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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Oct 29. 2022

How are you?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호른이나 나팔을 부는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된다면 멋질 거 같다는 생각이요. 웅장하고 또 질서 정연한 단원들 사이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지휘자의 손짓과 눈을 바라보면서 단원들과 함께 호흡을 한다는 것은 무척 짜릿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대한 음악들을 원도 없이 생생하게 연주하고 듣고 느낄 수 있지 않습니까.

갑자기 안타까운 마음이 밀려오네요. 왜 나는 좀 더 어릴 때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요. 그때는 왜 클래식을 접하지 못했을까요.

아, 아니죠. 세상에 얼마나 많은 어린아이가 클래식 음악을 쉽게 접하고, 좋아하게 되고, 마침내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가 되기를 희망할 수 있을까요. 굉장히 성숙한 영혼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어린 나이에 스스로 그런 결정을 내리는 일은 매우 드물 거예요.

그러면 왜 나는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쉽게 접하는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을까요. 왜 우리 집에는 오디오 세트도 없었고, 그 흔한 뽕짝 음반 몇 장도 없었을까요. 왜 그때는 라디오에선 가요나 팝송만 주야장천 흘러나왔을까요. 왜 그마저도 별로 흥미 있게 듣지 않았던 것일까요.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수준 높은 부모의 영향이 있어야만 그런 것들이 가능한 것일까요. 환경이 그래서 중요한 것일까요.

아! 잠시 좀 억울하다는 생각에 투정을 부렸네요.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나니 정신이 다시 맑아졌습니다.

사실은 아침에 눈떠서 우연히 듣게 된 클래식이 너무 좋아서 그런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어요. 마탄의 사수라는 곡인데요. 처음 도입부에 호른의 장중한 음이 깔리면서 시작되거든요. 덕분에 기분 좋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죠.

근데 투정은 그냥 괜한 투정일 뿐이고요, 제 속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무엇보다 이렇게 좋은 음악을 듣고 감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에요. 그런 아름다운 음악들에도 심드렁하다면 내 삶이 얼마나 무미건조하겠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감수성이 어디에서 왔을까 생각을 해본다면, 물론 타고난 천성도 있겠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환경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잖아요. 어린 시절 클래식 음악도, 오디오 세트도 없었지만, 골목에 나가면 친구들이 있었고, 뛰어놀 수 있는 공터가 있었던 덕분에 마음껏 활개를 치며 놀았어요.

그렇게 어울리며 놀던 시간이 내 안에서 무한한 감성을 키워 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놀이 안에 클래식도 있었고, 트로트도 있었고, 팝송도 있었어요.

음악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잖아요. 우리에겐 추억이 있어  음악들이 깊은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봐요. 눈을 감고 가만히 듣고 있으면  음과  사이에 지나간 추억들이 그려지지 않나요. 거기에는 분명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골목과 친구들의 모습도 있을 테고요.  모습에 음표를 붙이면 음악이 되는 거예요.

클래식이 없었어도 내 유년시절은 참 행복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드네요. 

어땠나요, 당신들의 유년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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