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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넌 박재범이 아니야

그러니까 그걸 틀리면 완전 깬다고.....

by 로마 김작가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어린이 섹션에서 아이들 책을 고르다 무심결에 바라본 글귀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MAMMA LINGUA : storie per tutti nessuno escluso
by Graziella Favaro


모국어 :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모두를 위한 이야기
by 그라찌엘라 파바로


부모의 나라가 아닌 부모가 선택한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집에선 부모의 모국어’‘학교에선 살고 있는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는 두 아이를 키우며 이중언어의 장단점을 온몸으로 느꼈다. 무심코 읽게된 도서관 한편의 글 속엔 그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두 아이를 이탈리아에서 키우며 한국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한국말로 대화함에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이다. 만 3세 이전까지가 아이에게 모국어를 인식시키는 시기였다면 만 5세까지는 아이가 모국어를 사용하는 무의식적인 당위성을 부여하여 유지시키는 시기였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모국어를 견고하게 성장시키는 시기의 연속이었다. 두 아이는 어느덧 초등학생이 되었다. 듣기만으로 본능적으로 습득되던 모국어가 글쓰기로 각인되고 읽기로 진보되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내년이면 첫째는 중학생이 된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의 생으로 전화되는 것이다.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는 확연히 다른 언어의 밀도가 존재한다. 아이들의 한국어가 아이들의 나이에 맞게, 더불어 이탈리아어의 성장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선 부모의 노력과 함께 아이들의 노력도 병행되어야만 한다. 문제는 아이들의 노력의 8할은 부모의 피땀눈물이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중언어를 구사함에 가장 큰 수혜자는 아이 그 자신이겠지만 아이의 모국어 사용에 있어 가장 간절한 이가 부모일 테니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팔 수밖에.


도서관에서 발견한 글을 하나 둘 읽어나가며 이안도 남매의 사례에 비추어 이 내용들을 정리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이안이의 1살부터 6살까지의 언어를 기록했다. 그 기록이 이안도 남매의 이중언어 기록 1.0이었다면 앞으로의 기록은 2.0 버전이 되겠다.



최근 로마의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한국인이고 배우자도 한국인이다. 그녀의 아들은 이탈리아에서 자랐지만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현재 이탈리아 대학생인 아들이 종종 너무나 기초적인 한글 맞춤법을 틀릴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그녀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했다.


“이런 기초적인 맞춤법을 틀리면
한국 사람들은 완전 깬다고,
특히,
‘ㅔ, ㅐ' 이런 건 틀리면 아주 곤란해.”


상상해 보라.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대에게서

{널 좋아헤.} 라고 라고 쓰인 손 편지를 받는 상상을.


이런 생각들 때문일까? 유튜브가 기가막힌 영상을 추천했다. (알고리즘은 진정 관심법을 쓰는 것인가?) 무튼, 추천한 영상은 박재범의 한국말실수였다.


보는내내 입고리가 내려올 줄을 몰랐다. 세상에, 너무 귀여웠다.


하지만 명심해야만 한다.


내 아들, 딸은 박재범이 아니다. 엄마 눈엔 박재범보다 더 잘생긴 아들, 딸 아니냐고? 아니다. 내 눈에도 박재범이 훨씬 더 잘 생겼다.



미안하다. 박재범 앞에선 웃었지만 너희 앞에선 차마 웃지 못하고 지적질하고 싶은 욕망에 속절없이 사랑이 흔들린다. 어쩌겠니, 엄마는 살짝 까달럽고 말을 너무 많이 바꾸는 사람인 걸. 그래도 엄마는 너희를 아주 살랑하지. 그러니 이 엄마는 오늘도 내 모국어를 너희들의 모국어로 만들어주려 피땀눈물 흘려야지.




모국어 :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모두를 위한 이야기

by 그라찌엘라 파바로


1. 모든 아이들에겐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 아이들이 듣고 말하고 상상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유지되고 공유되는 이야기들은 살아나갈 집에 되고 피난처가 되고 의지할 닻과 돛이 됩니다.


2. 이민 가정의 아이들은 부족한 어휘로 자라날 위험이 있습니다.

: 이민 가정의 자녀들은 적은 적은 이야기와 함께 자라날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로 발생됩니다. 이주한 나라의 조부모 세대와 친척의 부재, 부모의 스토리텔링에 할애할 시간의 부족, 모국어로 된 어린이 책과 언어 자원의 부재 또는 부족 등의 이유입니다.


-> 다음 글의 내용이 될 것 같다. 언어라는 것이 단순이 말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역사와 정서는 물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속담 등) 서사가 채워져야 한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크게 느껴진다.


3. 어떤 언어로 설명하나요?

: 이민가정의 부모의 모국어에 대한 의지는 아이에게 말하거나 읽어주는 언어의 선택과 관련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에는 자녀에게 모국어를 물려주고자 하는 의지와 욕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그들은 자주 모국어를 버리고 제2의 언어(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나라의 언어)를 선택하라는 의지와 상충되거나 상반되는 의견을 접하곤 합니다.


4. 모국어는 집이고 가족입니다.

: 많은 교육자들과 학자들은 여전히 아이들이 이중 언어를 구사할 수 없다고 믿으며 결과적으로 이민자 부모에게 모국어를 버리라고 조언합니다. 이는 세대 간의 언어 단절뿐 아니라 빈곤한 언어를 전달할 위험이 있습니다. 모국어는 집과 같습니다. 입고 벗는 옷이나 장갑이 아닙니다. 모국어는 역사와 개인의 정체성에 깊이 스며듭니다.


5. 모든 언어가 중요합니다.

: 언어에는 순위가 없습니다. 모두 소중하고 물려줄 가치가 있습니다. 이중언어로 성장하는 것은 기회를 나타냅니다. 이는 더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개발하고 다른 언어를 더 쉽게 배우고, 세상에 대한 다른 관점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2 외국어로서의 이탈리아어의 양질의 학습은 학교의 과제이자 목표입니다. 가정의 임무는 풍성한 이야기 환경을 조성해 모국어 전달과 발달을 위한 조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6, 타지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추가적인 선택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 이주라는 맥락에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집요함과 인내심을 가지고 모국어로 의사소통을 유지하는 것 이외에도 어린이에게 일상적이고 흥미로운 풍부하고 매력적인 이야기 자극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야기와 즐거움 덕분에 아이들은 어휘력을 풍부하게 함으로 언어를 구조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7. 책과 이야기로 가족 환경을 풍요롭게 하십시오.

: 타지에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노력을 지지하고 그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가족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고 확장시키기 위해 모국어로 된 자원, 책, 자료 및 언어 자원에 의존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나라 안에서 공동체가 형성된다면 가능한 일이지만 이민자 가정이 흩어져있고 고립된 경우라면 어려움을 겪습니다.


-> 로마한글학교 한국문화원 등 로마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매주 아이들이 한국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방법이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한인들이 거의 없는 나라 혹은 지역에선 부모의 모국어에 대한 의지에 비해 그 기회가 너무나 부족한 현실이다.


8. 도서관에 있는 모국어 책의 존재는 모국어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를 심어줍니다.

: 가치 있는 장소로 인정받는 공공 도서관에 모국어로 된 책이 있다는 사실은 이민자 가정에서 자녀에게 종종 무시되거나 평가 절하되는 부모의 언어의 가치를 높이고 자신들의 소속에 대한 즉각적인 각성을 제공합니다. 동시에 그 존재는 모든 언어의 문화가 가치 있다는 상징적이고 중요한 메시지를 아이와 부모에게 전달합니다.


-> 이안도가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한국어를 발견하거나 한국어 책을 발견하는 순간 크게 감동했던 일이 떠오른다. 최근 로마의 가장 큰 프랜차이즈 서점에 한국 콘텐츠 코너가 생겼다. 국내에서 누구나 알 수 있는 초특급 베스트셀러가 아닌 상대적으로 해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여겨졌던 서적들의 이탈리아 번역본도 종종 접하게 된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BTS의 노래만큼 서점과 도서관에서 만나는 한국의 존재는 아이들이게 상상이상의 자부심을 가져왔다.


9. 모국어 스토리텔링은 제2 언어 습득도 지원합니다.

: 가족 내에서 모국어로 의사소통이 잘 된 아이는 일반적으로 자존감도 더 커지고 모국어를 잊지 않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이탈리아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녀가 모국어로 쌓은 기술(코드)은 새로운 언어로 전환되는 프로세스로 작동합니다. 이는 새로운 언어를 모국으로 전환시키는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모국어로 된 이야기와 설화들을 저장하고 보관한 어린이는 더욱 쉽게 새로운 이야기를 교환하고 공유하게 됩니다.


10. 모국어와 자라나는 나라의 언어 사이에 다리 놓기

: 서사와 이야기는 유년시절을 연결하고 커뮤니티 안의 서사를 키워주는 다리와 실이 됩니다. 책과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진 모국어의 영역은 자라나는 나라의 언어에서 새로운 표현과 단어를 자라나게 합니다.



written by iand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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