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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Oct 02. 2016

지독히,끈질기게,하염없이

나는 이 세계를 너무 피상적으로만 보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도무지 이 봄비가 낯설다.

철제로 된 테라스에 고인 빗물 속에는 멀찍이 떨어진 가로수의, 겨우내 앙상히 버틴 나무의 잔가지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간간히 떨어지는 빗방울에 그것들은 순간 일그러졌다가 다시 본래의 모습을 찾고는 한다. 그러나 투영된 그 모습 어디에서 나는 본래의 모습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인가. 본래의 모습은 철제로 된 테라스 난간 속에도 없지만 멀찍이서 우두커니 버티고 서있는 나무의 모습에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무슨 근거로 순간 고요해진 빗물 속에 투영된 모습에서 그렇게 막연히 말하고 있는 것일까.

바라보기는 모든 것의 우선일 수 있다. 지극히, 끈질기게, 하염없이 바라볼 때 그것은 본래의 모습을 보여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후에야 우리는 사랑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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