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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은 하늘색이 아니다
시로 쓰는 육아일기
by
진아
Sep 5. 2020
하늘색은 하늘색이 아니다
색칠
놀이하던
아이가 물었다
“엄마, 이 색깔 이름이 뭐예요?”
“어디 보자, 하늘색!”
아이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
“하늘색 아닌데요?”
“맞아. 하늘색이야.”
제 손에 놓인 작은 크레파스
내려놓으며
창밖으로 눈 돌린 아이가 외쳤다
“엄마, 하늘은 이 색깔 아니에요. 보세요!”
아이의 손가락 끝에 걸린
해질녁의 하늘,
그랬다
하늘색은 하늘색이 아니었다
창 너머 저녁 거미 내려앉은 하늘이
보였다
연분홍 해 그림자
흐르는 먹색 구름의 무리
구름 따라 드리우는 연보라
빛깔
먼 곳에서 밀려드는 검푸른 어둠
그제야
하늘색 아닌 하늘이
눈에 가득
담겼다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하늘은 하늘색
하늘색은 하늘의 색
그것은
아이의 작은 손가락 끝에서
한순간, 산산조각이 났다
오늘도
틀
밖의 아이는
틀
안의 나를
두드린다
똑
.
똑
.
자꾸만 자꾸만
똑.똑.똑
.
아이를 키우며 생각하지 않던 것들을 생각하고, 의심하지 않던 것들을 의심하며, 궁금하지 않던 것들을 궁금해하는 일이 많아졌다. 하늘색은 그저 하늘색이라고 생각하며 살던 내게, 하늘은 그런 색이 아니라고 알려주는 아이가 있어서 참 감사하다. 아이 덕에 틀 밖으로 자꾸만 빼꼼히 고개를 빼보게 된다.
아이에게 배운다. 아이가 스승이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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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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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교실은 살아 있다
저자
학교와 수업 이야기, 책 리뷰와 일상에세이를 주로 씁니다. 궁극적으로는 작가의 삶을 살고 싶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고등학교 국어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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