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이미 지나간 어느 밤부터 너는 내 가슬가슬한 눈썹을 만지작거리며 잠이 들었고 나는 그런 네 손등을 검지 손가락으로 쓸어가며 잠이 들었지
가끔, 꽤 오랫동안 잠들지 못한 네가 내 눈썹을 만지작거리는 통에 덩달아 잠들 수 없을 때
그런 어떤 밤,
그만 나는 봄아, 엄마 아파 그만해 어둠을 가르는 날카로운 한 마디로 보드라운 네 손등을 거칠게 뿌리치기도 했어 그러면 너는 공갈젖꼭지 문, 그 작은 입으로 "네" 대답하고는 이내 다시 어둠 속에 묻힌 내 눈썹을 찾아 손을 뻗었지
그러고 보면 너와 내가 서로를 향해 나란히 누운 채로 너는 내 눈썹을
나는 네 손등을
쓸며 잠을 청하는 밤이 얼마나 남았을까 아직 다가오지 않은 어떤 밤에 네가 문득, 내게서 등을 돌리고 잠이 든다면 난 홀가분할까 서운할까
아직은 너와 내가 마주한 채 잠드는 이 밤을 충분히 사랑해야겠어 머지않은 어떤 밤에괜스레
이미 떠난 네 손길 그리워 잠든 네 손을 내 눈썹 언저리에 가만히 가져다 볼지도모를 일이니
지금, 오늘, 이 밤을 충분히
사랑해야겠어
참 신기한 잠버릇이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둘째는 아주 조그만 아가였을 때부터 내 눈썹을 만지며 잠이 들었다. 무슨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잠이 오면 꼭 내 눈썹을 찾아 손을 뻗었다.
그렇게 잠드는 순간까지 눈썹을 내어주어야(?) 하다 보니, 일찍 잠이 들 땐 또 몰라도 오래 뒤척일 땐 정말 눈썹이 다 뽑힐 것만 같다. 어둠 속에서 수 분을 그러고 있다 보면 아프기도 하고 가끔은 그 작은 손길이 귀찮기도 해서 손을 뿌리친 적도 있었다. (딸.. 미안..)
가끔 육아가 버거운 순간마다 내가 외는 주문이 있는데, 바로 "그래 봐야 얼마나 남았겠어"이다. 그 작은 손길을 오롯이 받으며 저나 나나 잠들 날이 남아봐야 얼마나 남았을까 생각하니, 그깟 눈썹쯤 못 내어줄 것도 없다 싶다.
어쩌면 이미 이 길을 지나간 선배들이 종종 하는 말, "그때가 좋을 때야"속 '그때'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 밤에도 이어질 아이의 손길을 감사히 받아야겠다.
봄아, 그래도 조금만 살살 만져주면 안 될까? 엄마 눈썹이 남아나질 않겠어..
졸리면 제 눈썹도 만지고, 오빠 눈썹도 만지는 우리 딸 그 중에서 가장 좋은 건 엄마 눈썹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