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마 김작가 Nov 05. 2022

베네치아에서 우리가 배운 것

불행이 무한정이라면 운도 무한대야

이안, 이도와 베네치아에 다녀왔다. 11월 1일은 모든 성인을 위한 가톨릭 축일로 이탈리아에선 휴일이다. 주말과 이어지는 이 연휴 기간을 기회 삼아 베네치아로 향하는 티켓을 미리 구입해 두었다. 여행에 앞서 망설이는 스타일이 아니데 이번만큼은 쉽게 결정을 하지 못했다. 남편 없이 혼자서 아이들을 데리고 많은 곳을 다녔지만 모두가 지인이 있는 곳으로의 여정이었다. 이번 베네치아행은 온전히 우리 셋만이 함께하는 첫 여행이었다. 베네치아는 연휴에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비엔날레까지 겹쳐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베네치아 내에선 유일한  운송 수단인 바포레토라는 배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하는데 탑승을 위해 매번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한 번은 바로 우리 앞에서 탑승인원이 가득 차서 배에 오르지 못했다. 이미 30분을 넘게 기다린 상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대의 배가 더 도착했는데 그 배는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이안, 우리 정말 운이 좋다. 앞의 배를 놓친 덕분에 이렇게 편하게 배를 타게 되었잖아.”

“엄마,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우리의 행운을 다 써버리면 어떡해?”

“왜 행운만 생각해? 배를 놓친 건 불행이었잖아. 그러니까 엄마 말은, 총량은 없다고. 불행도 행운도 계속 채워진다고.”



다음 날은 무라노와 부라노 섬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무라노에서 부라노 섬으로 이동하는 배를 기다리는데 역대급으로 줄이 길었다. 세 번의 배를 보냈다. 다음에 배가 도착하면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될 터였다. 그런데 배고픔을 참고 참던 이도의 짜증이 폭발했다. 어르고 달래도 속수무책이었다. 하필 근처에 간단하게 간식거리를 살 곳이 보이지 않았다 뭐라도 살려면 거리가 조금 떨어진 광장으로 가야만 핬다. 아이 둘을 세워두고 달려갈 생각했지만  그 사이 배가 도착한다면 아이 둘이 당황할 것이 뻔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참자.. 아무리 달래도 이도의 짜증이 좀처럼 멈추지 않자 슬슬 화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이안이가 자신이 뭐라도 사서 오겠다며 달려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배가 보였다. 돌아오지 않는 오빠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고개 숙인 이도는 ‘내가 배고프다고 했지… 뭐 사 오라고 하지는 않았지…’ 연신 미안함에 중얼거렸다. 그리고 저 멀리 환하게 웃으며 뛰어 오는 이안이가 보였다. 이안이가 손에 쥔 종이 봉투에는 이도가 가장 좋아하는 비스킷 두 개가 담겨있었다.


“뭐야? 이도 것만 사 왔어? 너는? 네가 먹고 싶은 것도 사 오지 그랬어.”

“난 배 안 고파.”


무심히 말하며 이안이는 허겁지겁 비스킷을 먹는 이도의 손에 묻은 슈거파우더를 털어주었다. ‘맛있다’를 연발하던 이도가 말했다.


이안이 어른이네. 어른.




"이안, 엄마가 이야기 하나 해 줄까? 어떤 사람이 바다에 빠졌어. 그는 신에게 간절하게 기도했어. 제발 구해주세요. 한참이 지나고  배가 왔어. 어서 이 배에 타세요. 그가 말했어. 그냥 가세요. 신이 구하러 올 거예요. 그리고 또 다른 배가 왔어. 그는 이번에도  신이 구하러 올 거라고 배를 타지 않았어. 그리고 결국 바다에 빠져 죽었어. 그는 저승에서 신을 만났어. 그는 원망하며 말했지. 제가 그렇게 간절하게 기도했는데 어째서 저를 구하지 않았나요? 신이 말했어. 내가 널 구하려 두 번이나 배를 보내지 않았느냐. 이안, 넌 이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 같아? 이 이야기가 말하는 게 뭘까?"


"음… 신을 너무 믿지 마라? 신에게 너무 바라지 마라? 그러니까 그 사람은 생각했겠지,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고 천사나 유니콘이 와서 구해주는 거 같은걸 생각한 거 아니야? 그 사람은 신이 자신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구하러 올 거라고 생각한 거야. 그런데 배가 왔잖아. 그러니까 신에게 너무 바라지 말라고 한 말은 기회가 있을 때 무조건 해야 한다고.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해줄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된다는 거지."


"우리가 부라노에 가는 배를 기다릴 , 이도가 배가 고프다고 짜증을 냈잖아.  상황에서 우리가   있는  선택을  가지를 생각해   있었어. 엄마도 너도  같이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거지.  번째는 엄마가   이도를 두고 먹을 만한 것을 사러 가는 거지. 세번째는 네가 사러 가는 거였어. 마지막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지. 이도의 짜증을   척하는 거야. 솔직하게 엄마는 너에게 혹시 이도가 먹을만한 것을    있겠냐고 묻고 싶었어. 그런데 못하겠더라고. 너도 아직 9살인데 그리고 너도 배가 고플 텐데 네가 오빠고 지금 아빠가 없으니까 희생하라고 하는  같아서. 그런데  스스로 선택해서 달려갔다 왔어.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이도는 맛있는 것을 먹고 행복해졌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게 되었고 이도는   사랑하게 되었어. 무엇보다  어른이   같은 기분에 행복해졌어. 엄마는 우리 셋이 앞으로  많은 여행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행복했어. 음엔 이도의 짜증이 불행 같았는데 오히려 우리 모두에게 상상도  했던 행운이 벌어졌어. 아니, 네가 만들어냈지.


그러니까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은, 불행처럼 보이는 모든 것이 신이 주는 기회라는 거야. 그 기회에서 선택은 우리만이 할 수 있어. 앞 서 이야기한 네 가지 선택 중 함께 짜증내기를 선택했다면 우린 이 여행을 지겹게 배를 기다리던 짜증 투성이의 여행으로 기억하게 되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오히려 멋진 순간이 되었잖아. 네가 선택해서 이뤄낸 거야. 그러니 넌 불행을 행운으로 만드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인 거야. 더 놀라운 건, 그때 네가 이도에게 비스킷을 사 온 이후부터 베네치아를 여행하는 동안 배를 기다리며 이도는 한 번도 짜증을 내지 않았어.


믿어야 해. 우리가 살아가며 만나는 모든 것이 신이 주는 기회야. 불행은 운이 나쁜 순간을 만났다는 의미가 아니야. 겉으로만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야. 우리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뜻이야. 사람들은 행운을 만났을 땐 선택을 생각하기 힘들어. 그 행운을 계속 가지고 있고 싶어서 오히려 선택을 망설이지. 행운이 좋아서 새로운 선택을 할 마음이 약해지거든. 사람은 불행이 닥쳐야 선택을 고민해. 우린 살면서 끊임없이 불행을 만나. 그러니까 운은 절대 다 쓸 수 없어. 불행은 행운을 만드는 기회와 같은 말이니까. 불행이 무한정이라면 운도 무한대야. 그러니까 신이 끊임없이 기회를 준다는 것을 믿어야 해. 그리고 우리가 행운을 만드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해. 아니, 우리 믿자. 그러자."



writen by iandos
매거진의 이전글 이탈리아 초등학교 1학년 : 언어치료를 시작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