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거셀수록, 연은 높이 날아오른다

바람 속을 걷는 법 2(이정하)

by 진아

[시 쓰는 여름] 네 번째 시


바람 속을 걷는 법 2(이정하)


바람 불지 않으면 세상살이가 아니다.

그래, 산다는 것은

바람이 잠자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바람이 약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바람 속을 헤쳐 나가는 것이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것,

바람이 드셀수록 왜 연은 높이 나는지.


"샘, 너무 힘들어요. 기말고사도 코앞인데 수행평가도 너무 많고, 진짜 미치겠어요. 샘은 좋겠어요. 이제 공부 안 해도 되고."


아이들이 종종 그런 말을 합니다. 어른이 되면 다시는 공부 따위 하지 않겠다고요. 얼마나 귀여운(?) 투정인지, 어른들은 다 아시지요?^^


네모 난 교실, 네모 난 책상, 네모 난 의자, 네모 난 칠판, 네모난 학교, 이 속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여기를 탈출하기만 하면 완벽히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라 믿습니다. 아이들이 상상하는 새로운 세상에는 더 이상 시험도 없고(적어도 중간, 기말처럼 정기적인 시험은 없고),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 할 일도 없으며(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현재처럼 등급(성과)에 목숨을 걸어야 할 일도 없는 세상입니다. 마음대로 여행을 떠나고, 마음대로 놀고, 마음대로 쉴 수 있는, 낭만과 환상의 네버랜드이지요.


사회에서 공인하는 '성인'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 전공 공부는 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차원으로 버거웠고, 용돈을 직접 충당해야 하는 일은 생각보다 더 엄청난 일이었어요. 같은 교실 안에서 다투고 화해하며 우정의 깊이를 채워가던 친구들과 달리, 대학과 사회에서 만난 인연들은 꽤 자주 필요와 쓸모에 의해 관계를 맺거나 끊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가는 길이 좋은 길이다 조언해 주는 어른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고, 모든 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은 오직 제 몫이었어요.


아이들의 처절하고도 낭만적인 절규를 들으며, 세상의 바람은 학교의 바람에는 비할 수조차 없이 거세다고 말해주려다 꾹 참았습니다. 세상의 바람은 결국 아이들이 스스로 맞아가며 체감해야 하는 것이고, 산다는 것은 그렇게 숱한 바람맞아가며 자기만의 연을 높이 날리는 과정일 테니까요.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저는 '바람이 거셀수록, 연은 높이 날아오른다'라는 문장을 위로 삼아, 오늘의 바람도 잘 맞아 보려 합니다. 이 바람에 온몸을 맡기고, 바람 속을 뚜벅뚜벅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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