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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킴 Jun 13. 2018

마마 킴의 아주 특별한 돈가스 레시피

돼지가 우유 우물에 빠진 날

어려서 고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내게 돈가스는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습니다. 겉 옷을 몇 겹이나 입고 있어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데다, 튀기는 과정에서 누린내가 없어져서 고기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거든요. 불교의 영향으로 천 년 이상 고기를 먹지 않았던 일본인들도 이런 이유로 돈가스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설이 있는데, 저는 그것이 단순한 설이 아니라 역사적 팩트임이 분명하다 생각합니다. 돈가스는 육식과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고, 또 그들에게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해 준 고마운 음식이라는 걸 보여주는 예가 바로 나 자신이니까요.


나와 돈가스와의 친분(?)은 아이들을 기를 때까지 주욱 이어졌는데, 이는 고기보다 나물 반찬을 더 좋아하는 아들 덕분이었습니다. 딸은 고기를 잘 먹었지만, 내 식성을 닮은 아들은 토속적인 음식을 더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돈가스를 해 주면 맛있게 접시를 비우곤 해서, 아이들에게 자주 돈가스를 만들어 먹였지요. 게다가 남편까지 돈가스를 좋아해서 될 수 있으면 외식을 하지 않고, 집에서 만든 돈가스를 식탁에 올리곤 했어요.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 깨끗한 기름에 튀겨내는 엄마의 돈가스를 가족에게 먹인다는 자부심에 잔뜩 들떠서 말이죠. 그렇지만 내 돈가스가 아무리 위생적이고 건강에 좋다 해도, 맛은 전문점의 것을 따라잡을 수 없었습니다.


돈가스 전문점의 고기는 내가 만든 것보다 부드럽고 풍미가 있었으며, 옷 또한 훨씬 바삭했거든요. 그래서 고기를 양파즙에 재워보기도 하고, 식빵을 푸드 프로세서에 갈아 써 보기도 했으며, 튀김가루에 녹말가루를 섞어서 옷을 입혀 보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봤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노력 끝에 얻은 결론은 너무나도 당연한 진리인 ‘음식은 정성’이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었습니다. 내 몸이 조금 더 귀찮고 수고스러우면 가족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래서 공개합니다. 마마 킴의 돈가스 레시피!



지금까지 저와 돈가스와의 인연에 대해서 구구절절 말이 길었는데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레시피를 공개하기 전, 세 가지 주의사항부터 말씀드려요. 그 세 가지가 다 중요하지만, 특히 마지막의 고기를 재워두는 ‘우유와 양념 혼합물’이 돈가스의 맛과 바삭한 식감을 결정합니다. 제가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돼지가 우유 우물에 빠진 날>을 부제로 한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에요.


우선 첫 번째로, 고기 두드리는 망치는 사용하지 마세요. 고기를 심하게 두들기면 육즙이 빠져나가 촉촉한 식감을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슈니첼(schnitzel)의 경우 고기를 때려서 얇게 만들지만, 이는 돈가스와 다른 맛으로 먹는 음식입니다. 최대한 얇게 펴서 부드럽게 만든 고기를 팬에서 지져내는 슈니첼은, 튀김과 부침개의 중간쯤 되는 식감이거든요. 그러므로 씹는 맛과 고기의 즙이 살아있는 돈가스를 만들고 싶다면, 고기를 심하게 두들기지 마세요.


두 번째는 고기의 선택인데요, 개인적으로 저는 돈가스에 가장 좋은 부위가 등심이라 생각합니다. 부드럽고 적당히 육즙이 있으며, 씹는 식감 또한 있거든요. 그렇지만 품질 좋은 등심을 고르기 어려울 땐, 차라리 안심을 사용하세요. 안심은 고기 자체가 부드럽기 때문에 별 다른 노력 없이도 맛있는 돈가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이나 나이 드신 분들을 위한 돈가스로도 좋고요.


세 번째, 고기를 양념에 재워 둔다는 것은 연육 작용과 잡내 제거라는 두 가지 목적이 있겠죠.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쉽고도 이상적인 방법을 소개합니다. 우유에 사과즙과 양념(레시피에 명시해 놓은)을 섞어 돼지고기를 재워 주세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우유가 연육 작용과 촉촉함을 더 해 주기 때문입니다. 우유는 키위 같은 파괴적인 연육이 아니라, 식감을 망치지 않을 정도로만 작용하기 때문에 돈가스에 딱 적격이라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 술과 사과즙이 들어 있어 풍미를 더합니다.


*재료


-고기를 재워 둘 때

600g                      돼지고기 등심

1C                           우유

1/2C                        튀김가루

반 개                       사과즙

2개                         달걀

2T                           술

1 1/2T                      소금


-돈가스 옷을 입힐 때

1C                          튀김 가루

4-5C                      빵가루


-돈가스 소스

5T                         돈가스 소스

5t                          디종 머스터드 또는 양겨자


-양배 추용 소스

800g - 1Kg            양배추

20g                        샬롯 또는 보라 양파(일반 양파를 쓸 경우, 물에 한번 헹궈주세요.)

6T                          마요네이즈

4T                          올리브 오일

1 1/2T                     식초

2T                          물

2T                          레몬즙

1/2t                        소금

1T                           설탕

1T                           검은깨


*조리법


1. 고기에서 여분의 지방을 제거한 뒤, 칼로 살짝 두들기듯 칼집을 내줍니다. 양념이 베이도록 하기 위해 칼집을 내는 것이니 너무 심하게 두드리지 마세요.

2. 재료 상단에 있는, 우유, 튀김가루, 사과즙, 달걀, 술, 소금을 거품기로 섞어 주세요.



3. 거기에 손질한 고기를 넣은 뒤, 냉장 보관합니다. 최소 30분에서 최고 하룻밤 정도 정도. 단, 안심은 이미 부드러운 상태이니, 30분 정도만 재워둡니다.



4. 양배추를 썰어주세요. 속 잎은 채칼로, 부드러운 겉 잎은 손으로.



5. 썰은 양배추는 물에 살짝 헹군 뒤 물기를 빼서,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 보관하세요. 양배추의 아삭 거리는 식감을 위해서 이리 하는 겁니다.



6. 우유와 양념이 섞인 국물에 잠긴 고기를 꺼내서 튀김가루 —> 우유 국물 —>빵가루 순으로 묻힙니다. 결과적으로 우유 국물이 두 번 묻는 것이어요. 저 국물에 달걀은 물론, 사과즙과 양념이 다 들어가 있기 때문에 별도의 달걀물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7. 여기서 중요한 사실! 이렇게 만들어 놓은 돈가스를 당장 튀기면 눅눅해져요. 그러니 냉장고에 반나절 정도 보관해 주세요. 그렇게 하면 고기, 튀김가루, 빵가루가 서로 잘 달라붙어서 튀겼을 때 겉 옷이 분리되지도 않고 아주 바삭한 돈가스가 됩니다. 마마 킴 표 돈가스는 미리 준비해 둬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맛은 보장합니다.

8. 마요네이즈, 올리브 오일, 식초, 물, 레몬즙, 소금, 설탕, 검은깨 간 것을 섞은 뒤, 양파(또는 샬롯) 다진 것을 넣어 야채 소스를 만듭니다.

9. 돈가스 소스에 겨자를 섞어 고기 찍어 먹을 소스를 만듭니다.



10. 돈가스를 기름에 튀겨요.

11. 접시에 양배추, 밥, 돈가스를 예쁘게 담아 서빙하세요.



*마마킴의 요리 꿀팁.

1. 돈가스를 튀길 때 한 두 번 정도, 공기 중에 고기를 들었다 놓아주세요. 그렇게 하면 수분이 날아가 더 바삭하게 튀겨집니다.

2. 우유를 달걀찜할 때도 사용해 보세요. 달걀, 물, 우유를 함께 섞으면 달걀찜이 훨씬 더 부드럽고 고소해집니다.


** 이번 게시물은 지난주에 올렸던 <음식에 걸린 민족 자존감에 대한 단상 -돈가스를 스토킹하다>의 후속 편입니다. 아래 링크를 방문해 주세요.

https://brunch.co.kr/@mamakim/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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