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막상 떠나기 전보다 준비하는 시간이 더 설레고, 그때부터 이미 여행이 시작된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 나는 지금 하루하루 설레고, 그러면서도 여러 사소한 걱정들에 움츠러들기도 한다. 여행이라는 것도 무언가 거창한 단어의 느낌을 제하고 나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자 하는 일련의 과정 이외에는 모두 부수적인 것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고, 누구를 만나느냐 하는 것은 내가 여행을 접하는 마음가짐보다 우선일 수 없다. 삶의 모든 것이 그렇다. 하루하루 일상이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한참을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잠들었다. 그럴 때의 생각은 유용하거나 진취적이지 못하고, 후회되거나 잊고 있었던 좋지 않은 기억들이 떠오르곤 한다. 부정적인 생각, 지금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들이 떠오를 때는 긍정적인 생각과 활기가 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생각의 전환이 되지 않는다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이 제일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꿈 뜨고 때로는 한없이 게으르기만 하다.
여행이 일상의 연장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일상에 충실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나는 조용하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그저 한가하게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하고, 낯선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일상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다.
이방인이 되면 평소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더불어, 나의 행동 그 이전에, 나의 생각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한몫했을 것이다.
내일이면 나는 라오스의 낯선 호텔에서 잠을 잘 것이다. 집을 나서는 순간 여행은 시작되고, 나는 두리번거리면서 세상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타국의 낯 섬은 물론이거니와, 늘 봐오던 이곳의 풍경과 사람들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여행의 가장 큰 이유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