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새 학년도를 맞이하는 마음.

by 진아

학교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일 년의 시작과 끝이 학교 일정에 맞춰진다. 연말이면 종무식을, 1월이면 시무식을 하는 보통의 기업과 달리, 학교는 2월이 되어야 종업식을 한다. 1, 2월은 한 해를 시작하는 달이 아니라 한 학년도를 마무리하는 달인 셈이다. 그렇게 3월 2일이 되어서야 새로운 해가, 학년도가 시작된다.


2월은 학생들에게는 가장 여유로운 달이지만 교사에게는 가장 바쁘고 정신없는 달이다. 생활기록부 마감, 신입생 맞이 각종 행사(배치고사,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 기존 학생들과 신입생들의 교과서 배부, 교사들의 업무 배정, 새 학교 발령, 새 학년도 담당 학년 배정 및 수업 시수 결정, 새 학기 수업 준비 및 평가 계획 수립 등. 이 많은 일이 하필, 일 년 중 가장 짧은 2월에 모두 이루어진다. 그중에서도 교사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단연코 업무 배정일 것이다.


국공립학교의 경우 4년에 한 번씩 근무지를 이동하므로, 학교는 매년 구성원이 달라진다. 그렇다 보니 매년 맡게 되는 업무도 달라진다. 특별한 경우에는 같은 일을 이어하기도 하지만, 구성원들이 달라지니 매년 같은 일이라고 해도 업무 강도가 같지는 않다. 어떤 업무는 곤란도가 매우 높아서 대부분의 교사가 기피하고, 어떤 업무는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워 많은 교사가 희망한다. 교사들은 학기 말에 업무 희망원(자신이 원하는 업무를 몇 가지 써내는 것)을 제출하긴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기피 업무와 다수의 희망업무가 분명하다 보니 학교의 관리자분들(교장, 교감)은 업무 배정에 꽤 고심하신다.



*여기서 잠깐.

아직도 교사가 수업과 학생 관리만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매체에서 다루어지는 학교의 풍경이 교사의 일은 대체로 수업, 수업 자료 준비, 학생 상담 등에 그치는 것으로 묘사되니…….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교사들이 맡는 업무는 상당히 많다. 학교라는 하나의 기관이 운영되는데 필요한 모든 일(행정실에서 맡아주는 행정 업무 제외)을 교사들이 분담한다. 학교의 사정마다 다르겠지만, 학교의 업무 부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교무기획부 : 학사 일정 전반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부서
교육연구부 : 수업과 평가 전반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부서
학생생활안전지도부 : 과거의 학생부, 학생 생활 지도를 책임지는 부서
교육과정부 : 고교학점제의 시행으로 다양화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부서
진로진학상담부 : 진로, 진학 관련 행사와 상담 전반을 운영하는 부서
창의인성부 : 도서관 사업 또는 각종 교내 행사를 운영하는 부서
방과후교육부 : 방과후 교육 활동과 기초 학력 증진 사업을 운영하는 부서
과학정보부 : 과학 관련 업무와 교내 정보화 기기 관리를 전담하는 부서

학교 사정에 따라 이 부서들의 업무를 적절히 쪼개어 몇 개의 부서가 더 있기도 하고, 학급 수가 적은 학교의 경우에는 부서를 통폐합하여 더 적은 수의 부서가 운영되기도 한다. (부서가 적은 경우에는 업무가 덜 쪼개져 있다 보니 정말로 업무 폭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수의 교사들은 큰 학교를 선호하는 편이다.)


2022학년도에는 교육과정부의 부원으로 업무를 했었는데, 2023학년도에는 다른 부서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여러 제반 상황상 부원이 아니라 한 부서의 부장을 해야 할 확률이 높을 듯하다.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나 부장을 하는 상황은 크게 두렵지 않으나, 부원이 누가 될지 모르는 상황은 조금 두렵다. 지금까지는 부원의 입장에서 부장의 스타일에 적절히 맞춰가며 내가 할 일만 똑바로 하면 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부서 업무를 계획하고 주도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데다가 부원이 될 선생님의 상황과 입장을 먼저 살피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니 부담이 적지 않다.


동료 교사와는 마음이 잘 맞지만 학생들이 힘들게 하는 것 VS 학생들과는 마음이 잘 맞지만 동료 교사로 인해 마음이 힘든 것


두 가지의 극단적인 상황을 놓고 굳이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고민도 없이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학생은 학생이기 때문에 견딜 수 있다. 교사의 존재 이유가 학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감당해야 할 몫이라 여긴다. 반대의 경우는 좀 다르다. 학생들과 아무리 잘 지내더라도, 함께 일하는 동료와 마음이 너무 맞지 않으면 학교는 지옥이 된다.


감사하게도 지금까지는 동료들과 대체로 잘 지내왔다. 크게 모난 분들을 만나지 않았고, 나 또한 언제나 내 상황보다 상대를 더 배려하고자 애써왔다. 그럼에도 2월이 되니 매년 그랬던 것처럼 또 긴장이 된다. 어떤 분과 같은 학년을 하게 될지, 어떤 분과 같은 업무를 하게 될지. 올 한 해도 동료 교사와 좋은 관계를 잘 유지하며 지낼 수 있을지.

‘진심은 통한다’라는 말을 믿고 가보는 수밖에! 어떤 분과 팀이 되더라도, 그분의 생각을 존중하고 서로 다른 생각은 대화로 맞춰가며 성숙한 관계로 지내고 싶다. 학생들에게로 향하는 다정의 마음을 한껏 내어, 내가 먼저 다정한 동료가 되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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