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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Mar 05. 2020

바이러스 신드롬

코로나 19로 인해 온 나라가 들썩거리는 지금, 대통령 탄핵에 동의한 국민 청원이 수십만을 넘어섰고, 거기에 맞서 대통령을 응원하는 숫자 또한 만만찮다는 기사를 보았다.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은 너나 할거 없이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이며 이 나라를 걱정하고, 현 사태를 비판하는 발언들을 쏟아낸다. 그런 와중에도 사태를 진정시키고 해결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정치적 실리를 먼저 계산하고 무리를 이루어 작당을 일삼는 위정자들의 머릿속은 어떤 뇌구조일지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사람들의 일상은 뒤틀리고, 점점 커져가는 스트레스와 불안에 더해저 근거 없는 뉴스들이 난무하고, 저마다의 진영논리에 갇힌 사람들은 객관적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스스로 이미 정해놓은 답안지에 가까운 뉴스들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여기저기 퍼 나른다.

생활의 불편함과 경제적 손실 등으로 인해 출구를 찾지 못한 스트레스는 정부와, 그 모든 시작쯤으로 여겨지는 신천지를 향해 폭발하고, 그 불만이 또 다른 불만으로 이어져 비교적 적은 금액을 기부한 어떤 연예인은 비난의 대상이 되고, 그것이 또 다른 논쟁을 낳고 불필요한 논쟁이 꼬리를 문다.

그러나 하루를 일하지 못하면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의 생계까지 위태로운 사람들의 처지는 말할 것도 없고, 당장의 월세를 걱정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직장인들은 생명의 위협에도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다.

고독과 무관심에 길들여져 이미 강한 내성이 생겨버린 소외된 예술가들은, 그래도 비교적 잘 견디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지극히 낭만적인 자세일까.


바쁘게 사는 것만이 미덕인 것처럼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단 한 번도 고독을 정면으로 마주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조그만 외로움에도 몸서리치며 늘 밖으로만 떠돌다가, 지금의 자발적이지 않은 고립상태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올곧이 혼자 있을 수 없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도모할 일이라는 것은 한낱 가볍기 그지없는 유희이거나, 검은 속내의 작당이 대부분일 것이다.

돈만 된다면 우르르 몰려가서 집단 투기를 하고, 자신들의 이익 앞에서 뻔뻔한 담합을 하면서 우리는 남이 아니다라며,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고 자축을 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목적이 아닌 수단일 뿐이어서, 거짓 사랑으로 상대를 기만하고 상처를 주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더 많이 소유하는 것만이 개인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다는 일그러진 믿음으로, 가지고 또 가져도 만족할 줄 모르는 욕구가 스스로의 영혼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드는지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간다.


존재에 대한 자각은 없고, 소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만 앞서 앞다투어 사재기를 하고, 서로를 불신한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탐욕이라는 바이러스를 품고 사는 보균자들이 아닐까.


그 모든 것을 제쳐두고 일선에 뛰어들어 온갖 불편을 감수하며 쪽잠을 자가면서도,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두말없이 봉사하고 애쓰는 사람들이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들이다.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독버섯처럼 밑도 끝도 없이 파고드는 불신의 씨앗들이 지금의 상황을 더 위태롭게 만든다.

비난보다는 자중하고,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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