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플 때는 울어버릴 것.

비 울음(이재무)

by 진아

[시 쓰는 여름] 여덟 번째 시


비 울음(이재무)



비 오는 밤 창문을 열어놓고


손 뻗어 빗소리를 만져봅니다


가만히 소리의 결을 하나둘 헤아려봅니다


소리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소리 속에 집 한 채 지을까 궁리합니다


기실 빗소리는 땅이 비를 빌려 우는 소리입니다


저렇게 밤새 울고 나면


내일 아침 땅은 한결 부드럽고


깨끗한 얼굴을 내보일 것입니다


비 오는 밤 창문을 열어놓고


손 뻗어 땅의 울음을 만져봅니다


출처: <슬픔은 어깨로 운다>(이재무)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하지입니다. 비 오는 날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시를 배달하고 싶었어요. 주말에 일주일 동안 소개할 시를 모두 골라놓지만, 매일 달라지는 날씨에 따라 골라놓은 시를 뒤로 하고 새로운 시를 찾는 날이 있습니다.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어요. 새롭게 발견한 시는 '비 울음 (이재무)'입니다.


내리는 비를 ‘하늘의 울음’으로 표현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하늘도 슬퍼서 눈물을 흘린다’라는 표현은 시는 물론이거니와 대중가요의 가사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비유지요. 오늘 전해드리는 시는 다릅니다. '비 울음(이재무)'에서 우는 존재는 '땅'입니다. 어랏, 싶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비의 근원은 하늘임이 분명하니까요.


가만 귀를 기울여보면, 빗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땅입니다. 비가 땅에 닿을 때야 비로소 소리가 생겨요. ‘다닥다닥’, ‘도독도독’, ‘토독토독’ 모두 땅과 비가 만나, 땅에서 울리는 소리입니다. 시의 표현대로, 밤새 비가 오고 나면 땅은 맑고 깨끗해집니다. 보드라워져, 말캉말캉 속살을 드러냅니다.


이 시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땅은 비를 맞아 속수무책으로 '젖는' 객체라 생각했었습니다. 시를 곱씹을수록, 땅은 스스로의 슬픔을 '씻어내리는' 주체임이 선명해집니다. 누군가의 슬픔을 받아내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슬픔을 표출하는 주체요. 비와 땅의 새로운 발견입니다.


마음에 괴로움이 싹틀 때, 실컷 소리 내어 울고 나면 해방감이 느껴집니다. 괴로움의 원인이 사라지지 않더라도, 그 감정이 눈물과 함께 조금은 해소된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렇게 한바탕 눈물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한결 부드럽고 깨끗한’ 마음을 만나게 되기도 하고요.


슬플 때는 울어버려야겠습니다. 괴로울 때는 비를 빌려 우는 땅의 마음이 되어, 실컷 울어버려야겠어요. 그럼 또 모르지요. 누군가 제 마음의 창문을 열어, 슬픔으로 얼룩진 마음을 어루만져줄 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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