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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랑 Feb 14. 2023

사람_고쳐 쓸 수 있는 사람

오늘도 곰생했어요 - 1부 조금 덜 힘들고 싶어

한 번은 태평양을 항해하는 참치배의 선장이 돼서 배에 선원들을 모집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각각 개성 넘치는 선원들은 만화와 같이 이상적인 선원들만으로 구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소심할 수 있고 때로는 영화같이 빌런이 숨겨져 있어 내가 설계한 여정에 있어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만약 10명 중에 사고를 치는 폐급인 선원이 있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라는 고민이 생길 수 있다. 그 사람을 잘 타일러서 좋은 선원으로 바꿀 수 있고 그것도 안된다면 배에서 내리게끔 할 수도 있다.

그럼 나는 어떤 사람일까? 사람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내 마음속에서 내보내는 게 편한 사람일까?


관리자인 선임이 같이 퇴근할 때 꽤 자주 묻는 질문이 하나 있다.

“진짜 OOO 씨를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보다 재밌는 것이 OOO은 가끔씩 바뀌며 충분히 관리자 입장에서는 고민할 수 있을 만큼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합리적인 비판에는 나도 공감을 할 수 있지만 해당 직원에 대한 업무 배제에 대하여 쉽게 동의를 꺼낼 수는 없었다. 나는 오히려 그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면들을 은근히 이야기를 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나도 첫 회사에서 어리바리한 직원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호사가들에게 “사람은 고쳐쓸 수 없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내게 고치는 게 가능하냐고 질문한다면 난 ‘Yes’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쫓기듯 첫 직장을 퇴사한 뒤에 중학교 때부터 인연이 있던 멘토 아저씨를 찾아갔다. 가끔씩 밥을 만들어 주시기에 자취방에서 아저씨가 밥숟가락을 쥐어주며 내게 해준 말이 한마디가 있었다. “첫 직장에서 그렇지 못했지만 두 번째 직장에서는 꼭 프로가 돼라” 당시에 나는 그 말을 곱씹어 보았다. ‘전 직장에서 나는 프로답지 못한 게 뭐가 있었을까? 나는 분명히 최선을 다한 것 같았는데.. 아저씨가 나를 잘 모르는 건가?’.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맞았다. 과연 내가 최선을 다했을까? 충분히 불태울 수 있는 열정을 가지고도 매우 소심하고 조심해서 신입사원의 질문이 허용되는 1개월의 법칙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나는 신입이기에 표지판이 없는 길에 놓여있었고 누군가가 표지판에 글씨를 써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 길을 내가 개척해야 한다는 깨달음은 뒤늦게 찾아왔다.

다들 내가 스타트존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같은 위치였고 뒤늦게 땀 내서 달려왔지만 실무라는 가파른 능선에서 주저앉은 것이다.

결국 나는 프로가 아니었다.


“최종 합격 하셨습니다.” 약 1년간의 백수 생활을 끝내는 문장이었다.

나는 독서실에서 자격증 공부를 하던 그대로 책을 덮고 나와 떨리는 마음으로 공원에서 바로 부모님에게 전화로 소식을 전했을 정도로 기뻐했다. 하지만 약 1달 반의 신입사원교육이 끝난 후 두 번째 회사는 첫 번째 회사보다 내게는 더욱 거친 풍랑과 같은 환경임을 곧 체감하게 되었다.

먼저, 우리 팀의 해당 직무는 나와 선임 단 둘이서 맡아서 담당했고 그 선임마저 나와 같은 시기에 입사한, 나이차가 12년 이상인 관리자급 경력사원이었다.

다른 동기들은 친절한 선배들로부터 교육시간을 잡아서 직무교육부터 체계적으로 받았지만 내가 맡은 역할 자체가 새롭게 생긴 것이라 인수인계도 따로 없고 일을 찾아서 해야 했다.

선임은 생존하기 위해서 온갖 잡일과 비효율적인 일들을 가지고 왔고 나는 그저 몸으로 부딪히면서 일을 찾아서 할 수밖에 없었다. 모르면 600원짜리 캔커피나 매실차를 자판기에서 뽑아서 다이어리를 들고 관련 부서에 쪼르르 찾아가 물어봤고 눈길에 미끄러져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어도 악착같이 자리를 지켰다.

이 와중에 전 회사에서 선배들이 내게 했던 꾸지람이나 조언들 그리고 프로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없었다면 이정표가 없는 이 여정에서 똑같이 주저앉았을 것이다.


어느덧 첫 직장의 폐급 사원이던 나의 모습은 거울 속에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부서가 안정되어 직장후배들도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따라오는 직장에서의 인정과 고과들은 내 평판과 비례할 만큼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조기승진이나 큰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시상받을 만큼 성장한 내가 전 회사에서는 어리바리한 사원이었던 것을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었을까? 심지어 내가 퇴사할 때는 다른 선임들이 배웅해 주었지만, 내 직전 선임만은 얼굴을 비치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이 경험을 한 뒤로 직장 후배들이 조금 더 나은 삶으로 가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다면 분명히 어느 순간 성장해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특히, 처음부터 실수를 많이 하고 나한테 많이 혼나 초조했던 인원도 어느 순간 시간이 지나서 자신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일을 할 의지가 없고 기본적으로 인성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그것이 상대방이든 실수투성이의 ‘나’이든 간에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사람마다 경험과 개성에 따라 발걸음이 다르기에 본인의 탬포로 걷다 보면 언젠가는 고정된 목적지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오늘도 곰생했어요 - 1부 조금 덜 힘들고 싶어


내게 보내는 질문 5.


직장의 인간관계 중에 사람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나요?

아니면 나 자신이 미숙하다고 생각하나요?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이곳에 아낌없이 써주세요.

그리고 응원해 주세요,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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