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 세상에 마지막 남은 하나가 되었지만 복수를 할 수 없는 흰바위코뿔소와 불운한 검은 점이 박힌 알에서 목숨을 빚지고 태어난 어린 펭귄이었지만, 우리는 긴긴밤을 넘어, 그렇게 살아남았다. (104쪽)
“노든, 나는 누구예요?”
“너는 너지.”
“그게 아니라, 바다에 가서, 여행을 떠나고, 그래서 다른 펭귄들을 만나게 되면, 그 펭귄들 속에서 나는 누구인 거예요? 아무리 많은 코뿔소가 있어도, 노든은 노든이잖아요. 나도 이름이 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노든이 나를 만나러 오면, 다 똑같이 생긴 펭귄들 속에서 나를 찾기 어렵잖아요. 노든이 내 이름을 부르면 내가 대답할 수 있게, 나한테도 이름이 있으면 좋겠어요.”
“날 믿어. 이름을 가져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나도 이름이 없었을 때가 훨씬 행복했어. 게다가 코뿔소가 키운 펭귄인데, 내가 너를 찾아내지 못할 리가 없지. 이름이 없어도 네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 너를 충분히 알 수 있으니까 걱정 마.”
이 작품은 ‘나로 살아간다는 것’의 고통과 두려움, 환희를 단순하지만 깊이 있게 보여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평안한 삶을 박차고 나와 긴긴밤 속으로 들어간 노든, 세상의 전부였던 노든을 떠나 깊고 검푸른 자신의 바다로 들어가는 펭귄의 모습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큰 울림으로 남을 것이다.(심사평 중)
“하지만 너에게는 궁금한 것들이 있잖아. 네 눈을 보면 알아. 지금 가지 않으면 영영 못 가. 직접 가서 그 답을 찾아내지 않으면 영영 모를 거야. 더 넓은 세상으로 가. 네가 떠난 건 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괜찮을 거야. 우리가 너를 만나서 다행이었던 것처럼, 바깥세상에 있을 또 다른 누군가도 너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여기게 될 거야.”(15쪽)
“훌륭한 코끼리는 후회를 많이 하지. 덕분에 다음 날은 전날보다 더 나은 코끼리가 될 수 있는 거야. 나도 예전 일들을 수없이 돌이켜 보고는 해. 그러면 후회스러운 일들이 떠오르지. 하지만 말이야. 내가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것들도 있어. 그때 바깥세상으로 나온 것도 후회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일들 중 하나야.”(18쪽)
“그런데 포기할 수가 없어. 왜냐면 그들 덕분에 살아남은 거잖아. 그들의 몫까지 살아야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안간힘을 써서, 죽을힘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해.”(81쪽)
“그치만 나한테는 노든밖에 없단 말이에요.”
“나도 그래.”
눈을 떨구고 있던 노든이 대답했다.
그때 노든의 대답이 얼마나 기적적인 것이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었다. (94쪽)
“다른 펭귄들도 노든처럼 나를 알아봐 줄까요?”
“누구든 너를 좋아하게 되면, 네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어. 아마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너를 관찰하겠지. 하지만 점점 너를 좋아하게 되어서 너를 눈여겨보게 되고, 네가 가까이 있으면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알게 될 거고, 네가 걸을 때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에도 귀 기울이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너야.”(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