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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 장마철의 생존일기-14

행복은 작은 소비에서 시작된다?

by 장마철

※ 이 콘텐츠는 창작된 픽션이며 법률·부동산 정보는 참고용입니다.

작품에 포함된 내용은 실제와 다를 수 있으며 정확한 판단은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특정 인물, 단체, 기관과는 무관하며, 법적 효력은 없는 창작 서사임을 명확히 밝힙니다.



전화가 여러 통 왔다.


“선생님, 출근 가능하시죠?”
“이제 외부인 출입이 가능해졌습니다.”
“언제부터 가능하신가요?”


기약 없이 밀렸던 대학병원 강의봉사.
그 강의가 다시 시작되며 마철의 일상은 조용히 복귀되었다.

코로나 시기 외부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던 공간이었다.
그곳의 문이 열리자 마치 세상의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또 다른 변화.


행복주택 26형.


신축. 채광 좋고, 앞에 산이 보였다.
'뻥뷰.'

이자가 3만 원, 월세 6만 원, 관리비 12만 원.
나가는 돈 월 20만 원 남짓.


마철은 그곳에서 ‘다시’ 소비생활을 시작했다.
이전보다 수입도 회복된 듯했고 마음이 풀렸다.


디자이너 브랜드 티셔츠,
폴로, 아미, 아페쎄, 메종키츠네.


당시 유행하던 옷은

마철을 왠지 SNS속 인기인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마철의 유일한 취미인 야구장에도 가기로 했다.
마철의 마지막 유니폼은 구단 30주년 기념이었다.
마철의 유니폼은 몇 년이 지난 구식이었다.

현재 한정판 유니폼 가격은 15만 원.
“레플은 질도 안 좋으니 선수용으로 사자.”
KTX , 야구 티켓, 연인인 우산 포함. 총 10만 원.

유니폼 두 벌에 30만원

총 예상지출이 40만원 이었다.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좋아하는 열무국수를 먹을 생각에 설렜다.


야구장의 열기 그리고 응원가 시원한 안타 홈런

짜릿한 9회 역전 승

마철이 좋아하는 것 들이었다.


주말마다 우산과 함께 성수, 문래, 행궁동으로 데이트도 갔다.


'성수는 구두공장이었는데 저기 대림창고, 어니언으로 시작해서 많이 바뀌었네.'

'문래는 창작촌 아닌가'

'행궁동은 정지영부터 시작이고'


유행에 민감한 마철은 핫플 초창기 시절부터

상권이 변화하는 모습을 봤다.

여기는 될 곳이구나.

다음은 세운상가구나 라며

라며 좋아질 동네들을 탐색했다.

하지만 투자를 할 생각은 없다.

남들 보다 유행할 동네를 찾는게 재밌었고 그걸 맞추는게 좋았다.

내가 뭔가 아는 사람이 된 기분.


식사 한 끼 5만 원.
디저트와 커피 3만 원.
하루 10만 원.


마철이 SNS속 사진 한 장을 위해

지출한 비용이다.


유행하는 옷, 음식, 커피


마철의 행복이 다시 시작된 것 같았다.

많은 소비와 함께.


모은 돈은 적었다.


우산이 말했다.

"마철아 너 지출이 좀 많아진 것 같다?"

마철은 손사래를 쳤다.

“요즘은 다 이렇게 살아.”

“이제 돈도 다시 벌고 행복주택 덕분에 집도 안정적이니 이 정도는 괜찮아.”


우산은 말이 없었다.

마철은 자신이 ‘괜찮은 삶’으로 돌아왔다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단톡방이 요란했다.


마철은 본능적으로 떠올렸다.

'이제 건물이 매각되었구나.'


“안녕하십니까! 건물 매각된 것으로 확인되네요!”
“드디어 탈출인가요?”
“네 오늘 2시 매각기일입니다. 아직 불허신청 없습니다.”

단톡방 사람들의 대화


지난번 매각 취소 이후,
세입자들은 꾸준히 법원 사이트를 모니터링해왔다.


이번엔 법인이 낙찰받았다.

마철은 전화를 걸었다. 법원, 경매00계.

이제 익숙하다.


거칠지만 이제는 익숙한 목소리

"네 경매 00계입니다."


마철이 말했다.

"네 사건번호 00타경000 관계자입니다. 매물이 매각되었다고 하는데 세입자들이 해야할 것은 무엇인가요?"


"배당기일 5일 전부터 정확한 금액 확인 가능합니다. 배당에 이의사항이 있다면 배당기일에 참석해야 배당에 이의 제기 가능합니다. 이의 없으면 참석은 안해도 됩니다. 배당기간은 배당기일~ 0월00일에 경매00계로 방문하여 관련서류를 가져오시면 배당금 수령 가능합니다. 배당기일은 0월00일 2시 예정입니다. "


단호하지만 차분히 담당자는 필요 서류를 말했다.


마철은 또 해야할 일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 마음은 회복했지만

관련된 사건이면 무기력해지는게 사실이었다.


건물을 낙찰받은 법인에 연락을 했다.


마철은 마른 입술로 얘기했다.

"네 안녕하세요 00타경000 건물 세입자입니다. 이번에 낙찰 받으셨다고 해서요."


"네 세입자분이시죠? 2주 안에 집 비우셔야 하고요 집을 비우셔야 명도확인서와 인감증명서를 드릴 수 있어요."



이사비 지원은 ‘입주 중’ 세입자 중 2주내로 이사가는 세입자 한정.

이사를 마치면 관련 영수증을 첨부하면 이사비용을 납부해준다.

30만원 가량.

마철은 이미 이사를 마친 상태였다.

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사비지원을 받을 수 있는건 알았다.

하지만 급하게 이사하는 것 보단 미리 이사한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서류를 준비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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