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대략 15년 전쯤 조금 사용하다가 처박아두었던 태블릿을 꺼내어 컴퓨터에 연결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언제 어느 때고 지웠다가 다시 그릴 수 있어 꽤 유용하기도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힘을 빼면 그동안 그려보지 않았던 수많은 소재들을 자유롭게 그려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좀 익숙해진 후에 아이패드라도 구입하게 되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그림을 그릴 수 있겠죠. 예를 들면, 호크니 영감님처럼 아침에 눈 뜨자마자 창가에 앉아 해가 떠오르는 풍경을 바라보며 하루를 그림 그리기로 시작하거나, 해 지기 전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을 한참 동안 눈으로 좇으며 담아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디지털 작업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좋은 작품을 제작하고 싶은 화가로서의 바람 못지않게 언젠가부터 품고 있는 한 가지 소망이 있는데요, 멋진 그래픽 노블을 한편 만드는 겁니다.
아무리 짧아도 족히 2년 이상은 전념해야 하는 일이라고 본다면, 언젠가 그럴 시간과 여건이 확보되길 바라봅니다.
그것이 정말로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지금의 그래픽 작업이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죠.
그림을 그리는 것이 화가의 일이라면, 예술가도 노동자의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면, 그러나 또한 예술이 놀이라면, 놀이와 예술은 사실 어떤 실용적인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면, 최소한 나는 잉여인간은 아니겠구나라는 자위를 해봅니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지듯, 올곧이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리다 보면, 그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고 봅니다.
나는 구름도, 별도, 나무도, 사람도...... 그 모든 것을 그릴 수 있고, 그럴 자유가 있습니다.
또한 누구든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20200601 Photoshop cs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