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기의 취학 통지서

by 마마뮤

거실 한 구석에 자리한 내 작은 책상 위에는 디지털 액자가 하나 있다. 30초마다 한 번씩 새로운 사진을 띄우는데, 대부분 우리 딸이 세상에 등장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자라온 모습을 계속해서 여준다.


사진을 찍어두고 핸드폰 속에 고이 간직하거나 어딘가 폴더에 저장만 해두면 사실 일부러 들춰내 보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렇게 하루 종일 아이의 모습이 시시각각 등장하니 오며 가며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한껏 미소 짓게 되곤 한다.

저때는 그랬었구나, 우리 아이가 저렇게나 작은 아기였구나, 아 어느새 이렇게 많이 컸을까.. 사진을 보며 마음속에 찾아오는 온갖 감정들은 정말 다양하기도 하고 때로는 벅차기도 해 갑자기 코끝이 시려오기도 한다. 매일 그렇게 잔잔한 감동을 내게 전해주고 있으니 금시대 수많은 첨단 물품 중 단연코 디지털 액자가 최고라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49cm, 3kg의 신생아는 그야말로 무력(無力)했다. 그 자그마한 아이는 자신의 고개조차 혼자 가누지 못하니 그런 아이를 안고 있는 건 어른에게 있어 참으로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힘이라는 게 없는 아이를 위해 나의 온 힘을 다 쏟아 자세를 잡아야 하니 손목은 덜그럭 대고 여기저기 안 쑤시는 곳이 없었다. 더구나 인간 승리 노산의 아이콘인 나는 더더구나 안 아픈 곳이 없었고, 체력은 빛의 속도로 바닥나기 일쑤였다.


그 시절 내 소원은 아기가 스스로 목을 가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작고 소박한 소망은 머잖아 이루어졌고, 아이가 목을 가눌 수 있게 되자 이제는 스스로 좀 앉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다른 바람이 생겼다. 아이가 스스로 앉을 수 있게 되자 빨리 걸었으면 좋겠고, 걷게 되니 언제쯤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도 될지, 언제쯤 아이는 스스로 밥을 먹게 될지.. 그렇게 끝도 없이 완벽한 하나의 인간의 모습을 갖춰주기만을 바라고 또 바랬었다.


그래서 7살인 지금은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주 많아졌을까? 당연히 아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스스로 할 수 있게끔 지속적으로 가르치고 훈련시켜야 한다. 물론 앞으로는 정말 대부분을 혼자서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겠지만, 피지컬 한 부분에서 손이 좀 덜 가나 싶으니 이제는 멘털 케어에 돌입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 한숨부터 나온다.




팔순 노모의 눈에는 중년의 자식도 어린 아이로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아이를 키워보니 그 말뜻을 이제 좀 알 것도 같다. 아이의 몸과 마음은 자라는데도 그 얼굴을 바라보면 언제나 그 무력하던 자그마한 아기의 얼굴이 들어있다.

한도 끝도 없이 내 손이 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어린아이 시절이 막연하게나마 오래갈 줄 알았는데, 얼마 전 우리 꼬마에게도 초등학교 입학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아.. 벌써.....?'

반가움보다는 왠지 모를 섭섭함이 갑자기 몰려왔다. 의연하던 남편도 외려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아직도 내 눈엔 아기 같은데 이제 정말 사회로 나가는구나, 이제 시작이구나 싶어 뭔지 모를 염려와 함께 안쓰러움마저 느껴진다.

디지털 액자 속에 겨우 6개월 즈음의 아기가 엎드려 그 아기를 들여다보는 사진이 떴다. 마침 취학 통지서를 출력해 들고 잠시 멍해있던 내 눈에 들어온 그 아기의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눈앞이 부옇게 돼버렸다.

정작 학교에 가게 될 아이보다 내가 더 마음에 큰 각오가 필요한 것 같다. 내 눈엔 아기지만 그 누구보다 씩씩하게 학교 생활을 잘 해내리라는 믿음, 그리고 내 아이의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며 그 이상을 바라지 말자는 마음의 다짐 말이다. 마치 아기가 어서 목을 가누고 어서 걷기를 바라던 것처럼 어차피 다가올 다음 단계를 미리 당겨 와 지금의 내 아이에게 바라지 말아야겠다는 결심 말이다.


중간에 해외로 드나든 기간이 길었지만 한국에 돌아와 여전히 내가 자란 동네를 벗어나지 못한 덕에 우리 딸은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후배가 되다니 정말 감회가 새로울 따름이다. 학교 가는 게 겁난다고 몇 번 말하던 꼬마가 얼마 전에는 아주 기분 좋게 한 마디 던진다.


"엄마, 나 학교 가서 이렇게 소개할 거예요!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ooo이고요, 우리 엄마가 이 학교에 다녀서 저도 여기에 오게 됐어요! 반갑습니다!"


아이의 당찬 소개를 들으며 웃음이 터졌다.

그래, 그렇게 씩씩하게 잘 다녀보자 꼬마야...

대신, 엄마가 4회 졸업생이라는 건 절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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