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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킴의 밥 이야기
by 마마킴 Jul 03. 2018

베이킹은 과학일까?

사랑과 과학으로 완성한 마들렌 레시피

한식에는 정확하진 않아도 나름 법칙이 살아 있는 계량법이 있습니다. 잣죽을 끓일 때 잣과 쌀의 비율은 1:2라든지, 도토리묵을 쑬 때 도토리 가루와 물의 양은 1:6으로 잡는다는 등, 오랜 기간 통용되고 있는 방법이 있죠. 그 중 장 담글 때를 대표적인 예로 들어 보자면, 예전 어머님들께서는 담그실 때 달걀을 소금물에 띄워 간을 맞추셨습니다. 물체가 소금물에 잘 뜨는 부력을 이용한 이 방법은 겉 보기엔 대단히 과학적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주관적인 레시피를 품고 있습니다. 소금을 녹인 물에 깨끗이 씻은 달걀을 넣는다는 방법은 어느 집이나 같았지만, 소금 양이 각기 달랐던 것이죠. 달걀이 반 쯤 떠오를 만큼부터 오백 원, 백 원짜리 동전 사이즈로 떠오를 때 까지, 각자 원하는 데로 소금물의 농도를 맞췄거든요. 그러니까 메주 몇 키로에 물 몇 리터, 거기에 소금은 얼마라는 정확한 계량 없이도 이렇게 집집이 가족 입맛에 맞춰 염도를 조절한 겁니다.


저는 인터넷이 없던 시절, 윗 어른들 어깨 너머로 요리를 배웠어요. 그래서 계량스푼 보다는 대충 손 짐작이나 어른들께 배운 방법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 더 편합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음식을 하다보니 이젠 제 손에 센서가 생성됐는 지, 한식은 물론 양식도 계량을 하지 않고 간을 곧잘 맞추곤 하고요. 그러나 이런 제가 반드시 계량을 함은 물론 온도까지 신경 쓸 때가 있는데, 그건 바로 베이킹을 할 때 입니다. 그 이유는 ‘요리는 예술, 베이킹은 과학’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살짝 쇠뇌된 것도 있지만, 정확한 레시피가 베이킹의 성공을 보장한다는 것을 경험 상 깨달았기 때문이죠. 사실 계량 안하고도 성공할 수 있는 베이킹이 있긴 합니다. 머핀의 경우 밀가루, 달걀, 유제품에 베이킹 파우더를 적절히 넣으면 성공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다른 아이들은 조금만 방심하면 가차없이 엉망이 된 결과물로 나타나곤 합니다.


정확한 레시피는 베이킹의 성공을 약속할까?


위의 질문에 대한 제 생각은 “예스”와 “노” 둘 다 입니다. 적정량의 재료, 알맞은 온도와 시간이라는 조건에는 예스이지만, 레시피대로 정확히 따라하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네요. 일단 재료부터 살펴 보자면, 모든 레시피가 정확한 양을 말해주진 않습니다. 한 예로 컵에 계량을 하면 정확히 양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데다, 한 컵의 경우 한국에선 200ml, 서양의 컵은 250ml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그램으로 표기돼 있는 레시피를 따를 것을 추천합니다.


레시피에 대한 또 다른 이슈가 있는데, 그것은 제조 회사 마다 오븐의 온도가 다르다는 겁니다. 쫀쫀하게 계량을 하고 예열까지 철저히 했는 데도 베이킹에 실패했다면, 레시피에 나와 있는 온도가 내 오븐의 온도와 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내 오븐의 최적 온도를 스스로 찾는 것 뿐이여요. 그래서 중요한 팁을 알려드립니다.


1. 컨벡션 오븐은 일반 오븐 보다 온도가 낮습니다. 그러므로 레시피에 있는 온도를 조금 올려 요리하세요.(화씨 25도 정도)

2. 사이즈가 작은 오븐은 큰 오븐 보다 베이킹이 빨리 되니, 중간에 온도를 한번 낮춰주는 것이 좋습니다.

3. 무엇보다 내 스스로 오븐을 파악해야 합니다. 한 예로, 케잌 표면이 너무 구워진 듯 하다면, 한 단 내리고 대신 케잌 틀 아래 철판을 하나 깔아주세요. 칸을 내리면 아랫 부분이 탈 수 있으니까요.


조상님들의 지혜를 베이킹에 적용하다.


제 컴퓨터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스스로 완성해 온 베이킹 폴더가 있습니다. 우리 가족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재료를 더하고 덜어내가며 완성한 레시피들이죠. 그런데 2년 전에 오븐을 바꿨더니 결과물이 달라지더군요. 대부분 괜찮았지만, 마들렌 같은 민감한 베이킹은 그 전 처럼 되질 않았어요. 그래서 새 오븐에 맞춰서 굽는 온도를 바꿨습니다. 그러면서 베이킹에도 한식을 할 때와 같은 융통성을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정월에 장을 담글 땐 날이 추우니 소금을 덜 넣고,  봄이면 날이 더우니 염분을 조금 더 높여 장을 담그던 옛 어머님들이 지혜 말이여요. 김치할 때도 여름 배추는 물도 많고 금방 절여지니 소금을 조금 덜 뿌리고, 가을 배추는 단단하고 속도 꽉 찼으니 더 뿌리듯이, 베이킹 레시피도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필요한 겁니다.


그렇다면 베이킹은 과학이 아닐까?


베이킹은 과학이 맞습니다. 그렇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내 스스로 완성해 가야 하는 과학인 것입니다. 게다가 오븐이 바뀐다거나 계량을 조금 허술하게 하면 다른 결과물을 안겨주는, 참으로 까탈스런 과학이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일단 정해 놓은 룰만 잘 따라주면 절대 배신하지 않는 정직함에 반해서, 저는 오랜 기간 고치고 또 고쳐 써 완성한 베이킹 폴더를 오늘도 이렇게 열어 보네요.


과학으로 구어 낸 마마킴의 마들렌을 소개합니다. 레시피에 적힌 용량과 조리법은 마들렌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을 위해 오랜 시간 걸려 완성한 것이니, 그대로 따라하시면 성공하실 겁니다. 단, 다른 오븐을(내 오븐은 삼성 셰프 컬렉션)을 갖고 계신 분들은 온도를 살짝 바꿔야 할 지도 모르겠어요.


마마킴의 마들렌


*재료

박력분                             70g

아몬드 가루(제빵용)         40g

베이킹 파우더                  1/2tsp

소금                                한 꼬집


달걀                                 2개

설탕                                 30g

버터                                 120g

바닐라 에센스                   1/2tsp

꿀                                    2Tbsp


*조리법

1. 박력분, 아몬드 가루, 베이킹 파우더, 소금을 섞는다. 아몬드 가루에 멍울이 있을 수 있으니 밀가루와 잘 비벼서 섞이도록 해준다.



2. 알끈을 제거하고 달걀을 풀어준다. 부풀리는 케잌이 아니므로 너무 심하게 달걀 거품이 나지 않도록 한다.



3. 버터를 살짝 데워서 설탕, 바닐라 에센스, 꿀과 섞는다.

4. 설탕이 녹았으면, 2와 3을 합친다.

5. 재료를 다 합친다.



6. 그릇에 랩을 씌운 뒤, 냉장고에서 최소한 1시간 휴지. 하룻밤을 두어도 괜찮음.



7. 마들렌 틀에 버터를 바르고, 밀가루를 뿌린다.



8. 예열된 오븐 375도에서 10분, 325도에서 3분 굽는다.(온도는 화씨입니다.)



10. 배꼽이 볼록하니 나온 마들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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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요리를 덕질하는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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