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졌지만 살아있습니다. 3

둑에 물이 넘치다 - 노트를 발견하다

by 날다람쥐

사람이 죽었다는 건 쉽게 잊혀진다.

그건 아무리 사랑했던 사람이라도 그렇다.


잊지 않으면 오늘 하루도 살아가기 힘드니깐 그런가보다.


둑이 넘치기 전 까지는 찰랑찰랑

물은 둑 안에서 조용히 있는다.


그러가 작은 물방울 하나에 둑은 터져버린다.

우연히 낙서장으로 쓰던 공책에서 아빠의 글을 발견했다.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신 후 최대한 모든 것들을 다 버리거나 어디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두었다.


그렇다고해서 아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마치 아빠가 살아있는 것 처럼 우리는 이야기한다.


이럴 땐 아빠가 그랬는데

아빠가 거기 갔다 왔잖아


마치 아빠가 잠시 어디 떠난 것 처럼.


참 신기하다.

머릿속의 아빠는 살아있고 그럴 땐 슬프지 않다.

그러다 아빠의 흔적을 발견하면 그제서야 실감이 난다.


아 이거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아빠의 글 이구나.


iptv로 좋아하던 프로그램을 어떻게 볼 지 적어둔 글씨.

평소엔 또박또박하게 글 적으면서 왜 이런 글씨는 또 할아버지 처럼 써놨는지


저 때 또 나는 아빠한테 짜증을 냈겠지.

우리 아빠는 배우지 못한 이루지 못한 꿈이 많은 사람이었다.


중학교 때 음악적인 능력이 있었지만 집에 돈이 없어서 고등학교도 못갔다.

그래서 아빠는 나이들고 나서 악기도 배우고 공연도 하고 오케스트라를 많이 들었다.


휴대폰을 귀에다 대고 길을 걸었다.

그때마다 아 시끄러워 아빠 하고 얼마나 짜증을 냈나.


아빠가 없는 지금, 난 여전히 아빠가 좋아할 만한 걸 발견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에어팟을 아빠한테 사줬으면 얼마나 신나하면서 다녔을까


이거 진짜 신기하다 ~ 신통방통하다 히히

하면서 동네방네 자식이 사줬다고 자랑했겠지


돌아가신 지 삼년 째

아직도 나는 문을 열면 아빠가 퇴근하고 들어올 것 같은 오늘을 살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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