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엄마가 생각나는 밤

시로 쓰는 육아일기

by 진아

엄마 생각



베갯머리에 제 머리 기대어

눈을 가물거리던 딸아이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제 무릎을 꼭꼭

주무르기 시작했다



“봄아, 다리가 아파? 엄마가 주물러줄까?”

아이는 대답 대신

내 손을 끌어 제 무릎에 얹더니

다시 스르륵

베개 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아이의 다리는 한 손에 포옥 감겼다

몰캉몰캉 말캉말캉

언제 이렇게 살이 붙었누

손바닥 그득히 닿는

보드라운 살결의 감촉,

눈을 감고 곁에 누워

가만히 주무르고 있자니

울 엄마 생각이 났다



평생에 내가 주물러본 다리래 봐야

내 다리

내 새끼 다리

그리고 울 엄마 다리



엄마 다리 언제 주물러 봤더라

몇 년은 더 되었겠지

엄마 다리의 감촉을 떠올렸다

뼈에 겨우 가죽만 붙어,

내가 주물렀던 게

엄마의 다리였던지

나목(裸木)의 가지였던지



갑자기 죄스러운 마음에

애먼 딸아이의 다리만

자꾸 주물렀다

꼭꼭

꼬옥꼬옥

꼬오옥꼬오옥ㅡ





아이를 키우다 보면 엄마 생각이 날 때가 많다. 혼자서 두 딸을 키우느라 당신의 삶은 한순간도 없었던, 울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린다. 엄마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도 위로할 수 없고, 어루만질 수 없어서 더욱 죄스러운 밤, 엄마가 곁에 계셨다면 앙상히 마른 다리를 꼭꼭 주물러 드렸을 텐데.


엄마, 건강하셔야 해요. 제가 더 잘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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