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개며 하루를 갠다

시로 쓰는 육아일기

by 진아

빨래를 개며


어둠조차 잠든

깊고 고요한 밤
네 식구의 하루치 빨래가
뽀송하게 마른 채

거실 매트 가득 어지럽게 펼쳐져 있다


수건 한 장을 펼쳐
반에서 반으로, 다시 한 번 반으로

반듯하게 갠다
형체 없이 구겨져있던 수건들을

모두 같은 모양으로 개어 가지런히 쌓는다



아이들 옷을 찾아

위아래 짝을 맞춘다

윗옷 속에 아래 옷을 감싸

동그랗게 갠다

이건 우리 아들 옷, 이건 우리 딸 옷

한 벌 두 벌 뒤섞이지 않도록 줄을 세운다



신랑 옷을 개려고 손에 드는 순간
곁을 지나던 신랑이

제 옷을 골라 방으로 가져간다
네 식구의 빨랫감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거실을 지키던

내 옷을 마저 갠다



엉겨있던 빨래들이

저마다의 모양으로

가지런히 개어진다



빨래를 개면서
지나간 하루를 함께 갠다
이 수건으로 아이들의 몸을 닦았지
이 옷을 입은 첫째가 놀이터를 내달렸어
이 손수건으로 코찔찔이 둘째의 콧물을 닦았고
이 양말을 신은 우리 부부가 아이들 곁을 따라 걸었지
하루의 장면들이 두서없이
머릿속에 엉키다가
개어지는 빨래처럼 차곡차곡
제 자리를 찾는다


빨래를 개면서
하루를 갠다
모서리를 맞추어

반듯하게 갠다
차곡차곡 겹겹이
가지런히 갠다




하루의 마무리는 대개 빨래를 개는 일이다. 아이들을 재우기 전 미리 세탁기를 돌리고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건조기를 돌린다. 한 시간 사십 분, 건조기가 돌아가는 동안 어질러진 집안을 정리하고 책을 좀 보다가 일기를 쓴다.


건조가 마무리되었다는 알림음이 들린다. 네 식구가 종일 입고 닦아서인지 하루치 빨래가 꽤 많다. 건조기에서 꺼내어 거실 바닥에 펼쳐 놓으니 수건에 아이들과 우리 부부의 옷까지 한가득이다. 종류별로 대충 구분을 한 뒤 차곡차곡 빨래를 갠다. 개어진 빨래들을 제자리에 넣고 나면 하루가 끝난다.


빨래를 갤 때마다 이 귀찮은 걸 대신해주는 기계는 누가 안 만드나, 생각했었다. 많은 양의 빨래를 분류하는 것부터 일일이 개어서 제자리에 집어넣는 일은 꽤 많은 수고가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의 옷을 개는데, 아이들과의 그 날 하루가 한 편의 영화처럼 떠올랐다. 한참동안 옷을 만지작거리며 그 하루를 떠올리다 보니 빨래를 개는 일이 그저 귀찮기만 한 일은 아니구나 싶었다. 빨래를 개는 일은 하루를 잘 펼치고 매만져 귀하게 정돈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잘 정돈된 빨래처럼 지나간 하루도 마음속에, 기억 속에 귀하게 정돈하여 고이고이 넣어두고 싶다. 시간이 지나더라도 쉬이 잊히지 않도록.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실패가 두려워 처음을 잃어버린 어른이 된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