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둥버둥 수영 수업.

일곱 살 은유의 수영 적응기.

by 지각쟁이

<일곱 살 은유의 그림일기>


파란 타일이 바닥에 깔린 수영장 안에는

소나기를 털어낸 구름들이 둥실둥실 떠다닙니다.


얼음처럼 차가워 보이는 물속이 따뜻합니다.

파란 눈의 거인이 갈기고 간 오줌 같아요.


미끄럼 주의! 뛰지 마시오!

수많은 아이들이 뛰어간 미끄럼 방지턱은

까칠한 성격이 닳아버린 지 오래인 것 같아요.


병아리반 호랑이 수영 선생님은 곶감보다 무섭습니다. 그게 다 바다괴물한테서 목숨을 살리는 길이라고 하셨습니다.


팔이 짧아 슬픈 펭귄처럼 팔 벌려 뛰기로 준비운동을 시작합니다. 선생님이 부는 호루라기 소리에 아이들이 일제히 물속으로 뛰어듭니다. 엄마가 새로 사 준 물안경을 폼나게 써보았습니다.


(잠시 후...)


물 밖에 앉아서 찰방찰방 발차기나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정말 시시하기 짝이 없습니다.


'물속에는 대체 언제 들어가는 거야...'

'진짜 수영이 하고 싶다... 창피해...'


윽... 미꾸라지처럼 유유히 수영을 하고 돌아온 아이들의 당당한 레이저 눈빛을 맞고 쪼그라들어 사라질 것만 같습니다.


수영장 위에 떠있는 레일은 아이들을 응원하며

흔들흔들 온몸을 털어 물결 춤을 추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끈이 달린 붉은 스펀지를 허리춤에 둘러주셨습니다. 나는 마치 고슬고슬 하얀 밥 위에 스팸을 올리고 허리에 까만 김을 두른 초밥이 된 것 같습니다. 물속에서 코끼리처럼 허우적허우적 서툰 수영이 시작됩니다.


한바탕 물에 빠진 순간 누군가 콧구멍 속으로 굵은소금을 뿌려댄 것처럼 따끔합니다. 설마 깊은 물속 어딘가에 악어가 돌아다니는 건 아니겠죠... 오리가 수영하다가 깜빡 벗어 놓고 간 신발이라도 있었으면...


손 발이 금세 쭈글쭈글해졌습니다. 샤워장의 잔소리쟁이 바다코끼리 할매들이 수건으로 몸을 훔치던 두 손을 닮았습니다.


'부르르르~~~~~~~~~'


갑자기 오줌보가 때가 되었다며 눈치를 줍니다.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옷을 내리려고 하자. 수영복은 쥐똥 같은 눈물을 바닥에 뚝 뚝 흘리며 철썩 달라붙어 놔 주질 않습니다.


'자꾸 이럴 거면 수영복을 입은 채로 싸버릴까 부다...'


돌아온 수영장에는 철퍼덕 물살을 때리는 아이들의 발차기 소리가 귀에서 왕왕거립니다. 그때... 남자 탈의실에서 누군가 배로 썰매를 타며 미끄러져 나옵니다. 지난봄 동물원에서 만난 물개 토토였습니다.


'완전 반갑다 토토야~~~~!'


하얀빛을 반사하는 매끈한 피부와 고무풍선처럼 물컹한 물개의 품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토토를 꼬옥 끌어안고 풍~~~~덩.


어느새 물속에는 몸의 방향을 바꿔가며 반짝이는 물결의 꽁치 떼가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꽁치들을 사냥하며 날렵하게 유영을 시작합니다. 미끄덩 미역들이 발등을 간질입니다.


토토와 정신없이 놀다가 바라본 물 밖 세상에는 이글이글한 태양볕을 버티고 서있는 큰 키의 야자나무와 고운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습니다. 바람은 달콤한 열대과일의 향기를 부지런히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어젯밤 리모컨을 들고 갈 곳을 잃은 사람처럼 채널을 돌려대던 아빠가 한 동안 멈춰있던 홈쇼핑 속 화면 같습니다.


아빠... 우리 같이 떠날래요?


거 봐요. 지금 아빠 신발 속 양말들도 같이 가고 싶다며 엉엉 울고 있잖아요... 어서 들어와요!


성미급한 가을이 여름을 쫓아내 버리기 전에 어서 서둘러요...!


[ illustrated by Kimi ]


글. 지각쟁이.

그림. 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