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은 하늘색이 아니다

시로 쓰는 육아일기

by 진아

하늘색은 하늘색이 아니다



색칠 놀이하던 아이가 물었다

“엄마, 이 색깔 이름이 뭐예요?”

“어디 보자, 하늘색!”

아이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

“하늘색 아닌데요?”

“맞아. 하늘색이야.”



제 손에 놓인 작은 크레파스 내려놓으며

창밖으로 눈 돌린 아이가 외쳤다

“엄마, 하늘은 이 색깔 아니에요. 보세요!”

아이의 손가락 끝에 걸린 해질녁의 하늘,

그랬다

하늘색은 하늘색이 아니었다



창 너머 저녁 거미 내려앉은 하늘이 보였다

연분홍 해 그림자

흐르는 먹색 구름의 무리

구름 따라 드리우는 연보라 빛깔

먼 곳에서 밀려드는 검푸른 어둠

그제야 하늘색 아닌 하늘이 눈에 가득 담겼다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하늘은 하늘색

하늘색은 하늘의 색

그것은

아이의 작은 손가락 끝에서

한순간, 산산조각이 났다



오늘도

밖의 아이는

안의 나를

두드린다

..

자꾸만 자꾸만

똑.똑.똑.




아이를 키우며 생각하지 않던 것들을 생각하고, 의심하지 않던 것들을 의심하며, 궁금하지 않던 것들을 궁금해하는 일이 많아졌다. 하늘색은 그저 하늘색이라고 생각하며 살던 내게, 하늘은 그런 색이 아니라고 알려주는 아이가 있어서 참 감사하다. 아이 덕에 틀 밖으로 자꾸만 빼꼼히 고개를 빼보게 된다.


아이에게 배운다. 아이가 스승이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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