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두려워 처음을 잃어버린 어른이 된 것은 아닌지

시로 쓰는 육아일기

by 진아

우리는 모두 잊고 산다



우리는 모두 잊고 산다
우리가 얼마나 수많은 실패를 딛고 선 사람인지



제 몸 하나 뒤집는 일
제 손으로 책장 한 장 넘기는 일
제 다리로 제 몸을 일으켜 세우는 일
제 발로 세상을 향해 한 발짝 내딛는 일



너무나 당연한
그래서 사소한 그 일들을 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견뎌내었는지
우리는 모두 잊고 산다



우리는 모두 잊고 산다

우리가 얼마나 수많은 찬사를 받고 선 사람인지



겨우 제 몸 하나 뒤집는 일

겨우 책장 한 장 넘기는 일

겨우 제 몸 하나 세우는 일

겨우 제 발 한발 내딛는 일



너무나 당연한

그래서 사소한 그 일들을 해내었음에

얼마나 많은 찬사를 받았는지

우리는 모두 잊고 산다



우리는 모두 실패로 쌓아 올린 생을 산다

우리는 모두 찬사로 다듬어진 생을 산다

우리는 모두 그것을 잊고 산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수많은 '첫'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어떤 첫 순간도 쉬운 순간은 없다. 아이는 몇 날 며칠을, 어떤 일은 수달에 걸쳐서 도전하고 실패하며 기어이 첫 순간을 맞이한다. 결코 되돌아 가는 일은 없다. 오로지 도전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할 뿐이다. 그러다 첫 순간을 맞이하면 엄청난 찬사를 받는다. 하지만 아이는 우쭐하지 않는다. 또 다른 첫 순간을 준비할 뿐이다.



아이를 키우며 깨달았다.

우리는 수많은 실패를 딛고 선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 실패의 순간마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또 격려를 받으며 다시 일어섰다는 사실을.

끝내 맞이한 첫 순간에는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그렇게 실패와 찬사로
쌓아 올린 시간들을 모두 잊고,
실패가 두려워 처음을 잃어버린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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