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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뮤 May 09. 2023

아 줌바! 나 지금 너무 신나

세월이 야속해~


어릴 적 가수 하춘화 선생님이 눈알이 발사되도록 힘을 주고 외치던 이 말을 들으면 그저 웃겼다. 그렇게 웃을 수 있는 시절이 좋았더랬다.

나는 노산의 아이콘이다 보니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 덕분에 일반적으로 내 연령을 좀 낮게 봐주시는 편이다. 잠시 여기서 좀 뿌듯하고 넘어가자면, 어쨌든 액면가가 내 연령 또는 그 이상으로 더 꽉 차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이니 슬그머니 입꼬리가 좀 올라간다. 여하 간에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이제 세월 타령을 농담으로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100세 시대에 이제 꼴랑 40대인 주제에 어디서 나대냐고 불호령을 내리실 분들이 계시겠지만, 40대를 일단 넘겨본 사람들은 내 몸이 40년 사용 후에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는지 뼈저리게 경험하고 계실 테고, 40대도 40대 나름인 게 무게중심이 뒤쪽으로 많이 넘어간 상황이라면 나의 엄살도 그저 엄살만은 아니란 걸 공감해 주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이어트? 그거 살려고 하는 거잖아요!


날씬하건 안 날씬하건 그 기준이 어디에 있건 간에, 여자로 살면서 한평생 '다이어트' 입에 안달아본 사람있을까. 젊어서는 그저 어떻게든 살은 죽기 살기로 빼야만 하는 골치 아픈 숙제였었다. 그런데, 솔직하게 까놓고 말해서 지금 이 나이에 멋진 몸매를 가질 수 있다면 그 또한 아름다운 축복임은 분명하지만, 누구한테 그리 잘 보이겠다고 몸매 만드는 게 여태껏 숙제여서 뭐 할까 싶다. 물론 전적으로 멋진 몸매를 갖는 것은 남들에게 뽐내는 재미도 있겠지만 절대적으로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라고 살짝 주장해 보지만...


여하 간에, 나 스스로 만족 한번 거하게 해 보겠다고 먹는 거 참고 죽도록 운동하는 괴로움을 불사하기엔 이젠 정말 귀찮음을 진하게 느낀다. 어차피 예전만큼 식욕도 왕성하지 않은 마당에 굳이 먹는 종류까지 제한하며 살아야 한다면 인생에 큰 즐거움 하나를 포기하는 게 아닌가. 그러나, 젊어서 예쁜 몸매를 갖는 것보다 중년의 지금에 다이어트를 해야만 하는 좀 더 절실하고 치명적인 이유가 백만 가지가 넘는다.


우선, 체중이 1kg 늘어날 때마다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이 3배가 늘어난다고 한다. 그러니, 단순하게 나 2킬로 쪘네라고 애매하게 웃으며 말하는 순간 내 무릎 관절은 절규하며 소리 지르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제 조금만 걸어 다녀도 무릎에 신호가 오는 걸 보면, 얼추 배만 잘 가리면 그다지 돼지로 보이진 않는다는 걸 나름의 강점으로 자랑스러워할 일이 아니란 소리다. 뱃살이 늘어남으로써 올라가는 각종 성인병과 중증 암 발생 위험도는 내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각종 정보 프로그램에서 닳도록 얘기해주고 있지 않던가.

체중? 100세 시대에 병원에서 고생하지 않으려면 죽기 살기로 줄여야만 하는 것이다.



내가 찾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운동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나는 대략 한 4년간 꾸준히 주 5일 줌바(zumba)를 다녔다. 줌바는 콜롬비아 출신 에어로빅 강사/안무가인 '베토 페레즈'가 각종 남미 댄스 동작을 접목하여 창작해 낸 피트니스 프로그램이다. 중~고강도 유산소 운동인데 어느 정도 근육 단련까지 기대할 수 있는 아주 효과 좋은 운동이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 아닌 춤을 추다 보면 엄청난 운동량에 땀이 비 오듯 쏟아져 내리곤 한다. 즐거움과 동시에 엄청난 운동까지 가능하니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이건 마치 춤바람과도 같았다. 너무 재미있어서 푹 빠져버린...


그 노무 코로나 초기엔 마스크를 쓰고 감염의 위험을 어느 정도 불사하며 그래도 열심히 쫓아다녔건만, 상황이 악화되자 결국은 발길을 끊어야만 했다. 평생 살며 해본 운동 중 최고 재미있는 운동이었는데 그때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코로나 은둔생활과 함께 사실상 운동생활마저 막을 내리고 만 것이다.


홈트로 다이어트 성공하시는 분들도 많던데 나는 그게 참 어려웠다. 닌텐도 링핏까지 활용해 가며 시도를 해봤건만, 집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깨작깨작 운동하는 게 영 시원치 않았다. 그러다 결국은 그 조차도 안 하게 되니 코로나가 길어질수록 나날이 뱃살이 늘어가는 건 당연한 이치. 어디 보기만 흉해졌던가. 건강이 나빠지는 건 별책 부록이 아니라 본품 선물이었다.


그렇게 아쉬움의 세월을 보내고, 얼마 전 세계 보건기구 WHO에서 코로나 위기상황 해제 발표를 했다. 정말 길고 지루했던 시간이지만 그걸 또 이겨내는 우리 인간들 참 대단하단 생각도 든다.

뭔가 슬슬 꿈틀대기 시작한다. 나도 다시 신나는 운동을 하러 가야겠단 결심이 불쑥 솟아났다. 때마침 예전 함께 줌바를 하던 회원 언니들과 선생님이 뭉쳐 수업을 개설한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망설일게 뭐 있던가! 살아야겠으니 운동하러 가야지!



다시, 오늘부터 1일


아침에 아이를 등교시키고 돌아와 후딱 준비하고 기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들과 한참 인사를 나누고 본격 줌바 타임이 시작됐다. 잘 따라 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하는데 하고 나면 또 온몸이 쑤시려나..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쳤지만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그 어느 때보다 초롱초롱 안테나가 살아나 너무 신났다. 아무리 실수가 연발이라도 문제 되지 않았다. 곧 적응하여 그 누구보다 열심히 리듬을 타고 있는 나를 발견했으니 말이다.


와 이렇게 재밌는 거 그동안 못해서 어떻게 살았데~ 50분을 신나게 뛰고 나니 그야말로 땀으로 샤워를 했지만,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다. 그간 나한테 절실히 필요했던 게 바로 이런 거였구나 싶었다. 사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이미 갱년기 구간에 진입해 들어왔음을 그저 받아들여야만 했던 것이, 자꾸 감정 변화도 격해지고 기분이 가라앉는 게 사실상 일상생활을 불편하게 만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은 가고, 나이는 들고, 나는 변해간다. 그건 바꿀 수 없는 팩트이니 뭔가 내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들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먹거리에 돈 쓰지 않고 대신 몸에 좋다는 영양제 하나라도 더 챙기고, 치장하는 데 소비하지 말고 건강을 다지는데 투자하자고 마음먹어본다.

아 줌바~ 아줌마 지금 너무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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