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졌지만 살아있습니다. 8

이해받고 싶지만 말할 수 없을 때

by 날다람쥐

아빠가 죽은 건 자신의 선택이었다.


고집불통, 급한 성질.. 그 때문이었을까

그는 우리에게 시간도 주지 않고

자기 멋대로 떠나가버렸다.


떳떳하지 못한 죽음, 창피한 죽음, 부끄러운 죽음.


아빠의 죽음은 우리에게 낙인이 되었다.


세상은 유가족들을 그렇게 본다.


화목하지 않았나봐, 문제가 있었나봐,,


장례식장에서 부터 그런 낙인때문에

우리는 거짓을 지어내며 아빠의 사인을 말했고


아직까지도 난 그 누구에게도 이를 말한 적이 없다.


참 쉽게 죽음을 이야기한다.


차라리 죽었으면, 죽고싶다, 죽으면 끝날텐데


물론 그들은 내가 겪고 있는

이 과정을 알지 못하겠지만

너무나 쉽게 나에게 이야기 한다.


장례 후 인사 차 찾아간 회사임원은 날 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나이가 나랑 비슷할텐데

나도 가끔 확 죽어버릴까 하다가도 남겨진 사람들 생각하면 살아야지 싶더라고”


죽지 그러셨어요. 라는 말이 입술 끝에서 달싹달싹 거렸지만 웃고 말았다.


그럼 우리아빠는 우리를 버린거란 말인가요?


나이 꽤나 먹은 사회에서 내로라하는 유명인사였다.

발인 후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때

그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에 나 같은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라는 걸 안다.

유가족들만 몇십만이 될거다.

지인들을 포함하면 백만은 되지 않을까?


내가 그 가족이 되고나서야 그들의 쓸쓸함에 대하여 뼈아프게 깨닫는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의 상처도 모른채 혹시 내가 너무 쉽게 죽음을 이야기 하지 않았나?

애도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것 아닌가?


내가 이해받기 위해서는

먼저 손을 뻗어야 함을 안다.

하지만 그 손을 뻗고 나서 나에게 돌아올 화살들

아빠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비난, 동정을

견뎌 낼 자신이 없다.


아직까진 이 사회에서 말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미안하다.

아빠를 부끄러워해서.

아빠를 잊는 척 하야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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