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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Oct 02. 2016

저물지 못할,바다

늘 여행을 꿈꾸면서도 기껏 이 좁은 땅덩어리 멀지 않은 타지에서의 밤이 이토록 적막하고 외로울 수 있을까. 그 외로움이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라면 그 외로움에 순간 움찔하는 나는 무엇인가. 못마땅하다. 비교적 짧은 찰나 정신이 번쩍 들어 그 당연하고도 낯선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느낀 그 외로움의 긴 그림자는 내 등 뒤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낯선 거리를 걸으며 아주 오래전 난생처음 발 디딘 타국의 공허하면서도 활기에 찬 밤거리를 떠올렸고 사람 사는 곳이 별반 차이 없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또 느낀다.    


우리는 무슨 권리로 스스로 충분히 눈부신 이 밤을 주체할 수 없는 욕망으로 더럽히고,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한낮에는 간밤의 달콤하지만 씁쓸했던 안위의 시간을 까마득히 잊은 체, 또다시 은밀한 시간들을 꿈꾸는 것일까.

권리가, 이제는 왠지 좀 낯설고 거북하게 다가오는 의무와 동시에 생겨난 것이라면 그 누구도 명확히 정해놓은 의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우리는 보이지 않는 그 수많은 의무로 때 아닌 피로를 느끼고, 눈치를 보게 됐고, 권리는 두말할 것도 없이 누군가에게 허락받아야 타당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 권리도, 또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하여야 한다는 의무 앞에서는 그 단어가 가진 권위조차 힘을 잃어버릴 만큼 그 어떠한 당연한 권리조차 쉽사리 누릴 수 없을 것만 같은 시절이다.    


뜨거웠던 한낮 동안 우리가 행했던 그 수많은 일들이 저마다의 이유와 변명, 질진 인연으로 이루어진 것이겠지만 그러한 의지의 결과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또 깊은 밤은 찾아온다. 

누군가는 그 칠흑 같은 밤의 한가운데서, 세상 그 어떠한 수단으로도 잊을 수 없는 깊은 바다의 오열에 몸서리치며, 깊은 울음을 삼킨다. 허나 그 울음은 아무런 권리도 갖지 못한 채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자꾸만 자꾸만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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