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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진 Dec 23. 2018

김장 대신 크리스마스 과자

달달한 성탄절

한국에서도 김장을 주도적으로 해본 적은 없어요. 친정 언니네서 거저 얻어오기 민망하니 김장하는 날 가서 속이라도 넣는 시늉은 했죠. 그런데 김장이 당일날도 힘들지만 그전에 준비할 것들이 꽤 많더라고요. 올해는 언니가 빛깔 좋은 고춧가루를 구입했다면서 필요하면 제게도 보내주겠다고 했어요. 작년 여름에 한국에서 가져온 고춧가루가 줄지 않은 채 있어서 괜찮다고 했지요. 언니가 고춧가루 외에도 손이 많이 가는 김장 재료를 준비하는 동안 저는 크리스마스 과자를 구울 재료들을 하나둘 모았어요.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11월 말부터 반 별로 돌아가며 과자를 구워요. 작년엔 멋모르고 호기심에 큰 아이반 작은 아이반까지 총 두 번을 갔는데 어찌나 힘들던지요. 반 아이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매일 하나씩 먹을 충분한 양을 만들거든요. 이번 주 금요일까지 다 먹고 크리스마스 방학이 시작되었어요.

큰아이 반에서 만든 푸짐한 과자

올해는 오누이를 데리고 과자를 구웠어요. 마침 마트에 크리스마스 과자 세트가 즐비하게 나와 있더라고요. 과자 찍는 틀도 사고 계란물 바를 붓도 테디(TEDI)에서 샀어요. 테디는 한국의 다이소 같은 곳인데 1유로 샾이라고 불리는 만큼 저렴한 제품이 많아요. 과자에 토핑 할 Zuckerstreusel과 Zuckerschrift도 샀어요. 오누이가 좋아할 것 같아서요. 역시나 이런저런 무늬를 만들며 좋아했어요. 아래 사진은 학교 도우미로 간 날 찍은 거예요.

Zuckerstreusel

Backmischung 한 봉으로 크리스마스 과자 두 판(Backbleche)이 나왔어요. 작년에 만든 기록을 들춰보면서 감을 잡았는데 쉽더라고요. 과자 도우를 만들다 보니 느낌이 누스에커 만들 때랑 비슷했어요. 우유나 물이 들어가지 않고 달걀 한 개와 녹인 버터로만 반죽을 만들었어요. 반죽은 냉장고에 30분간 넣어두었다가 꺼내서 조몰락조몰락 납작하게 만들고 모양 틀로 찍어요. 접착제로 설탕물 대신 달걀물을 바르고 알록달록 장식 후 오븐에 10분간 구우면 돼요. 


두 판을 구워서 네  식구수대로 나눴는데 오누이는 당일에 다 먹어버리네요. 재료가 남았으니 한 번은 더 만들려고요. 이곳에 어울리는 크리스마스 과자를 구우며 한나절 즐겁게 보냈어요. 김장 날 먹는 보쌈이 끝내줄 텐데 그걸 못 먹는 대신 바삭하게 구워진 과자와 커피 한 잔을 마시려고요. 어느 곳에 계시던 평온한 성탄절 되시길요. 제 글을 구독해주시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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