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불이어도 괜찮아

몸이 항상 무겁고 피곤하신가요?

by 지각쟁이

단잠을 자다가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니 새벽 다섯시였다. 알람을 맞추고 일어난 게 아니라 조금 억울했다. 울끈불끈. 혈관을 타고 흐르던 피를 노린 모기 한 마리 때문이었다. 우연처럼 만난 새벽기상이다. 새끼를 부화시키려는 엄마 모기만이 피를 노린다던데. 부지런한 암컷 모기 덕분에 미라클 모닝을 누리게 되었다. 값진게 보내 볼 요량이다.


‘새벽 다섯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창 밖이 온통 뿌연 안개로 뒤덮여 있다. 잠이 덜 깬 걸가 싶어 눈을 비볐다. 고층 아파트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흡사 유령도시 같았다. 레고마을 같기도 했다. 4차선 도로에 차가 한 대도 없는 광경은 낯설었다. 검은 아스팔트 위에 그려진 페인트가 그 어느 때 보다 밝게 빛났다. 얼굴에 불어오는 바람의 촉감을 느끼며 한동안 그대로 서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서서히 버스와 택배 트럭이 오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버스정류장에는 어느새 사람들이 나타났다. 양복을 한껏 차려입은 직장인들은 대체 몇시에 일어났을까? 어둠속에서 부스스 떠지지 않는 눈과 몸을 일으켰을 이른 시간을 생각하자 아찔했다. 고작 다섯시에 일어난 걸 대견해 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삶은 언제나 내게 겸손할 것을 주문했다. ‘나름 이 정도면 잘 하고 있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면 언제나 뒷통수를 날렸다. 뒤를 돌아보면 나는 언제나 출발선 앞이었다. 그러나 시작은 반이다. 뭐든 당장 시작해서 하고 있다면 그걸로 된 거다. 오늘 아침은 새벽 기상을 했고 사이다 같은 공기를 마시며 순간을 기록했다. 남들보다 조금 부지런히 일어났으니 그걸 원동력 삼아 더 열심히 살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기긍정의 확신이 같은 게 솟아났다.



이어지는 이야기와 그림이 궁금하시다면 신간 [엄마의 삶에도 문진표가 있나요?]를 구매해주세요.

작가의 이전글아기가 현관문을 지키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