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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Oct 02. 2016

부치지 못한 편지

간밤에 꿈을 꾸었습니다

당신의 수척해진 모습에 놀라 벌떡 일어나 보니 그 또한 꿈속이었습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꿈속에서 또한 꿈속인 것을 알 수 있으니 말입니다

   

소식은 들었습니다

잘 살고 있다니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뒤돌아서는 당신을 보내고는 어쩌지 못하는 날들에, 

후회스럽고 미련스러움에 수백 번 수천 번 마음속으로 감추며 흘렸던 눈물이 그 소식과 함께 처음으로 목 놓아 울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서러워서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내내 품어왔던 미안함이 또 궁금함이 우연히 알게 된 당신 소식에 그저 맥이 풀려버린 것입니다    


시간은 더디지만 또한 빨리도 흘러갑니다

숨죽이며 몰래 가본 당신 집으로 가는 골목 어귀에는 어느덧 낯선 가게가 들어와 있습니다

그 정다웠던 풍경에 불청객이 들어선 것만 같아 괜히 심술이 났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당신이 이제는 그곳에 계시지 않으니 매번 가도 지겹지 않던 그 길이 생기가 없어 보입니다    

내내 아프고 먹먹했던 마음이 당신 소식에 조금 누그러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당신도 지금과 같이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주길 바랍니다

혹시나 내가 당신을 원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기를

단 한 번도 그런 마음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다음에는 활짝 웃는 모습으로 나타나 주길 바랍니다    


헤어진 후에 깨닫는 사랑은 이처럼 아프지만 

그 사랑했던 추억에 더 오랜 시간을 감사할 수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은 당신이 있어 가능했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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