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유진 Jul 09. 2019

암스테르담, 고흐 박물관

아이와 즐기는 방법

내가 사는 니더작센(브레멘 옆동네)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환전도 시차 적응도 필요 없는 이웃 동네다. 브레멘에서 Osnabruck까지 기차로 한 시간, Osnabruck에서 유로반을 타고 오십 분만에 네덜란드 국경을 넘었다. 네덜란드어가 독일어와는 또 달랐다. 옆 동네인 만큼 날씨는 독일과 비슷하지만 도시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많이 달랐다. 마침 우리가 암스테르담에 머물렀던 성탄절 날씨는 해가 잠깐이지만 떴고, 비가 오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마트나 상점이 문을 닫는 독일과 달리 네덜란드는 연 곳도 많아서 편리했다. 하루에 하나의 미술관에서 충분히 머물렀다. 아이와 동행인만큼 늘 그렇지만 무리한 일정은 지양한다. 잘 먹고 적당히 보고 충분히 쉬는 여행이면 충분하다.


고흐 박물관(https://www.vangoghmuseum.nl/en)은 한 달 반전에 예약했는데도 원하는 날짜 전날까지 매진이었다. 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하고 싶으면 인터넷으로 티켓을 구매하는 게 좋다. 시간대별 인원을 제한하니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를 고르면 된다. 성탄절 아침 열 시 반에 입장했는데 한 삼십 분이 지나니 갑자기 인파가 몰렸다. 그 후 4시간가량 머무는 내내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엄청 붐볐다.


아이와 동행이라면 안내 데스크에서 보물찾기 문제지를 달라고 하면 준다. 가이드 오디오는 한국어가 있는데 보물 찾기는 한글이 없어서 독일어와 영어 중 선택했다. 다행히 오누이가 독일어가 가능하니 이럴 때 유용했다. 미술관 관람을 즐기기 위한 하나의 놀이인 셈이다. 아이가 지루하지 않아야 부모도 부담 없이 누린다.



고흐가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는데 그 이유가 모델료가 비싸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자화상을 그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고흐 작품 중 퍼즐로 한 조각 보여주고 이 퍼즐이 해당하는 작품명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이니 작품도 찾아가며 문제를 풀어야 한다. 성취욕 강한 오누이는 경쟁적으로 문제를 맞히려고 안달이라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보물을 다 찾고 데스크에 가져가면 작은 선물을 준다. 선물은 정말 소박하다. 고흐 박물관은 사진 촬영 금지다. 



사진을 마음껏 찍고 싶다면 고흐 박물관 바로 옆의 국립 박물관(https://www.rijksmuseum.nl/)을 추천한다. 그곳은 실컷 찍을 수 있는 오픈 갤러리다. 5시간을 머물렀는데도 지쳐서 다 못 볼 정도로 규모는 고흐보다 훨씬 크다. 이곳은 가족 퀘스트를 10유로에 미리 신청했는데, 그건 가족이 함께 수수께끼를 맞추는 거다. 이것도 아이는 재미있어했지만 나는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되어 중간에 치웠다. 수수께끼 답을 데스크에 말하면 여기도 작은 선물을 준다. 


오디오 가이드는 꼭 신청해서 보길 추천한다. 스토리를 알면 그림이 훨씬 잘 이해되기에. 고흐에게 영향을 미친 친구 고갱, 그리고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까지.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아는 내용도 많지만 디테일한 이야기를 작품을 직접 보면서 듣는 묘미가 있다. 미술관을 설치한 테오의 아이이자 고흐의 조카가 태어났을 때 선물로 아몬드 나무 그림을 주었다는 대목도 퍽 인상적이고. 농부들의 삶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들의 옷차림, 노동으로 굵어진 손을 애정으로 관찰하고 화폭에 담았다. 프랑스 아를에선 더 나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고민했다. 그의 작품은 시간에 따라 성장하고 세밀한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기 위해 애쓴 흔적도 만났다. 바닷가에서 그린 파도 그림은 물감에 섞인 모래 알갱이는 생생했다.



고흐와 렘브란트 외에도 네덜란드 화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작품뿐 아니라 관람객을 보면서도 체감했다. 암스테르담이 왜 화가의 도시라고 일컬어지는도. 누가 어떻게 무엇을 표현했느냐에 따라 엄청 다른 결과물을 창조한다는 걸 직접 경험한 셈이다. 그 공간에 잠시지만 머물렀다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감격이 몰려왔다. 엄숙하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작품을 관람하는 모습은 미술관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졌다. 유럽에 살아서 좋은 점 하나 두둑하게 챙겼다.


매거진의 이전글 슬픈 봄, 마리타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