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에 물이 넘치다 - 노트를 발견하다
사람이 죽었다는 건 쉽게 잊혀진다.
그건 아무리 사랑했던 사람이라도 그렇다.
잊지 않으면 오늘 하루도 살아가기 힘드니깐 그런가보다.
둑이 넘치기 전 까지는 찰랑찰랑
물은 둑 안에서 조용히 있는다.
그러가 작은 물방울 하나에 둑은 터져버린다.
우연히 낙서장으로 쓰던 공책에서 아빠의 글을 발견했다.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신 후 최대한 모든 것들을 다 버리거나 어디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두었다.
그렇다고해서 아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마치 아빠가 살아있는 것 처럼 우리는 이야기한다.
이럴 땐 아빠가 그랬는데
아빠가 거기 갔다 왔잖아
마치 아빠가 잠시 어디 떠난 것 처럼.
참 신기하다.
머릿속의 아빠는 살아있고 그럴 땐 슬프지 않다.
그러다 아빠의 흔적을 발견하면 그제서야 실감이 난다.
아 이거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아빠의 글 이구나.
iptv로 좋아하던 프로그램을 어떻게 볼 지 적어둔 글씨.
평소엔 또박또박하게 글 적으면서 왜 이런 글씨는 또 할아버지 처럼 써놨는지
저 때 또 나는 아빠한테 짜증을 냈겠지.
우리 아빠는 배우지 못한 이루지 못한 꿈이 많은 사람이었다.
중학교 때 음악적인 능력이 있었지만 집에 돈이 없어서 고등학교도 못갔다.
그래서 아빠는 나이들고 나서 악기도 배우고 공연도 하고 오케스트라를 많이 들었다.
휴대폰을 귀에다 대고 길을 걸었다.
그때마다 아 시끄러워 아빠 하고 얼마나 짜증을 냈나.
아빠가 없는 지금, 난 여전히 아빠가 좋아할 만한 걸 발견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에어팟을 아빠한테 사줬으면 얼마나 신나하면서 다녔을까
이거 진짜 신기하다 ~ 신통방통하다 히히
하면서 동네방네 자식이 사줬다고 자랑했겠지
돌아가신 지 삼년 째
아직도 나는 문을 열면 아빠가 퇴근하고 들어올 것 같은 오늘을 살 고 있다.