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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뮤 Oct 28. 2022

친자확인? 딱 보면 압니다.

혹시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 모르겠다. '이대호가 이대호를 낳았다'. 야구 선수 이대호가 정말 자신과 똑 닮은 붕어빵 딸을 안고 있는 사진에 붙었던 댓글이다.

그런데, 나는 남편을 낳았다.(뭔 소리?)

말 그대로 우리 집 꼬마는 지 아빠의 복사본이다. 어쩜 그렇게 똑같이 닮을 수가 있는 건지, 어디 가서 씨도둑질은 못한다더니만 그 누가 봐도 그냥 딱 남편의 딸이다.


딸아이를 낳고서 더욱 분명하게 알게 됐는데, 사람의 인상은 '눈'에서 결정적으로 닮음과 안 닮음으로 판가름 지어진다. 나는 눈이 동그랗고 큰 편인데, 딸아이는 아빠를 닮아 옆으로 길쭉한 타입이다. 결정적으로 눈이 이렇게 다르다 보니 가뜩이나 마스크로 다 가리고 눈만 내놓고 다닌 지난 몇 해의 시간 동안 딸과 함께 다니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거였다. "얘는 아빠 닮았나 봐요?"

그렇다. 아빠를 보지 않고도 모두가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나보고 새엄마냐고 묻지 않은 게 어디인가.

야구선수 이대호와 그의 붕어빵 딸




딸아이를 바라보는 남편의 눈에서는 언제나 꿀이 뚝뚝 떨어진다. 집에서 닮은 즈그들끼리 꽁냥대는 보면 내심 뿔딱지가 나 한 마디씩 던졌다.

"똑같아서 그렇게 좋냐?"

어찌나 유전자가 이기적으로 내려갔는지.. 그래도 마치 오래전 유행하던 매직 아이(magic eye) 볼 때처럼 사팔이 다 되도록 눈에 힘주고 뚫어져라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면 스치듯 내 어린 시절 얼굴이 지나치긴 한다.


아이가 한창 아기일 땐 그저 예민한 기질의 아이라는 정도만 파악을 했기에, 약간씩 다른 방향으로 예민함을 보유한 남편과 나의 유전자가 아이한테 가서 대대적인 시너지를 일으켰나 보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이의 성격이 슬슬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기 시작할 즈음부터 마치 자석이 끌어당기듯 본능이 촉을 세우기 시작했다.

'오호라... 저 아이 하는 짓 좀 보소... 내 새끼로구나...'

어딘지 모르게 너무 익숙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생긴 건 아빠를 복사했고, 하는 짓은 나를 복사했구나 싶었다. 여기서 부모들이 자칫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있다면, 나에게서 싫은 모습이 아이에게서 보일 때 자꾸만 그것을 고치려고 든다는 거다. 그런데 굳이 아이를 뜯어고치려는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을 보니, 나는 내가 꽤나 맘에 드는 모양이다?(웃음)




글을 쓰며 나를 객관화한다지만, 나는 딸을 보며 내 모습을 발견한다. 아이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고집이 센 데다 완벽주의의 모습을 보인다. 남편의 말로는 자기도 어릴 땐 완벽주의자였는데, 나이가 들며 많이 내려놔 조금 편안해졌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나 역시도 대단한 완벽주의자다. 그건 기질적으로 이미 타고난 부분도 있지만, 오랜 세월 음악을 해왔던 나에게 있어선 필연적으로 더욱 길러져야만 했던 인지적 기능이다 보니, 아무리 내려놓으려 노력을 해도 그 기질이 절대 유연해지지 않는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완벽'을 향해 수도 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게 때로는 장점으로 발현되지만, 사는 데 있어 대부분의 경우엔 피곤한 요소이다. 얼마 전 확인사살로 받은 팩트까지 더하자면, 나는 에니어그램 6번 유형의 인간이다. 늘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어 언제나 '미리' 준비를 철저히 해야만 하는 유형이란다.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는 매주 받아쓰기 시험을 본다. 아이는 시험 하루 전날이 되면 집에서 연습을 한다며 나에게 문장을 불러 달라고 하는데, 여기까지는 참 기특하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10개의 문장을 불러주면 다 받아 적고 채점을 해서 만일 한 개라도 틀린 게 나오면 열 문제가 완벽하게 다 맞을 때까지 전체를 반복해야만 한다. 아무리 틀린 문제만 다시 체크해서 이해하면 되는 거라고 백번 말을 해줘 봐야 소용이 없다. 그냥 이 아이는 열 문제가 모두 맞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완벽하게 공부한다며 좋아해야 할까? 나는 심히 걱정이 된다.

인생 살며 완벽할 수 있는 게 과연 어디 하나라도 있던가. 인간은 완벽 근처에도 갈 수 없는 존재임을 어떻게 하면 되도록 빨리 일깨워줄 수 있을지 내게 있어선 또 하나의 큰 과제처럼 느껴진다. 나처럼 오래도록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러나 그 또한 아이의 인생이니 그저 스스로 많이 경험하고 깨달아야 하는 건데.. 결국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란 그저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공도 좌절도 많이 겪어보게 하는 수밖에는 없나 보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자라면서 딱히 부모님 속을 썩인 일이 없어서 나름 잘했다고 자부했건만, 딸로부터 내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문득 우리 엄마도 나 때문에 어지간히 힘드셨겠구나 싶다. 아이가 이렇다 할 말썽은 없는데, 기질상 극심한 예민함으로 인해 내가 겪게 되는 '피로함'이 실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도 이다음에 딱 너랑 똑같은 애 낳아서 당해보란 얘길 하셨던가..(긁적)

아이가 한창 자아 발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던 '미운 4살' 시절, 내 입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너도 이다음에 네 자식한테 당해봐라 소리가 나오고 있어 화들짝 놀란 적이 있었다. 자식은 다 저 잘난 줄 알지만,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을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만드는 존재들인 게다.


부모는 자나 깨나 자식 생각이고 자식은 자나 깨나 자신을 생각한다고 언젠가 광고에 나왔던가. 늘 이러한 깨달음은 철이 들고 자식을 키워봐야 찾아오기 마련이니, 부모님께 못다 한 사랑을 자식에게 쏟아내며 나름의 위안을 삼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게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지 않나.


가끔 아이한테 섭섭한 일이 생기더라도 그 앙갚음(?)은 먼 훗날 태어날 내 손자들이 해주리라 믿으며... 아이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인생을 새로이 배우며 진정한 성숙을 이뤄나가고 있으니 우리 집 붕어빵에게 많이 고마울 따름이다. 학교 끝나고 만나면 오늘이 주어진 만큼 자라느라 수고했다고 꼭 안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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