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마지막 음식을 먹다.
아빠는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위로 자식을 넷 이나 잃고 태어난 막내아들로
당시 할머니의 나이는 마흔이었다.
가난하게 자랐지만 그는 자수성가한 사람이었다.
본인의 집도 마련했고 자그마한 땅도 샀으며
무엇보다 자식을 남부럽지 않게 키워냈으니,
빈농의 아들답게 그는 농사짓는 걸 좋아했다.
땅이 없어 크게 짓지는 못해도 작은 텃밭을 가꾸는 걸 좋아했고 해마다 고구마며 토마토를 키워
자식들에게 먹였다.
얼마 전 엄마와 밥을 먹던 중 장아찌를 먹었다.
잎만 먹었을 때는 몰랐는데 같이 절여진 마늘을 먹어보니 이거 오래되었다 싶었다.
엄마는 머위장아찌라고 했다.
어디서 났냐고 물어보니
밤나무 밑에서 캤다고 했다.
무슨밤나무 ? 언제?
그제서야 엄마는 아빠가 캐온 거라했다.
나도모르게
‘엄청 오래된거네’ 하고 말했다.
아빠가 돌아가시던 그 해 겨울에도
엄마는 고구마는 이제 끝이야,라고 말했다.
이제 농사지을 사람이 없으니 맛있게 끝까지 먹으라며 나에게 보내줬지만 난 아직도 냉동고에 그 고구마를 얼려두고 있다.
아빠가 남겨준 마지막 선물 같아서.
난 영화를 참 좋아한다.
가끔 영화에서 복제인간이 나올 때 마다
우리아빠 dna는 어디서 구해야 하나 생각해본다.
이미 화장한 아빠의 dna는 어디서 구해야 하나,
영화 A.I. 에서는 먼 미래 인간의 문명을 훨씬 뛰어넘은 생명체가 dna만으로 인간을 복원하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선 머리카락을 이용했는데,,
난 뭘 이용해야 하지?
나는 계속 나이들고 재미없어지고 늙어가는데
우리아빠는 항상 젊고 재치있고 즐거운 채로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게 너무 싫다.
너무 싫어서 만나서 한 대 때려주고 싶다.
한 대 때려주면 아빠는 까꿍하면서 또 웃겠지.
바보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