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갈라(Gala)를 다녀와서...

by 마마뮤

화창했던 지난 주말 일요일. 내가 유일하게 일상으로부터 완전히 탈출할 수 있는 기회란 바로 혼자 하는 문화생활이다. 나는 사실 뭘 하든 혼자 하는 것에 상당히 익숙해서 공연도 혼자 보러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 어떤 간섭도 없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고, 또 관람하며 생각하고 정리하는데 오히려 혼자인 게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간 늘 뮤지컬을 보러 다녔는데, 이번 일요일에는 정말 오랜만에 국내에서 오페라를 만나고 왔다.


지난 21일부터 3일에 걸쳐 예술의 전당 기획 공연으로 '오페라 갈라' 시리즈가 연이어 올려졌다. 내가 마지막으로 오페라 극장에서 오페라를 봤던 것이 바로 꼬마가 뱃속에 있던 시절에 봤던 슈트라우스의 '박쥐'였는데, 그러니 거의 8년여 만에 다시 오페라 무대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 갈라(Gala)- 축제를 의미




솔직히 나는 국내 오페라 무대에 대한 선입견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뮤지컬로 눈을 돌려 오래도록 '외도'를 해온 것도 아직은 갈길이 멀다고 생각한 국내 오페라 계 현실 때문이었다. 그건 전적으로 아직까지 '오페라'라는 장르 자체를 하나의 굳건한 장벽으로 여기는 분들이 여전히 많으시고, 상황이 그러하다 보니 그다지 수요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수요가 많지 않은데 투자가 적극적일 리 만무하지 않겠나. 가끔 정말 보고 싶은 작품을 만나면 혼자 오페라 극장을 찾아가곤 했었는데, 매번 아직은 좀 아니란 실망감을 안고 나왔더랬다. 그렇게 오페라는 여전히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인 것 같았다.


수요가 적으니 오페라 공연이 시즌제로 자리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매년 크고 작은 규모의 몇몇 오페라단에서 작품을 올리기는 하는데, 한 작품의 공연이 평균 3일간 올려지고 막을 내리는 게 일반적인 경우다. 출연하는 오페라 가수들 조차 자신의 배역에 미처 익숙해지지 못한 채 막을 내리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그 3일간의 캐스팅이 모두 다른 경우도 봤다. 그러니, 3일의 공연 중 그 어떤 날을 택하더라도 농익은 연기와 노래를 기대하긴 좀 어렵다는 의미가 된다. 대부분의 가수가 본인 공연 날이 첫 무대이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의 특성인가 싶기도 하고, 어쩌면 음악 역시도 교육 환경의 차이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실은 그 두 가지 모두의 영향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오페라는 어쨌든 '극'이다. 그러니 노래를 잘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연기력 역시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한국 성악가들의 기량은 그야말로 세계 수준이다. 너무 잘하고 실력이 출중하다. 그런데 늘 오페라 무대를 마주할 때마다 실망하는 이유는, 그냥 노래만 잘한다는 점이었다.


해외 오페라 스쿨 학생들이 연기력 향상을 위해 어떤 커리큘럼으로 교육받는지는, 국내 뮤지션들이 대부분 해외 유학을 필수 코스로 여기는 현실에 여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실제 국내에 오페라 전문 커리큘럼을 갖춘 곳은 한예종(한국예술 종합학교) 정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들의 학습 환경을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으니 뭐라 평은 못하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오페라 시장이 저변을 확대하고 성장해 나가려면 근본적인 교육의 변화도 모색해봐야 하지 않을까.


국내 토종 음악 교육만으로 국제 콩쿠르를 석권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군이 화제가 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 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꼭 해외에 나가야 한다는 불변의 고정관념도 슬슬 변화를 맞이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해외 유수의 오페라 컴퍼니에 한국인 아티스트들이 심심찮게 많이들 활동을 하고 있다. 그분들만 국내로 모두 모셔와도 대한민국 오페라 무대는 이미 세계 수준급으로 격상하게 될 텐데... 아티스트들이 마땅히 고향에 돌아와도 활동할 무대가 다양하지 않다는 안타까운 현실은 단순히 오페라 수요가 적다는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그간 어떤 노력들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이번 일요일에 마주했던 무대는 오페라 계의 그런 적극적인 노력의 산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대중의 곁에 다가가겠단 결연한 의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3일간의 프로그램 구성을 보고 모두 비슷한 포맷으로 연주가 진행될 거라고 예측했었다.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려진 콘서트 세팅에서 출연진들이 아주 간단한 연기를 선보이며 노래를 해줄 요량인가 보다 짐작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무대 장치는 심플했지만 그래도 제법 '제대로' 무대 세팅이 되어 있었고, 실제 연기를 곁들인 오페라 '극'을 공연하는 것이었다. 브라비! 감동적이었다.

얼마 만에 오페라 무대를 만나는 건지 눈앞에 펼쳐진 스테이지와 오케스트라 피트까지, 이 환경은 언제나 날 설레게 만든다.

공연의 구성은 토스카 2막 → 리골레토 3막 →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을 시작으로 후반부 전체로 이어졌는데, 안 그래도 지난 두 번의 팟캐스트 방송에서 리골레토와 토스카를 다뤘더래서 나 역시도 작품에 대한 기억이 가장 생생한 상태였기에 이번 라이브로 만나는 무대는 더더욱 울림이 크게 다가왔다.


3개의 다른 작품을 다루다 보니 하나가 끝날 때마다 무대장치 교체를 위해 15분간의 인터미션이 있었다. 그렇게 하니 전체 공연이 2시간 30분 소요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하나의 오페라 작품을 보는 시간과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나는 내용을 모두 알기 때문에 해당 오페라들의 중간을 뚝 떼어 보더라도 여전히 좋았지만, 다소 내용이 생소할 수 있는 다른 관객분들에겐 이러한 시도가 더 흥미로웠을지 아니면 차라리 한 개의 작품을 제대로 공연하는 게 나았을지, 이런 시도가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실은 좀 궁금해졌다.


프로그램에 선택한 부분들을 보니 흔히들 많이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곡들이 포함된 부분들이어서 실상 관객들의 '흥미 유발'을 상당히 많이 고려했구나 짐작 가능한 일이었다. 푸치니의 아름다운 서정으로 시작해 베르디의 완벽한 오페라의 진수를 거쳐 마스카니의 다소 막장스러운 아침 드라마 느낌까지, 오페라 전반의 구성을 경험해보기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었단 생각이 든다.


출연진들의 역량은 말할 것 없이 훌륭했다. 앞서 언급했듯 다소 부자연스러운 연기가 간혹 아쉬움으로 보였지만, 그 조차 크게 보이지 않을 만큼 공연 자체는 상당히 만족도가 높았다. 여전히 클래식 공연에 가면 어디서 박수를 치고 들어와야 하는지가 고민인 분들, 또는 아예 몰라서 고민조차 안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웃음), 그래도 오페라를 찾는 관객들의 수준이 예전과는 상당히 다르구나 싶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오페라 공연 상황을 완벽히 이해하고 적절히 반응하는 분들이 많아서 내심 놀랍기도 했다.


(좌) 리골레토 (우) 지휘자 토시유키 가미오카의 커튼콜
(좌) 토스카 (우)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커튼콜


일요일 낮 마티네 공연이긴 했지만, 차림새가 상당히 캐주얼 한 분들도 많이 보였다. 그러나, 어떤 격식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자연스럽게 오페라라는 장르 자체가 누구나 친근하게 문을 두드려볼 수 있는 분야가 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다양한 오페라 작품을 국내 무대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만나볼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 역시도 <알아두면 부티 나는 오페라 상식>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그 대중화에 티끌만큼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함께 보면 좋은 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미세스 다 오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