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는 끝없이 펼쳐지는 세계 속에서 조그마한 내 존재의 의미를 찾는 것만으로도 벅찼습니다. 막연한 세계에 나를 맞추려고 애썼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더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잣대를 나 자신에게 둘 수밖에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서랍 속 물건들을 재정의하면서 저의 50대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작업을 하는 동안, 젊은 시절부터 ‘이건 꼭 필요해’라며 고수하던 원칙이나 습관이 사실은 꼭 필요치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일에 대해 무리하게 애쓰던 강박을 버리기, 음식이나 패션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 일상에 자리 잡은 여러 불필요한 습관을 그만두기…. 그렇게 제 삶 속에서 하나둘씩 ‘그만둔 것’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들어가며 中)
가능하면 언제나 ‘유연한 머리’를 유지하고 싶어요. 이게 아니면 안 돼, 하고 한 가지에 집착해서 다른 것을 잘라버리기보다 이쪽도 괜찮네, 하고 내 안의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 풍요로운 삶을 사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유기농 집착을 그만두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