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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진 Feb 23. 2019

Fasching,  카니발 즐기는 아이들

자의식 벗는 시간


사육제는 기독교 국가에서 부활절이 오기 40일 전에 며칠 동안 벌이는 축제를 일컬어요. 카니발(Carnival)이라고도 하는데 독일어는 Fasching이에요. 사순절(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교회 절기)이 시작되기 전 화려한 의상을 입고 마음껏 먹고 노는 행사로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매년 이맘때쯤 열려요. 아이들은 무슨 복장을 할까 들뜨는 시간이고요. 


보통 때는 굉장히 무뚝뚝하고 모범적인 듯 보이는 사람들이 무슨 축제 때만 되면 마음 놓고 변신하고 흥에 취하는 모습이 놀라워요. 작년까진 딸아이는 한 번은 백설공주 한 번은 엘사 공주 스타일로 원피스를 입었어요. 올해는 한국에서 이모가 보내주신 한복과 보라색 드레스 중 무엇을 입을지 고민에 빠졌고요. 작년 이맘때 4학년이던 큰 아이는 마침 사촌 형에게 물려받은 한복을 입었는데 인기가 좋았대요.


반 아이들이 놀면서 먹을 음식은 행사 전에 뭘 가져갈지 정하고 각자 한 가지씩 핑거푸드로 자발적으로 준비해요. 십시일반으로 준비하니 큰 비용 없이 부담도 없으면서 얘들이 놀다 간식으로 먹기에 충분해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엄마들이 준비해 온 머핀이며 쿠키 과일 꼬치 등 모두 맛있었대요. 수업 없이 계속 춤추고 놀았다면서 신나 해요. 




선생님도 빠삐용, 수녀, 마녀 등 다양한 의상을 입고 덩달아 축제를 즐겨요. 복장이 바뀌면 아니 복장에 따라 용감해지기도 하니까요. 자의식을 내려놓아서 훨씬 유쾌했던 경험이 제게도 있어요. 3년 전에 공부하던 모임 신년회 때 강남스타일 춤을 선보였거든요.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가 뽀글 가발을 준비했고 부끄러운 우린 모두 눈을 가리자며 선글라스를 썼어요. 가발 하나 쓰고 눈만 가렸을 뿐인데 훨씬 과감해졌어요. 폼 잡고 무게 잡던 모습을 하루쯤 쉽게 내려놓게 했어요. 소품 하나 썼을 뿐인데 오히려 기존의 가면이 벗겨지는 기분이랄까요. 


매일 긴장하며 사는 건 아니지만 온 몸에 힘이 들어가 뻣뻣하게 살다가 하루쯤은 나를 잠시 내려놓고 자유롭게 되는 날, 독일의 파싱도 그중 하나인 것 같아요. 아이뿐 아니라 어른인 선생님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서 음악에 몸을 흔드는 모습이 낯설지만 그만큼 자유로워 보여요.


자의식 벗는 시간, 다른 사람이 된 듯 즐기는 분위기가 즐거워맨 정신으로 살기 힘들 때 알코올의 힘을 빌리면 잠시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요. 어른보다 자의식을 쉽게 내려놓는 아이는 음악만 틀어주면 언제 수줍음이 있었냐는 듯이 몸을 흔들고요. 아마도 스트레스가 확 풀렸을 것 같아요. 보는 저도 유쾌했으니까요. 가끔은 몸을 훌훌 털어주는 시간도 괜찮겠어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충전된 에너지로 사순절의 고난쯤은 거뜬히 견디게 될 테니까요.    

아무도 못 알아볼 테니 용감하게 사진 투척, 유쾌했던 어느 날의 추억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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