존재는 어딘가 닮아 있다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이제는 힘이 든다고 운동과 내 건강을 챙기지 않는 모습, 야근해야 하고 주말에 특근해야 한다고 부모님 혹은 가정에 소홀하는 내 모습 이 전부가 나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멀어지는 과정이다. 그러다가 나에게 흥미를 잃으면 자책하게 되는 게 ‘나’이다. 생활이 빡빡해서 그리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온갖 핑계를 가져다 붙인다.

사실 나에 대한 쓰임새는 회사가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닌 내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체감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아닌 타인이 생각하는 내 가치는 언제나 필요와 상황에 따라서 변동이 크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언제든 내 가치는 그들의 필요성에 의해서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내 가치와 본질은 24시간 365일 같은 시간 같은 날짜를 살아온 나의 주관적인 시선으로서 내 본질을 바라보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돼지저금통은 여전히 우리 집에 남아있다. 다만 예전에는 반투명하고 어딘가 무서운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귀엽게 디자인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킨다. 이제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어서 배가 불러 가끔씩의 저금통의 수술주기가 거의 1년 이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아직 쓸만하다. 여기저기 주머니 속이나 방에 널려있는 동전들이 생길 때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고 달라진 귀여운 모습과 여전히 돼지는 복을 몰고 온다는 상징성이 있기에 여전히 현역이다.

그렇듯 나도 아직 현역이다. 비록 내가 어릴 적 혹은 대학생 때 생각했던 멋진 모습은 아니지만 내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일을 하면서 나의 가치를 증명해 왔다. 은행에서 받은 깨끗한 백원도 슈퍼아주머니가 주시는 닳고 닳은 백원도 백 원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나 또한 본질이 변하지 않았다.

다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서툴었을 뿐이고 사회의 격랑 속에서 살아남는 것에만 집중하여 나의 필요성을 잠시 놓쳤던 것 같다.


취업 후에 타지 생활을 하는 나는 사실 혼자라는 환경에 많이 익숙해져 있다. 그렇다고 내가 혼자가 좋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여행을 할 때도 두 명 이상 하는 것이 내게는 더 재밌고 무언가 시작함에 있어서 동기부여 또한 된다.

하지만 취업을 하면서부터 그리고 나의 또 다른 취미와 꿈들을 회사와 격리하는 과정으로부터 혼자가 점차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여자친구의 눈치를 본다던가 친한 친구들의 시간을 맞춘다던지 제약사항에 대해서 편해서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오로지 나를 위한 여행 그리고 나를 위한 운동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보니 이제는 알 것 같다. 꾸준히 나를 사랑해주는 것이 나에 대한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마치 그때 그 시절의 돼지 저금통처럼.


■ 1부 조금 덜 힘들고 싶어


내게 보내는 질문


나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엔 자신입니다.   

진정 나를 위해서 1달 동안 했던 일들을 5가지 이상 써주세요.

예시) 부모님 안부전화, 운동, 가족들과의 저녁식사


그리고 앞으로 1달간 나를 위해서 해보고 싶은 일들을 5가지 이상 써주세요.


앞으로 수행하면서 2번 리스트에서 하나씩 지워가요.

2번 리스트의 70% 이상 수행했을 때, 1번에 적은 과거의 내가 했던 일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지금의 심정은 어떤지 써주세요.


인용 -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15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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