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던 사랑이가 달뜬 목소리로 물었다. 지난주에는 동물원으로 나들이를 가느라 도서관에 가는 것을 한 주 쉬었다. 그랬더니 일주일 내내 이번 토요일에는 도서관에 가야 한다고 다짐을 하던 아이였다.
“응, 맞아. 오늘은 도서관 가는 날이야.”
밥을 먹으면서도, 양치를 하면서도 빨리 가야 한다며 재촉하는 통에 어질러진 집도 정리하지 못한 채 집을 나섰다. 비가 내려 날씨가 꽤 차가웠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거워진 공기에 피곤함을 느낀 건 나와 남편뿐, 아이들은 오랜만에 도서관에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활기가 넘쳤다.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매주 토요일은 ‘도서관에 가는 날’이 되었다. 평소에 책을 거의 읽지 않는 남편(남편, 미안^^)도 아이들이 책을 읽는 모습은 예쁜지 언제나 함께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토요일은 가족 모두가 도서관에 간다는, 나름의 가족 문화가 생겼다.
집에서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도서관은 폐교된 중학교 건물을 활용하여 지어진 곳이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설도 깨끗하지만, 아예 한 층 전부가 어린이 도서실인 것이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어린이 도서실이 도서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성인 도서실만큼이나 크다 보니 좋은 그림책과 동화책이 아주 많다.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 행사(구연동화, 애니메이션 영화 상영, 책을 활용한 여러 프로그램 등)도 활발하게 진행하는 데다가, 도서관 바깥에 (아마도 예전에는 운동장이었을 공간에) 잔디밭도 조성해두어 아이들이 뛰놀기도 참 좋다. 그러니 도서관에 가면 서너 시간쯤 보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처음 갔던 날부터 아이들은 도서관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새로운 책이 책장 가득 꽂혀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신세계였다. 아이들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많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집에 있는 책들이 조금씩 지겨워지던 때에 찾은 도서관이라 더 좋아했던 것 같다. 더군다나 마음에 드는 책을 집에 가져와서 볼 수 있다고 하니(심지어 1인당 10권이나! 아이들도 똑같다) 얼마나 좋아하던지.
그때부터 아주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서야 매주 토요일에는 도서관에 가고 있다. 어떤 날은 애니메이션을 함께 보기도 하고, 어떤 날은 내내 책만 읽기도 하며, 어떤 날은 잔디밭에서 뛰어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작은 매점에서 과자를 함께 사 먹기도 하면서 토요일을 보낸다.
두어 시간쯤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책들을 삼사십 권쯤 빌려서 집에 오면, 그때부터 빌려온 책들을 돌아가며 읽어달라는 통에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책 읽어달라는 말은 차마 뿌리칠 수가 없어서 읽고 또 읽는다. 그러고 보니 토요일은 도서관에 가는 날을 넘어, 책 읽는 날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오늘도 최소 서른 권은 읽었을 것이다. 목이 너무 아프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로 자라길 바랐다. 어느 부모나 그렇겠지만. 그래도 책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조금 더 간절하게,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날들을 꿈꿨다. 아직은 아이들이 너무 어리니 미래의 어느 날을 장담할 수는 없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꽤 희망적이다.
함께 도서관에 가서 각자가 좋아하는 책을 한 아름 안고 집에 오는 꿈.
함께 북카페에 가서 맛있는 디저트를 나눠먹으며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실컷 하는 꿈.
함께 작은 책방을 찾아다니며 보석 같은 동네책방을 발견하는 꿈.
꿈으로만 머무르지 않기를 바라는 꿈들.
오늘은 종일 봄비가 흩날렸다. 아마도 다음 주에는 흩날리는 봄꽃을 맞으며 도서관에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