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인사 머신

by 마마뮤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그랬는데, 학교에 가면 인사를 잘해야 된데... 그래야 다들 예뻐해 주신데..."


유치원에서 취학을 앞둔 아이들에게 학교 생활에 대해 조금씩 사전 교육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아마도 인사를 잘하는 친구가 사랑받는다는 얘기를 해준 모양이다. 어딜 가든 구석에 조용히 구겨지기보다는 관심받기를 원하는 아이의 성향을 발견할 때마다 어린 시절 내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지금의 딸아이와 비교하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싶지만, 그래도 언제나 관심을 갈구하는 그런 관종 본능을 꽤나 어려서부터 장착하고 있던 나였기 때문이다. 역시 내 딸이구나 싶었다.


워낙 좋은 사회성을 타고났는지 원래 어딜 가든 안녕하세요 크게 인사도 잘하는 아이인데, 인사보다 더 히트인 건 아무한테나 그렇게 윙크를 남발해댄다. 물론 아이의 윙크를 받은 어른들은 모두 하나 같이 활짝 웃음을 터트리곤 하니 어쨌거나 어디에 던져놔도 사회생활엔 큰 걱정 없다 싶었다.


아이는 집에서 가까운 유치원이 아니라 아빠 회사의 직장 어린이집에서 7살 마지막까지 꽉 채워 다녔다. 그렇게 멀리 다니다 보니 사실 집 가까이 딱히 친구라 할만한 아이들이 하나도 없었다.

간혹 직장 어린이집에 보내던 아이들도 7살이 되면 집 근처 아이들과 어울리게 해 주기 위해 유치원을 옮기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지만, 워낙 변죽 좋게 금방 사람을 잘 사귀는 성격인 딸아이는 학교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많은 친구를 사귀게 될 것이라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작 등교를 시키면서 설마 친구 하나 못 사귀고 주눅 들어 있는 건 아니겠지?라는 얼토당토않은 염려가 생기곤 했다. (그래도 모를 일이라면서....)




학교까지 당도하려면 동네 골목길을 걸어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골목 교차로마다 녹색 어머니 봉사하시는 분들이 차량 통제를 도와주시는데, 내가 함께 다님에도 불구하고 너무 생각 없이 골목길을 쌩쌩 달리는 차들이 늘 불안하기만 하다. 아이들이 다니는 길인데 꼭 그렇게까지 바쁘게 다녀야 할 건 뭐람...


사실 아직 어떤 시스템으로 녹색 어머니가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을 못한지라 잘은 모르겠지만, 한시적으로 돌아가며 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3월부터 지금껏 쭈욱 같은 분들이 매일 봉사하고 계신 모습을 보니 여긴 뭔가 좀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이 되는가 싶다. 여하튼, 매일 아침 수고해주시는 분들께 반드시 인사를 드리도록 첫날부터 아이를 코치했다. 그저 시키니까 인사를 하는 줄만 알았는데, 맹랑한 우리 따님 갑자기 손 하트를 만들며 '힘내세요~'라고 외치는 것이다. 봉사하시는 어머님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화답해 주신다.

"아이고 그래~ 고마워~ 힘낼게~"


그렇게 매일 인사를 나눈 지가 벌써 두 달째다. 이제는 매일 비슷한 시간 딸아이가 오길 기다리시는 모양이다. 간혹 다른 길로도 가보겠다며 옆 골목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가 안보인 다음날에는 꼭 물어보시곤 한다.

"어제는 왜 안 왔어~? 어디 아팠어~?"

이제는 아이가 걸어오는 모습을 발견하시면 먼저 너무도 반갑게 인사를 해주신다.

그럼 꼬마는 여지없이 하트를 만들며 '힘내세요~ 사랑합니다~'를 외치는 게 일과이다.

매일 아침 그렇게 웃는 얼굴들을 마주하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시작이 아주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매일 느끼고 있다. 한결같이 응원의 멘트를 남발(?)하는 우리 아이와 마주치는 분들로부터 인사와 더불어 '아유 귀여워~ 너무 이뻐~'라는 보너스 멘트까지 듣게 됐으니 말이다. 듣는 엄마 광대가 승천한다.


학교가 언덕 위에 있다 보니 아침마다 등산길이다. 나도 그 시절 학교 올라 다니며 꽤나 구시렁대었던 기억이 있는데, 우리 꼬마도 여지없이 힘들단 소리를 한다. 물론 그것도 매일 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덜 힘들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게 운동삼아 헉헉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교문 앞에서 매일 아침 교장 선생님이 등교하는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사랑합니다~'를 외치고 계신다. 다른 학교는 어떤지 몰라도 그렇게 몸소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표현해주고 계신 분위기가 참 감사하고 다행이다 싶다.




매일 교문 앞에서 치르는 우리만의 의식이 있다.

꼭 안아주며 오늘 하루 재미나게 잘 보내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인사를 나눈다. 그러고 뒤돌아 교문을 향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뭔가 짠한 느낌도 있고, 참 그렇고 그런 묘한 감정에 휩싸이곤 한다.


그 언젠가 회사를 돌아 나온 후 풀타임 엄마 사람이 되었을 때, 나는 그저 그 상황이 힘들고 알 수 없는 부당함마저 느끼곤 했다. 그저 나 스스로에게 희생의 아이콘이란 프레임만을 둘러쌓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 인생에 있어 그 어떤 것보다 더 크고 의미 있는 중요한 일을 감당하고 있음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이렇게 매일 아침 아이와 등교하고, 많이 안아주고 도닥여주며 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되어주는,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엄마 역할'을 감당하고 있음에 스스로를 대단히 여긴다. 아이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교문 밖으로 나왔을 때 엄마가 나를 기다려주고 있다는 안정감을 줄 수 있으니 감사하다. 엄마에게 할 말을 꾹꾹 눌러 담았다가 얼굴 보자마자 얘기하느라 정신없는 하굣길을 만들어 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계속 그렇게 매일 인사 잘하고 어디서든 사랑받는 사람으로 쭈욱 커보자 딸! 론 반드시 모두에게서 사랑을 받지는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언젠가는 깨닫게 되겠지만....

아이 덕분에 엄마 마음도 한 뼘씩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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