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시로 쓰는 육아일기

by 진아

숨바꼭질



비에 가려졌던 긴 여름 해가 다 넘어가고

가늘어진 빗자락에 어둠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하루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뜬금없이

둘째가 침대 시트 아래 몸을 숨기더니

“꼭꼭, 꼭꼭”

짧은 말로 신호를 보냈다

그 신호는 첫째에게로 가닿아

긴 노래로 이어졌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도리 없이

아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거실을 벗어나

안방 옷장 속에 몸을 숨겼다.



“찾는다!!”

아이의 분주한 목소리가

집안 여기저기에 발자국을 남기는 사이

아주 잠시 동안,

이대로 조금만 더 숨어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껏 몸을 웅크렸다

빼꼼히 열린 옷장 문을 끌어당겨 어둠 속에 나를 숨겼다



오늘

정말

힘든

하루

였어

생각하는 찰나,



“찾았다!!!!”





유난히 힘든 하루였다. 첫째는 미운 네 살에 걸맞게 "싫어!" 병이 걸려서 무슨 말만 하면 "싫어, 싫다구!"를 연발했다. 둘째는 미운 18개월(엄마들 사이에서는 괜히 18개월이 아니라는 웃지 못할 말이 나도는 개월 수이다)이 되어 종일 떼쓰고 울고 그치고 다시 떼쓰고 울고 그치고의 반복이었다.

온 에너지를 다 쏟고 나니 해가 지고 있었다. 이제 슬슬 집안을 정리하고 동화책을 좀 읽다가 재워야겠다고 생각하는 차에 뜬금없이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

첫째의 노랫소리에 맞춰 숨을 곳을 찾다가 순간 이대로 5분만, 아니 3분만 아무도 나를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꼭꼭 숨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 봐야 아이들의 손바닥 안인 엄마라 금세 들키고 말 테지만
아주 잠시라도 꼭꼭 숨어버리고 싶은, 참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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