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현관문을 지키는 까닭

몸이 항상 무겁고 피곤하신가요?

by 지각쟁이

아기가 사라졌다. 좋아하던 장난감과 함께 증발했다. 뱅그르르 돌리면 쌀알이 춤을 추던 딸랑이는 소리소문이 없다. 바닥에 흘린 침 자국도 보이지 않는다. 집안에 숨어있는 사각지대를 샅샅이 뒤지던 찰나. 저 멀리 생명체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우리집은 현관으로 향하는 복도가 런웨이처럼 펼쳐진 복도형 아파트이다. 일자로 넓은 복도는 딱히 쓸모가 없어 불을 꺼 놓는다. 캄캄한 복도 끝 어디선가 낮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코딱지 하나가 끼인 것처럼 ‘쉭쉭’ 거리다가 ‘쉑쉑’ 거렸다. 우리 집 아기였다.


불빛 한 점 없는 캄캄한 곳에서 아기는 무얼하고 있었을까. 깨금발을 들고 쫓아갔더니 아기는 어둠 속에서 미동도 없었다. 두꺼운 유리가 끼워진 중문을 마주 한 채 그냥 앉아 있었다. 조용히 고개만 까딱일 뿐 시선은 중문을 너머 현관에 붙박였다.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땅으로 푹 떨어진 홍시처럼 주저앉은 아기의 작은 등은 말랑했다. 그걸 바라보는 게 힘이 들었다.


몇 달 전이었다. 아파트에서 노후 수도관을 교체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땀 흘리고 들어와 밥을 지어 먹은 후였다. 설거지를 하려고 수도꼭지를 키던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수도관 깊은 곳에서 괴물이 포효하는 괴성이 흘러나왔다. 녹물 한 두 방울과 함께였다. ‘아차, 단수라는 걸 잊었구나.’ 화장실에서는 손에 비누거품을 잔뜩 묻힌 첫째 가 소리를 질렀다.


“엄마~~물이 안 나와! 이상한 소리만 자꾸 으스스하게 나와!!!”


수도꼭지를 살짝 쥐고 돌렸을 때 시원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리라는 기대감이 무너졌을 때의 당황함이란. 그동안 물을 틀면서 한 번 도 감사함을 느껴 본 적이 없다는 게 참 신기했다. 그런 당황함이 우리 가족에게 한 번 더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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