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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뮤 Oct 10. 2023

시대를 앞서간 미식가 파이어족

죠아키노 로시니

로시니는 또 누구야~라며 그다지 익숙한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그렇지만 아마도 음악을 들어보시면 어라~이거 들어본 건데~ 하면서 의외로 익숙하게 느끼시리라 생각합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윌리엄 텔 서곡'을 들어보시면 바로 감이 오실 거예요. 혹시 윌리엄 텔 글자의 하이퍼 링크를 꾹 눌러보셨나요? 이 음악 굉장히 익숙하시죠?


로시니는 앞서 이야기 나눴던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다음 해, 1782년에 이탈리아 동부의 작은 연안 도시 페자로라는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트럼펫 연주자였던 아버지와 아마추어 가수인 어머니로부터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아 로시니 역시도 아주 이른 나이부터 음악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죠. 고작 십 대 초반이었던 시절에 현악 소나타를 여섯 작품이나 작곡했고, 뿐만 아니라 그가 처음으로 오페라를 작곡한 것이 14살 때였다고 하니, 정말 천재 작곡가들의 기본 수준은 어나더 레벨이었네요.


로시니는 이태리 벨 칸토(Bel Canto) 창법의 기초를 다진 장본인이에요. '벨 칸토' 창법이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단순히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아름다운(bel) 노래(canto)'입니다. 사실 세상에 아름다운 노래가 널렸는데 갑자기 아름다운 노래 창법이라니 무슨 소린가 싶으시죠? 그냥 노래 예쁘게 잘 부르면 다 아름다운 노래 아닌가요?  그런 의미의 아름다운 노래가 아니라니까요~


그래서 벨 칸토 창법이 뭔데?


뜸 그만 들이고 말씀드릴게요. 이는 18세기에 확립되어 19세기 전반에 걸쳐 오페라에 쓰였던 기교적 창법이랍니다. 기본적으로 이 창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름다운 소리, 부드러운 가락, 훌륭한 연주 기교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주 작은 소리부터 큰 소리까지 치밀하게 성량을 조절해야 하는 데다 유연하게 이어지는 레가토(멜로디를 아주 부드럽게 이어 연주하는 법), 그리고 화려한 기교가 아주 중요시되었답니다. 글자로만 읽어보니 잘 와닿지 않으실 수 있는데요, 뒤에 이어 작품 이야기 나눌 때 들어보시도록 안내해 드릴게요.



박수칠 때 떠나라!


로시니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14세 때 오페라 작곡을 시작해 그 후 20여 년간 활동하면서 무려 서른여덟 편이나 되는 오페라를 작곡했습니다. 거의 일 년에 작품 두 개씩을 완성한 셈이 되는데요, 다른 장르도 아닌 오페라를 그렇게 작곡했다는 것은 거의 현대의 작곡가가 노래 10곡 정도를 수록한 정규 앨범을 한 달에 한 번꼴로 작곡해 내는 것과 견주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어마어마한 거죠. 요즘처럼 컴퓨터로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는 시절도 아니고 온전히 작곡가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음악을 손으로 일일이 악보에 써 내렸던 당시의 '작곡'을 생각해 본다면 실로 현대의 아티스트들과 쉽사리 비교할 수도 없는 대단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는 38세를 끝으로 오페라 작품을 더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페라 작곡에 너무 모든 걸 쏟아내서 그랬는지 어느 정도는 건강상의 이유도 있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몹쓸 병에 걸리거나 일찍 사망하게 되어서가 아니고 정말 조기 은퇴를 한 거였어요.

다만, 오페라를 작곡하지 않았을 뿐이지 은퇴 후에는 교회음악이나 가곡, 실내악곡 등 상대적으로 조금 가벼운 장르의 음악을 작곡했다고 합니다. 요즘 우리가 꿈꾸는 삶이 이런 거잖아요~ 물 들어올 때 열심히 노 젓고 일찍 은퇴해서 그냥 놀기는 아쉬우니 내가 원하는 만큼 조금만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면 이 어찌 아니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로시니는 진정으로 멋짐 폭발하는 파이어족이었네요.

※ 파이어족 -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의 'FI'와 조기 은퇴(Retire Early)의 'RE'의 합성어(FIRE)로, 경제적 자립을 토대로 자발적 조기 은퇴를 이룬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이다.


한층 더 부러운 것은 이제부터입니다. 은퇴 후에 그는 식도락가로 살았데요. 진정한 행복은 먹는 즐거움에서 온다고 믿는 제게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인생은 없어 보이네요. 요즘 같았다면 유튜브에서 먹방 요정으로 거듭나 사이드잡 수입이 생겨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그럼 이제부터 그의 주옥같은 오페라 작품들 중 그가 고작 24세일 때 작곡한 '세비야의 이발사'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앞서 이야기 나눈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과는 원작의 스토리가 이어지기 때문에, 두 작품의 연결고리를 함께 보면 더욱 재미나다는 건 안 비밀이죠! 그럼 다시 스페인의 세비야로 함께 가보시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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