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속에서도 부지런히 자란 우리들

계절이 바뀔 때 현기증을 느끼거나 어지러우신가요?

by 지각쟁이

곤히 잠든 두 아이들을 뒤하고 조용히 거실로 나왔다. 주광색 스탠드 하나를 딸각 켜자 온 집안에 따뜻한 빛이 내려앉았다. 하얀 철제 보온병에 담아 둔 커피를 잔에 또르르 소리내어 따르곤 노트북 앞에 앉았다. 해가 뜨지 않은 겨울의 아침이다. 오늘 하늘은 눈을 가득 껴안은 듯 묵직하다.


나의 아침은 온기가 남아있는 이불을 털며 시작된다. 한숨 더 자고 싶은 욕망과 어제의 먼지와 근심들을 함께 털어낸다. 창문을 열자 폐속으로 ‘날 것’ 그대로의 공기가 들어찼다. 오늘의 설레임도 함께 채워졌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이불을 널어 따뜻한 햇빛에 바사삭 굽는다. ‘오늘밤도 지치고 고단하겠지.’ 침대 위에 누워 잘 마른 이불의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미리 나를 위해 준비하는 선물이다. 나의 하루는 연극 무대 위에 장막을 올리듯 이불을 손질하는 일로 시작해 무대를 덮는 일로 끝난다. 이불은 일종의 커튼콜인 셈이다.


겨울철은 환기가 어려운 계절이다. 신선한 바깥 공기를 얻으려면 따뜻한 온기와 이별해야하기 때문이다. 익숙한 걸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얼마 전 아이가 유치원을 졸업했다. 사물함을 정리하며 갖고 온 크레파스에서 반 이름을 떼어내다가 선생님 얼굴이 떠올라 울컥했다. 이름표를 떼어내는 손톱 사이로 이별의 아픔이 파고들었다.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코로나가 터졌다. 친구와 바깥세상이 없는 기묘한 곳에서도 부지런히 자라는 아이를 보며 마음속에 불편한 스티커를 떼어낼 수가 없었다. 내가 살 던 어린 시절은 이랬다. 다섯 손가락을 펼쳐 얼굴에 대면 늘 풀냄새와 흙냄새가 코를 찔렀다.


“요녀석들아~막 돌아다니다가 개구리소년 된다! 얼른 집에 들어가!”


그 시절 아이들은 어른들의 잔소리에 아랑곳 않고 쏘다니기에 바빴다. 그날 그날 새로운 것들을 탐색하러 떠돌아다니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 같았다. 하루는 동네 뒷산에 올라 약초를 캐자며 잡초를 땄고, 운수 좋은 날엔 커다란 사마귀도 잡았다. 두 손에 날이 선 호미를 쥐고 약이 오른 사마귀가 그날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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