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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뮤 Oct 12. 2023

운칠기삼! 재능은 기본, 운도 따라주던 남자

가에타노 도니체티

우리가 클래식을 그다지 즐겨 듣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모차르트나 베토벤, 쇼팽 등 이런 정도의 유명한 작곡가 이름은 웬만하면 다 들어봤잖아요. 그런데, 도니체티? 그게 뭔가 싶으신가요? 사실 오페라와 지금껏 인연을 맺어보지 못하셨다면 아마 쉽사리 접해보지 못하셨을 작곡가이죠. 가에타노 도니체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1797년 북부 롬바르디아의 베르가모라는 도시에서 태어났어요. 앞서 소개해드린 로시니에 이어 이탈리아 벨 칸토 오페라를 이끌며 19세기 초반에 대활약한 오페라 작곡가입니다. 작곡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요, 대다수의 작곡가들이 음악가 집안 출신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도니체티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그의 집안은 매우 가난했었고요, 가족 중에는 그 누구도 음악에 뿌리를 둔 사람이 없었데요. 다만, 시몬 마이르라는 독일의 성공한 오페라 작곡가가 베르가모에 있는 가장 큰 성당에 음악 감독으로 부임하게 되면서 그가 도니체티의 음악적 재능을 발굴해 냈다고 하네요. 역시 살면서 누구를 만나느냐가 인생길에 큰 영향을 미치는거죠.


그는 볼로냐 음악원에서 수학한 로시니의 동문 후배입니다. 그런데, 왜 그런 경우 있지 않나요? 아주 잘 나가는 선배를 보면 동경하게 됨과 동시에 왠지 나도 그렇게 잘해보고 싶다는 도전의식이 생긴다거나 뭐 그런 경우 말이죠. 앞서 소개해드렸던 로시니가 20여 년간 서른여덟 편에 달하는 오페라를 써냈다며 대단하다는 말씀을 드렸었잖아요. 그만큼 그의 머리가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악상을 쏟아냈다는 의미가 되겠죠. 무려 '세비야의 이발사' 같은 경우는 전체를 작곡하는데 13일밖에 소요되지 않았다고 해요.


그런데! 도니체티 역시 그에 못지않은 스피드로 작품을 써냈다고 하죠. 한 가지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지는데요, 도니체티가 로시니를 보며 그 작품 써내는데 13일이나 걸릴 일이냐며 무척 '게으르다'라고 했답니다. 세상에, 저라면 작품을 써야겠다며 마음먹는데만 13일이 걸렸을 테니 저의 게으름 레벨은 대체 무엇! 도니체티가 취급도 안 해줬겠는데요. 그렇게 스피디하게 작품을 쏟아냈으니 50 평생을 살며 작곡한 오페라가 70개나 된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볼 땐 인간인가 인공지능인가 싶은데 말이죠.



인생은 타이밍!


도니체티가 활동하기 시작했던 초기에는 그저 로시니를 모방하는 정도로밖에 평가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로시니가 게으르다며 나름 경계(?)했던 이유가 어쩌면 이런 평가에서 받은 상처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쥐구멍에도 볕뜰날이 온다잖아요. 이게 무슨 행운인 건지, 그렇게 늘 본의 아니게 가림막이 돼버리던 로시니가 조기은퇴를 하지 않았습니까! 로시니가 홀연히 퇴장한 후에 사실상 도니체티가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해요.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죠.


또 한 가지 요인이 있었어요. 도니체티와 동시대에 쌍벽을 이루던 이태리의 대표 오페라 작곡가로 '벨리니'가 있었는데 말이죠, 그는 34살의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났어요. 사실상 오페라 시장 안의 경쟁자가 모두 각자의 이유로 퇴장을 한 거죠. 도니체티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어찌 보면 상당히 운 좋게 발굴이 된 셈이었는데, 그렇게 오페라 작곡가로서 입지를 굳히게 된 계기 역시도 운이 많이 따라줬던 것 같아요. 하늘이 돕는 사람이었나 봅니다. 아 물론 그저 운만 좋았던 건 아니에요. 그의 작품들을 들어보시면 정말 주옥같은 음악이 가득합니다. 그러니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표현하기보다는, 항상 준비되어 있던 자에게 기회가 찾아온 거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화려한 성공, 그러나 다소 쓸쓸했던 마지막


그는 1828년 친구의 누이였던 비르지니아 바셀리와 결혼하여 슬하에 3명의 자식을 두었었습니다만, 아내도 자녀들도 모두 일찍 세상을 떠났어요. 그는 어쩌면 그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온전히 작품 활동에만 매진했는지도 모르겠네요.


한평생 너무 천재적으로 머리를 쓰면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그는 말년으로 향해 갈수록 정신착란의 문제가 생겼다고 해요. 파리 근처의 정신 병원에 오래도록 입원해 지냈는데, 그의 조카였던 안드레아가 그를 17일이나 걸려 고향인 베르가모로 다시 데려왔고요, 거기서 여러 가지 신체적 능력이 상실된 상태로 겨우 삶을 이어가다가 1848년 4월 8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도니체티가 오페라를 70개나 써냈잖아요. 그중에서도 오늘날까지 무대에 단골 레퍼토리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작품들이라 한다면, '사랑의 묘약', '안나 볼레나', '루크레지아 보르지아',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돈 파스콸레' 등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오페라 초심자들에게 가장 큰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만한 너무도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작품, 사랑의 묘약에 대해 좀 더 알아보려고 합니다. 그 묘약이 대체 뭔지 궁금하시다면 함께 다음장으로 가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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