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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뮤 Feb 13. 2023

고양희 씨와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원래 강아지를 좋아하는 dog-person이었다.(개 사람이란 소리가 아니라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뜻) 왠지 모르게 얄미워 보이는 고양이한테는 묘하게 정이 가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은 고양이를 너무도 좋아하는 cat-person이다. 사실 두 반려동물들의 전혀 다른 성향 때문에 어느 쪽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성격도 판가름 지어 생각하기 마련인데, 어쨌든 내 머릿속에 '얄밉다'는 생각이 강했던 고양이를 남자 친구 시절의 남편이 좋다고 하니 그것 참 의외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내가 잘 모르고 있을 뿐 이 남자도 어딘가 모르게 얄. 미. 움. 을 장착한 사람은 아닌가 싶어 나의 선입견이 들썩이곤 했다. (실제 살아보니 얄미운 구석이 분명 있긴 있다)  


마냥 나의 편견으로 멀만 생각하던 고양이를 남편 덕분에 고양이 카페에 드나들며 접해보게 되었는데, 자꾸 보니 이 아이들이 참 매력이 넘쳐난다. 여태 살면서 결혼 전 애완견을 두 번 길러봤는데, 사실 강아지는 사람에게 친근하게 구는 장점은 있으나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놀아주고 산책시키고 등등, 사실상 사람의 손이 아주 많이 가는 동물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강아지처럼 그렇게 친근하게 굴지 않아 별로라고 생각했던 고양이의 도도함이 오히려 좋아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출산과 육아를 겪으면서부터다. 아이를 낳고 키워내는 전 과정을 겪고 있는 지금에 드는 생각은, 적어도 반려동물만큼이라도 내 손을 덜 타고 알아서 잘 지내는 동물이 되려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아이는 아빠의 성향을 많이 닮아서인지, 그렇게 고양이가 좋다고 한다. 길고양이를 봐도 예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어디서든 고양이를 마주하면 좋아서 난리가 난다. 아이에게 형제를 만들어주지 않았으니 혼자 심심해하기도 하고, 그러니 정서에도 좋다는 애완묘를 들일까 싶은 고민은 사실 거의 매일 잠깐씩 하게 된다.


사람손을 많이 안타도 키울 수 있는 고양이라면 안 들일 이유가 뭐가 있겠나 생각했지만, 그것은 정말 고양희 씨의 '고'자도 모르는 나의 무지한 생각이었다. 고양이를 키우는데 가장 큰 문제라 한다면 바로 어마어마한 털 빠짐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양이들은 걸어 다닐 때 털을 풀풀 날리면서 다닌다고 한다. 가뜩이나 집안 청소를 마지못해 하는 나에게 그것은 진정 쉽사리 용인할 수 없는 큰 문제 이긴 하다.

고양이 카페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

이제는 아이가 예전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고양이를 키우게 해 달라는 끈질긴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 고양이 한 마리만 제발요~ 내가 다~ 씻기고 돌봐줄게요~네~??"


어디서 진짜 많이 듣던 대사다. 내가 어릴 적 부모님께 강아지를 키우게 해달라고 조르던 말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는 점에 소오름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 대사가 백퍼 입에 발린 소리라는 걸 내 몸소 경험했기 때문에 그다지 기특하게 들리지도 않았다. 일단 강아지를 품에 안은 후로 강아지 응가를 내 손으로 몇 번이나 치웠더라?(반성) 엄마가 다~ 해봐서 아는데, 목표 달성을 위해 던진 패 치고는 너무 약하다 딸아..


"응... 근데 말이야.. 애완동물을 키우는 건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쉽고 간단하지 않아.. 정말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손이 아주 많이 간다? 그래서 하다가 귀찮다고 안 할 수도 없고 말이지.. 예쁘다고 데려왔다가 힘들어지면 어떡해? 그리고 고양이는 털이 엄청나게 빠진데.. 아빠도 너도 코 알레르기가 있는데 어떻게 키우니.. 아쉽지만, 우리 고양이 보고 싶으면 그냥 고양이 카페에 가자.. 응?"

고양이 카페에서 만난 귀요미들

아이가 입이 삐죽 나와 토라진다. 아쉬운 그 맘을 모르지 않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들이지 않는 것이 백번 낫다. 그러다가 아이가 나름 고민을 많이 해봤는지 내게 와서 제안을 했다.


"엄마.. 그럼, 내가 내 방을 매일 깨끗하게 치울게요.. 깨끗하게 할 때마다 여기다가 잘했어요 스티커를 붙여서 이게 다 차면 그때 고양이 사주세요.."


응? 이건 사실 생각해보지 못했던 반격이었다. 아이가 도대체 누굴 닮아(??? 뜨끔) 방이 정말 카오스의 혼돈 상태인 날이 허다한데 매일 정리함으로써 스스로 고양이를 케어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함과 동시에 자신이 약속한 바를 꼭 지킨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전략이었다. 난감했다. 어쨌든 스스로 기특한 생각을 해낸 건데 하지 라고 초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켜주지 못할 약속을 공수표로 날리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난감할 땐 얼버무리기 신공을 날리는 수밖에..




설마 설마 했는데, 혼자 뭔가 분주하게 꿈지럭대더니 방을 정말로 깨끗하게 치워놨다. 나 원 참, 이렇게 반갑고 좋으면서 동시에 난처할 수가 있나.. 뭔가를 해내겠다는 의지를 세웠다는 게 너무 기특하면서도 내게는 큰 고민거리가 생겼으니 큰일이다.


사실 나도 예쁜 고양이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자주 들여다보긴 한다. 만~약에.. 정말 만에 하나 우리가 고양희 씨를 가족으로 들인다면 어떤 종류를 선택하면 좋을지 혹시 몰라 기웃거리고 있는 거다. 개인적으로 애완동물은 무조건 얼굴이 크고 동그랗고 다리가 짧아야 매력이라며 강아지도 웰시 코기를 키웠었는데, 찾아보니 고양이 중에도 이 요건에 딱 들어맞는 귀요미들이 있긴 하다.


살면서 안 그래도 고민할게 많은데, 이런 귀엽고 난감한 고민까지 해야 하다니.. 키우는 생명체는 아이 하나면 족하다며 부득부득 애완동물에 대해서는 선긋기를 분명하게 해 왔는데 흔들린다. 예쁜 고양희 씨들이 눈앞에 자꾸 아른대서 큰일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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