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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킴 Aug 02. 2018

<수미네 반찬>과 마에스트로의 요리책

<수미네 반찬>을 보다가 오랫동안 책장 속에 넣어 둔 요리책이 생각났습니다. 지휘자 정명훈이 이태리의 탑 셰프에게 요리를 배워 완성한 <정명훈의 Dinner for 8>이라는 책입니다. 음악의 거장이 요리 고수에게 사사한 레시피이지만, 그 책에 실린 요리는 간단하고 쉬운 것이 많습니다. 신선한 재료를 간단하게 조리해 자연의 맛을 살려내는 데에 미덕을 두고 있거든요. <수미네 반찬>에서 소개하는 요리처럼 제철의 재료를 이용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집밥인 거죠.


2003년에 발행된 책입니다.


<수미네 반찬>과 마에스트로의 식탁은 닮아 있다.


어린 시절에 엄마가 해준 음식 맛을 기억하며 완성했다는 김수미의 씨의 레시피는 대부분 간단합니다. 냄비에 맹물을 채우고 양조간장을 주욱 흘려 넣은  뒤, 대충 썰은 재료를 넣고 쉽게 요리하지요. 마늘과 생강이 많이 들어가긴 하나, 조리법이 간단하기 때문에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녀는 밑간을 생략하며, 간도 평범한 양조간장으로 합니다. 이는 음식을 정성 들여하는 사람들이 밑간을 필수적으로 하고, 간장은 향신장을, 그리고 별도의 국물을 내서 사용하는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주의해 봐야 할 것은 그녀가 사용하는 재료입니다.


<수미네 반찬>에서 사용하는 재료들은 신선합니다. 살아있는 게와 낙지, 제철 채소, 그리고 계절에 맞춰 현지에서 올라온 젓갈 등이 등장하죠. 그 재료의 합을 잘 맞추고(생선의 비린내를 잡기 위해 꽈리고추와 마늘, 생강을 듬뿍 넣고) 간단한 과정으로 조리하는 것이 그녀의 요리 비결입니다. 마에스트로의 요리책인 <정명훈의 Dinner for 8>에서는 해석을 해낸다는 점에서 요리사와 지휘자가 같다고 하는 데, 이 관점에서 본다면 수미네 반찬에서 하는 요리는 ‘양념은 강하게 하되, 신선한 재료의 맛은 살려준다’는 해석이 있는 것입니다. 이는 제자들로 출연하는 셰프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클래스가 끝나면 셰프들은 전문인으로 돌아가 요리를 합니다. 수미샘의 집밥과 달리, 그들의 요리는 화려하고 조리 과정 또한 복잡합니다. 현란한 스킬로 재료를 불에 지지고, 찌고, 갈고, 볶아서 플레이팅까지 근사하게 마무리하지요. 직접 맛을 보진 못했지만 셰프들의 요리가 더해진 맛이라면, 김수미 씨의 요리는 주인공인 재료에 충실한 맛일 것 같아요. 제겐 바로 이점이 마에스트로의 이태리 요리와 맥을 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자연을 닮은 그들의 요리를 따라 한다는 것.


<정명훈의 Dinner for 8>은 프랑스의 프로방스 집에서 완성됐습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직접 채소밭을 가꾸고, 닭까지 키우며 살기 위해 시골에 집을 장만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그의 요리는 자연의 맛 그 자체였고, 그 맛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신선한 재료를 조달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랐지요. 그래서 저는 그의 레시피를 내 방식대로 해석했습니다. 선도가 좀 떨어지는 재료로 요리를 할 때에는 양념과 향신료를 더하고, 우리 입맛에 안 맞는 레시피는 퓨전으로 만들었습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요리를 할 땐 내가 지휘자가 되는 것이니 원래 레시피의 오리지널리티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스스로 재해석한 것이었죠.


재료 얘기를 조금 더 해봅니다. 수미네 반찬에서 한 풀치조림의 경우, ‘불친절한 선생님’으로 불리는 김수미 씨가 재료 설명을 자세히 했습니다. 바짝 마른 것을 사야 한다고 하며, 본인은 현지에서 주문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같은 마른 것이라 해도, 보관 과정에서 말라버린 풀치는 기름 쩐 맛이 납니다. 그녀의 레시피는 해풍에서만 말리고, 유통기간은 최소화된 풀치를 필요로 하는 것이지요. 텃밭에서 막 따온 야채와 엄마가 직접 숙성시킨 보리굴비 등으로 만든 음식을 재현해내는 레시피 아닙니까. 그래서 우리가 그녀의 레시피대로 따라 했는데 결과물이 맘에 들지 않았다면, 재료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살아있는 해물과 냉동 해물로 요리를 하는 것은 커다란 차이이니까요.


며칠 전 저는 수미네 반찬의 코다리찜을 따라 해 봤습니다. 그런데 얼린 코다리를 사서 녹이니 신선함과는 좀 거리가 있었고, 완성된 코다리찜은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재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레시피인데, 그 재료가 부실했으니 성공할 확률은 애초에 희박했던 것이지요. 저는 또 코다리찜에 도전할 예정이지만, 레시피를 살짝 바꿀 겁니다. 예전 마에스트로의 이태리 요리를 내 실정에 맞게 바꿨듯이 말이에요. 자연을 내 부엌으로 공수해오지 못한다면, 내 나름대로 그들의 요리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 봅니다. 아니면 가장 쉬운 방법인 제철 재료를 쓰는 것이겠지요. 제 계절의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풍부한 영양소를 공급받음은 물론, 맛이 최대치로 오른 재료를 사용하니 성공할 확률도 높을 테니까요. 수미샘께서 “요즘 이거 먹을 때야~”라고 자주 말씀하시는 이유가 다 있는 겁니다.



요즘 애호박이 맛있을 때입니다. 수미네 반찬에서도 호박 부침개를 선보였지요. 김수미 씨는 튀김가루와 밀가루를 섞어서 쓰셨는데, 저는 밀가루와 녹말가루를 섞어서 만드는 호박전을 알려드릴게요. 제 시외 할머님께서 달걀이 귀한 시절에 저리 하셨다는데, 달걀이 풍부한 요즘엔 저 호박전이 별미네요.  겉 옷이 바삭하고 고소해서 아이들도 좋아하니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옛날 애호박전

1. 썰은 호박에 소금을 살짝 뿌려 절인 뒤,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한다.

2. 밀가루와 녹말가루 3:1에 소금 한 꼬집을 섞는다.

3. 물을 넣고 걸쭉한 상태로 만든다.

4. 호박에 밀가루를 살짝 묻힌 뒤, 반죽을 입혀 노릇하게 지져낸다.



*옛날 애호박 부침개

호박전이 번거로우면 호박, 청양고추 약간, 그리고 양파 채친 것을 밀가루 3:녹말가루 1 +소금 한 꼬집에 섞어 부쳐보세요. 투박한 맛이 나름 매력 있습니다.



*마마 킴의 요리 꿀팁

수미네 반찬에서 요리할 때 올리브 오일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런데 올리브 오일은 발연점이 낮아서, 열을 가하면 트랜스 지방으로 변한다는 걸 알려드려요. 올리브 오일은 조리보다는 샐러드에 쓰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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