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 때 현기증을 느끼거나 어지러우신가요?
새벽녘 비가 왔는지 창틀에 조그만 알전구들이 매달려 있다. 창 밖에 두터운 구름이 내려앉았다. 한겨울 찬바람이 무서워 꽁꽁 닫았던 거실 창을 열자 청량한 공기가 밀려온다. 봄기운을 머금어 촉촉한 공기는 오래도록 마른 것들의 싹을 틔울 준비를 하나보다. 철제 날개를 비벼 풀벌레 소리를 내는 오토바이, 바삐 사라지는 버스의 뱃고동 소리, 뜨겁게 지져대는 공사장 속 철의 절규, 울퉁불퉁한 노면 위를 구르는 크레인 바퀴의 진동이 아침을 깨워온다. 얼굴 없는 새의 힘찬 울음소리는 도시의 소음을 뚫고 회벽을 튕기다 거실로 들어왔다. 바람 냄새와 활기찬 소음들이 문득 반가워진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봄이다. 무수히 반복되어 온 만남과 이별. 기다리는 마음은 아무리 해가 지나도 퇴색되지 않나보다. 기나긴 밤을 납작 엎드려 고요히 잠든 듯 살아낸 겨울, 이제 묵직한 솜이불을 털고 일어날 때가 되었다고 알린다. 양지바른 땅 위에 쑥과 냉이가 올라오면, 말캉한 아이들의 손에 쥔 딸기는 입가에 달큰한 향기를 남긴다. 챙이 둥그런 모자를 눌러쓰고 운동화 끈을 조여 맨 발걸음에 맞춰 가방 속 물병이 찰방찰방 흔들리겠지. 고소한 참기름을 발라 썰어 놓은 김밥 도시락을 들고 동물원으로 갈까 산으로 갈까...아이의 손을 쥔 발길은 봄에 취해 방황하겠지. 낙조가 다 타도록 돌아다녀도 한참을 집에 가기 아쉬워 밖을 서성이다...옷깃에 바람 냄새를 가득 머금은 채 현관문을 딸깍 열고 들어오는 그런 날들이 얼른 온다면 좋겠다. 비를 타고 전해져 온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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