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말에는 말맛이 살아있다

시로 쓰는 육아일기

by 진아

나는 일상, 너는 여행



내가 세수하는 곁에서

너는 "어푸어푸 하꺼야" 하고

내가 양치하는 동안에

너는 "치카치카" 네 칫솔을 찾는다

내가 요리를 하고 서있으면

너는 내 냄비를 꺼내 "보글보글 해야지" 하고

내가 "밥 먹자" 하면

너는 "맘마 꼬꼭" 하며 식탁 앞에 앉는다

내가 그림을 그리면

너는 이내 다가와 "쓱싹쓱싹" 하며 자리를 잡고

내가 능숙하게 가위질을 하면

너는 어설픈 손짓으로 "싹둑싹둑"거리며 종이를 자른다

내가 네 귀에 귓속말하면

너는 내 귀를 당기며 "엄마, 소곤소곤하자" 하고

내가 "이제 그만 자야지" 하면

너는 "코오- 코오-"하며 이부자리에 눕는다



추상의 단어 속에 사는 나

구체의 단어 속에 사는 너

그래서 나는 매일이 일상이지만

그러니 너는 매일이 여행인 걸까




아이들의 책을 읽어주다 보면 이렇게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았나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처음 말을 배우는 아이들일수록 의성어와 의태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나도 아는 대로 써오긴 했지만, 내가 미처 모르던 혹은 이미 기억 저편으로 잊혔던 단어들이 얼마나 많은지! 놀라고 또 놀란다.

의성어가 참 많다. 다 아는 단어들인데, 아이를 낳기 전에는 입밖으로 꺼내본 기억이 없다.

그렇게 소리로, 모양으로, 행동으로 말을 배우기 시작해서인지 아이들은 일상 속에서도 추상적인 단어 대신에 의성어나 의태어를 사용할 때가 많다. 양치질도 치카치카, 세수도 어푸어푸, 그림 그리기도 쓱싹쓱싹……. 사물의 이름도 자동차 대신 ‘빵빵이’, 공룡 대신 ‘크아(공룡 울음소리인 듯하다)’, 새 대신 ‘짹짹이, 깍깍이’, 고양이 대신 ‘야옹이’, 강아지 대신 ‘멍멍이’, 생쥐 대신 ‘찍찍이’, 닭 대신 ‘꼬꼬’, 토끼 대신 ‘깡총이’ 등등 모두 의성어로 부른다.


나의 언어와 아이의 언어를 비교해보니 내 언어는 말맛이 전혀 없는데, 아이의 언어는 말맛이 어찌나 좋은지! 맛없는 추상의 언어로 가득한 나의 하루와 감칠맛이 그지없는 구체의 언어로 가득한 아이의 하루가 같을 수가 없었다. 그것이 내가 반복되는 하루를 때론 지루하게 여길 때에도, 아이는 항상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관찰할 수 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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