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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 김작가 Feb 17. 2021

[서평] 세상의 질문 앞에 우리는 마주 앉아

우리가 읽고 쓰는 이유

집중하는 법을 잃어버린 것 같다.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단 몇 분을 지속하기가 힘들다. sns는 몇 시간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서 말이다. 잠든 순간에도 조급함이 멈추질 않았다. 세상은 계속 무언가 해야 한다 부추기며 동시에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해야 한다 말한다.


어마하게 다양한 경험들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음에도 정작 사람들은 같은 방향을 쫓고 있다.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릴 수가 없다. 마치 담에 걸린 듯 고개가 돌아가질 않는다. 돌리는 순간  흐름에서 도태될까 두렵다. 그런데 이상하지. 답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해질수록 책을 읽고 싶고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상실된 집중은 돌아올 줄을 몰랐다.

4년 전, 아이의 이중언어,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유치원에서의 인종차별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혼돈의 해외 육아 속에서 답을 구하다 만난 책이 룽잉타이의 사랑하는 안드레아였다. 아들과 엄마가 주고받은 편지가 담긴 책이었다. 수도 없이 읽고 또 읽으며 밤을 지새웠다. 그 만남을 시작으로 글을 쓰는 마음이 진지해졌다. 아이가 어리니 편지 대신 아이와 주고받은 말과 우리가 함께 걸어온 이야기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글쓰기는 나를 위한 일이었다. 나의 글이 필요한 사람은  누군가보다 나였다.


@yeolmaehana

그리고 오늘 새벽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이번엔 엄마와 딸이 주고받은 편지다. 아이 둘을 재우다 깜박 잠이 들었다 새벽에 깼다. 책을 펼치고 앉아 정말 오랜만에 동이 틀 때까지 책을 읽었다. 아름다운 책이었다. 책을 읽고 있으면서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덮으며 간절히 글이 쓰고 싶다고 생각했닽 

요엘이는 정말 멋진 작가가 될 거다. 독자의 마음에 나의 언어로 글을 쓰고 싶다는 불꽃을 지펴줬으니 말이다.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읽고 싶었지만 멈추기가 더 아쉬워 끝까지 읽어버렸다. 새벽의 한기 때문인지 아름다운 글에 대한 부러움 때문인지 몸이 떨렸다.  이 글의 아름다움이 셀 수 없는 책 읽기와 글쓰기가 만들어낸 사유의 결실임에 생각이 닿자 행복해졌다. 비로소 읽고 쓰는 일로 되돌아갈 이유를 찾았다.


다시 잠들지 못하고 한국에 머물고 있는 남편에게 책 속에 등장한 책 목록을 적어 보냈다.

직관적이고 자극적으로 보이는 기술이 유용해 보였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은 무용해 보였다. 그 시간에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중력을 잃은 것이 아니었다. 집중할 곳 자체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었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교장선생님이 말했다.


“아이들 앞의 돌을 치우지 마세요. 아이들은 어려움과 머물며 올바른 질문을 하는 법을 배워야만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려움은 극복해야 한다고 돌은 치워버려야 한다고만 배웠지 질문을 하는 법은 배우지 못했기에 벗어나고 이겨낼 방법만을 찾아다닌다. 집중하지 못한 것은 시대의 흐름을 놓치면 안 된다는 불안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 할 용기가 없어서였을까?

뭐든 상관없다.

책을 덮자 올바른 질문을 마주하고 싶어졌다.

올바른 질문에 가까이 다다르기 위해 다시 읽고 쓰고 싶어졌다.


책 속에 몇 번이나 등장하는 이탈리아 작가들을 만나며 두 작가의 이탈리아에 대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어서 빨리 이탈리아의 작은 책방에서 세 여자가 함께 보물을 찾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 날이 오면 나는 얌체처럼 몰래 이미 그들이 찾아놓은 보물을 살짝이 담아올 생각이다.


written by iand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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