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전세사기 피해자 장마철의 생존일기 -13

행복의 유효기간

by 장마철


※ 이 콘텐츠는 창작된 픽션이며 법률·부동산 정보는 참고용입니다.

작품에 포함된 내용은 실제와 다를 수 있으며 정확한 판단은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특정 인물, 단체, 기관과는 무관하며, 법적 효력은 없는 창작 서사임을 명확히 밝힙니다.



행복의 유효기간


소방점검으로 멘털이 탈탈 털리던 그 주

부모님이 뉴스 링크 하나를 보냈다.


<강서구 전세사기 피해자 100명.>


'이거 너랑 비슷하다.?'

오피스텔, 주택 신축을 매매가보다 비싸게 전세를 받아 잠적한 일당.

마철과 수법은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 해 전세사기라는 용어가 생겼다.


자살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한다.


남일 같지 않았다.


마철은 뉴스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런 법적 구멍이 있는데 빌라, 주택 전세제도가 잘 돌아갔던 게 신기했던 거지.'


주변 한 두 사람이 연락 오기 시작했다.



'마철아 너 전세사기 당했다고 했잖아 어떻게 됐어?'

'나는 집주인 날라서 경매 중이지.'

'아... 우리 누나가 전세 사는데 집주인이 연락이 안돼.'


...


주변에 비교적 전세사기를 빨리 당한 마철의 사정을 알고 있던 지인들.

마철에게 현재 사정을 물어보며

본인, 주변인의 상황 대처방법들을 물어보는 연락이 많이 왔다.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그들에게 다세대, 오피스텔, 다가구인지 전입신고 여부, 선순위, 대출 여부 보증보험은 들었는지를

물어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알려줬다.

다들 무기력하게 전화를 끊었다.

아무 것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은

마철에게도 고통이었다.


'저.. 마철씨 이번에 오피스텔 전세 계약이 끝났는데 집주인이 연락이 안 돼요'


친구의 지인 한교동씨였다.


'그럼 연락은 아예 안 되는 건가요? 보증보험은요?'

'보증보험은 안 들었어요. 대출은 받았고요.'

'그럼 임차권등기부터 하고... 근데 소액임차인 범주에 들어가지 않네요?'

"네.. 제가 전세를 비싸게 들어왔어요."

"그럼 최우선변제금은 받기 힘들 수도 있겠어요. 부동산이랑은 얘기 해봤어요?"

'근데 그 집주인이 알고 보니 형의 지인이라서

형이랑 내일 예전에 계약한 부동산에서 집주인과 만나기로 했어요.'


마철은 느낌이 이상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상황.

한교동도 큰 함정에 빠진 것 같았다.

'집주인이 안 나올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해요. 계약 만료니까 해지 의사 분명히 밝히고 집주인에게 무조건 돈 받는 쪽으로 얘기해요. 그나마 집주인을 만날 수 있으니 다행이네요. 무조건 계약만기로 해지 의사 밝히고 이번 주, 이번 달 안에 돈 달라고 꼭 얘기하세요.'



한교동씨는 형과 함께 부동산으로 향했다.


집주인은 마철의 우려와 다르게 부동산으로 왔다.

하지만 교동은 계약만료로 이번 주, 이번달 안으로 돈 달라는 얘기를 안 했다.

금액이 너무 크니 1년의 시간을 줘야 할 것 같다는 한교동.

교동은 1년 계약 연장과 함께 1년 뒤에는 꼭 돈을 주기로 약속하고 공증을 쓰고 왔다고 한다.


마철은 눈앞이 아득해졌다.

심장이 답답해졌다.

왜 계약만료가 되었으니 무조건 돈을 구해오라고 얘기하지 않았을까?

이건 교동이 집주인에게 시간을 벌어다 준 격이었다.

한교동은 마철이 얘기한 얘기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한교동은 마철에게 얘기했다.

'공증을 썼으니 안전하지 않을까요.?'


마철은 생각했다.

'집주인 시간만 벌어줬구나... 한교동은 내년에 아마 오피스텔 경매를 시작하겠지...'


그리고 일 년 후 한교동의 집주인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한교동은 살고 있던 오피스텔을 경매에 넘겼고

낙찰이 되지 않아 본인이 오피스텔을 낙찰받았다.

전세가격보다 5000만 원 이상 저렴한 가격에.


한교동이 신축 오피스텔 전세를 얻던 시기

신축 오피스텔은 거래가 없어 시세가 형성되지 않았다.

오피스텔 매매가격보다

3000만 원 이상 비싼 가격에 전세를 얻은 한교동.

그 오피스텔에서 최고가로 전세를 들어갔다.

공시지가, 시세가 나오지 않은 신축오피스텔, 빌라의 전세는 치명적인 함정이었다.




경매가 또 올라왔다.


이번이 3차

지난번 3차 낙찰자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경매는 1차로 되돌아갔고
다시 3차까지 왔다.

코로나 시기 있던 경매들도 밀리며

몇 년이 걸렸다.


그 새 경매 시작가는 점점 내려갔다.

‘이번엔 진짜 낙찰될 것 같다.’
마철은 생각했다.

이제, 이사를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막막했다. 최대한 버티고 싶었다. 어떻게든 그 좁은 원룸에 더 있고 싶었다.

그게 손해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길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마철을 내쫓고 있었다.

계속되는 유찰은

이제 마철이 6평 남짓한

이 원룸을 떠나야 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지?

다시 전세? 월세?

전세는 무서웠고 월세는 비쌌다.

마철은 그냥 그 원룸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왔다.



"행복주택 예비당첨자님, 이번 회차 계약 대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직접 오셔서 계약 진행하셔야 합니다."


예비 30번.

마철에게 부여된 번호 그 번호는 마철을 기약 없이 기다리게 했다.


몇 달 아니 일 년을 기다렸다.
별 기대 없이 넣었던 청약이었다.

계약 만기가 많았던 건지
포기자가 많았던 건지

어쨌든
그 전화는
마철에게 뜻밖의 탈출구였다.


마철이는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LH로 향했다.

수중의 남은 돈을 가지고 계약을 하러 갔다.


행복주택.


신축, 역세권, 주변 편의시설 모두 갖춘 곳.

월세가 20만 원도 안 되는 가격.


‘행복’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남은 세대는 약 40개.

예비번호를 받은 사람들이 가득 찬 대기실.

스티커가 붙어 있는 동호수 평면도 사이로
마철의 생일과 똑같은 호수가 보였다.


마철이는 자신과 생일이 한 자리만 다른 호수를 골랐다.

마철이 고른 뒤 그 호수는 이미 선점이 되었다는 스티커가 붙었다.

어쩐지 운명처럼 느껴졌다.


처음엔 포근하다고 느꼈지만 이제는 지겨운 그 원룸

침대 하나 놓으면 걸을 자리도 없던 공간에서

드디어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짐은 최소화했다.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했다.

물건을 사며 마음이 들떴다.


전자레인지, 커튼, 이불, 식탁.

하나하나 고를 때마다


"이제 진짜 그 집을 벗어날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리듬이 시작됐다.

마철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오랜 연인인 우산이와 만난 마철.

커피숍에 왔다.

우산은 마철에게 유튜브 링크를 보냈다.


"마철아, 너 요즘 많이 좋아진 것 같아서… 이거 한 번 봐봐. “

– [수익의 80% 저축하세요]


처음엔 코웃음을 쳤다.

"내가 어떻게 80%를 저축해.

자취하는데 커피만 마셔도 몇 만 원인데. “


마철은 스타벅스에서 주문한

헤이즐넛 더블샷을 한 모금 마셨다.




이사를 준비하며 천천히 작은 원룸의 짐을 포장했다.

'집이 이렇게 작았던가...?'


행복주택에 비하면 한없이 작고 낡은 집.


이 집에서 내가 그렇게 힘들었구나.

라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떠올랐다.


행복주택의 거주 조건.


청년이라면 6년.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 1년 더.


마철은

‘6년은 벌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다음은 또 어디로 가야 하지?’


라는 물음도 떠올랐다.


행복이라는 이름.


그 유효기간은 6년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