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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뮤 Oct 19. 2022

모기와의 전쟁

어릴 적엔 내가 딱 그런 사람이었다. 이 모여 있어도 혼자서 모기 다 물리는 그런 사람 말이다. 여기저기 죄다 물려 간지러워 죽을 지경에 혼자만 당했다는 억울함은 덤이었다.

흔히들 알고 있듯이, 모기는 후각이 발달해 사람의 체취를 감지하고 달려든다고 한다. 대놓고 말하자면 냄새나는 인간들이 잘 물린다는 뜻이다. 그래도 내가 더럽고 냄새난단 소리 들을 만큼 안 씻으며 살았던 사람은 아닌데 냄새 때문에 잘 물린다는 엄청난 '오해'까지 안고 살려니 그야말로 나의 억울함은 고구마 100개의 수준이었다. 내 피가 달달한가? 내가 살이 좀 있으니 마치 마블링 가득한 한우처럼 적절한 지방질까지 더해져 고소한가? 늘 모기에게 물어 뜯기는 나로서는 내색할 순 없으나 나름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바야흐로 여름은 모기의 계절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아무리 여름에 모기가 판을 쳐도 의외로 많이 물리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지역에 따라 동사무소에서 얼마나 열일을 해주느냐의 차이가 있을 듯한데, 여름이면 꽤나 자주 방역을 위해 소독약을 들고 돌아다니시는 노란 조끼 요원들이 눈에 띈다. 마치 어벤저스처럼 여기저기 약을 뿌리며 철저히 모기 박멸에 앞장서 주시는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그런데! 이 역시도 이상기온 때문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도처에 보일러가 깔려 있는 탓이라고 해야 하나. 그 누가 처서處暑에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 했던가. 그즈음 서늘한 아침 공기에 내 입 돌아갈지언정 요즘 모기들의 입은 건재하기만 하다. 그들은 따뜻한 곳을 잘도 찾아내고 가을이 와도 여지없이 놀라운 번식 능력을 뽐는가 싶다. 심지어 1층에서 기다렸다가 엘리베이터에 함께 탑승하고 올라오기도 한다. 상당히 지능적이다.


왜 이렇게 가을만 되면 모기가 '더' 많아지나 했더니, 그건 전적으로 노란 조끼 어벤저스들이 활동을 중단하기 때문이었다. 왜냐고? 가을이 왔으니까... 공무원의 업무는 일정표 따라갈 뿐이니까...

가을이 오는구나 싶으면 가장 먼저 방역이 끊긴다. 그러니 가뜩이나 늦게까지 기온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 요즘 가을에 모기가 여름보다 더 기승을 부릴 수밖에...


그나마 다들 가을에 모기가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최근에는 초가을에도 마트에서 손쉽게 홈O트를 구할 수 있게 됐다. 그나마 그 조차도 최근 몇 년 사이 일어난 일이다. 아이가 한창 아가이던 시절 이맘때는 모기의 무차별 공격으로부터 꼬마를 지키기 위해 아무리 모기향을 사려고 해도 그림자조차 찾을 길이 없었다.

왜냐고? 가을이 왔으니까... 모기향을 팔아야 할 계절이 아니었으니까...

지구는 병들고 온난화 현상으로 계절의 변화가 온통 요동치는데, 우리의 상식은 여전히 24절기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었다.




요즘 우리 집 방충망을 아무리 살펴봐도 그 어디에도 구멍은 없건만, 집안으로 들이닥치는 모기의 수가 실로 심상치 않다. 현관문을 드나들 때 냉큼 들어온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많은 모기가 매일 밤 설치는 것이다. 게다가 잠귀가 밝아 모기 소리가 나는 즉시 일어나 잡아야만 다시 잠을 청할 수 있는 남편이, 요즘엔 새벽에 모기 소리를 감지하지 못한다. 이 사람이 늙은 건가..... 새삼 안쓰러워지기도 하지만, 실상 문제는 남편의 귀가 아니라 모기가 진화한 게 아닌가 의심이 다. 희한하게 얘들이 스텔스 전투기가 된 건지 날아다니는데 소리가 안 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홈O트 키는 것을 잊어버린 날엔 대책 없이 물리고 생각 없이 긁다가 새벽에 꼭 잠을 깨곤 하는데, 문제는 다른 곳에 생겼다. 바로 꼬마가 모기의 재물이 된 것이다.


아이가 여섯 살 즈음부터 방에서 혼자 잠을 자도록 해보려는 노오력을 그렇게도 했건만, 초등학교 1학년 우리 꼬마는 아직도 엄마 아빠 옆에서 잠을 청한다. 그저 좀 편하게 넓은 자리를 누리며 자고 싶을 뿐인데, 꼬마는 아직 내게 그런 자유를 허락해주지 않는다. 언제까지 옆에 붙어 있으려나 싶다가도, 머잖아 엄마 아빠 찾지 않을 날도 온다 하니 옆에서 비비댈 때 끼고 있어야지 라며 맘을 고쳐 먹었다.


그런데, 같이 잠을 자면서 내가 모기에 한 방 물렸다 한다면 아이는 거의 열 군데가 물어 뜯겨 있는 것이다. 세상에 어쩜 그렇게 애를 촘촘하게 물어 놨는지 아이가 간지러워 온통 난리 아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약을 바르고 잠을 청하는 게 마치 매일 밤의 리추얼처럼 되어버렸다.

'얘 매일 씻는데.. 애가 땀을 좀 많이 흘리긴 하지.. 그렇다고 이렇게 애만 집중 공격을 당하나? 사람은 누구나 잘 때 땀을 흘린다고 하던데.. 그거 아니어도 누구나 체취는 있지.. 아니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애만 이렇게 쥐어 잡는 건데 이놈의 모기 XX?' 

보이지도 않는 모기에게 부아가 치민다.

그리고 어릴 적 내가 떠오르며 상당히 의아해졌다.


왜 그리 아이만 잘 물리나 찾아보니 이런 얘기가 있었다. 아이들이 모기에 특히 잘 물리는 게 일반적인데, 피가 깨끗해서 그렇다는 설도 있지만 그것보다 아이들은 신진대사량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기는 땀을 많이 흘리고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으며 짙은 계열의 옷 입은 사람을 좋아하는데, 아이들은 신진대사량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어서 더 잘 물린다는 것이다.

오호라! 그러니까 나도 냄새나고 더러워서 더 많이 물린 건 아니었단 말이지! 나이 가득 챙겨 먹고 이제야 누명을 벗은 듯 쾌재를 불렀다.




세상이 다방면으로 좋아지다 보니 이제는 모기를 잡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뭐니 뭐니 해도 사실 손바닥으로 딱! 때려잡았을 때 느껴지는 쾌감이란 게 분명 있긴 하다. 아마도 허락 없이 내 피를 빨아들인 모기에 대한 복수심이 발동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손바닥보다 좀 더 짜릿함(?)을 선사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전기 모기채이다. 모기를 발견하는 순간 전기 스위치를 누른 채 슬그머니 다가가 정확히 명중하는 순간 들려오는 '딱!' 소리는 참으로 묘하게 카타르시스마저 선사해준다. 모기가 박멸되었다는 데서 오는 승리감과 응징하며 느끼는 쾌감이라고 표현해야 하려나....

우리집 궁극의 무기


오늘 집에서 그 딱! 소리를 세 번이나 들었건만, 여전히 어디선가 나를 비웃듯 모기가 숨어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몰려온다. 하수구를 통해 들어온단 얘기도 하던데 그게 정말인가? 모기들이 점잖게 현관문으로 들어왔다고만 하기엔 초대도 안 했는데 너무들 많 오셨다.

이제 제발 좀 가라. 곧 있음 겨울 오게 생겼는데 어쩌자고 너희들의 생명력은 그리도 길게 이어지냔 말이다. 초가을에도 방역 좀 해주면 좋겠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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